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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잘 지내자, 친구야
2008-12-01 21:03:51최종 업데이트 : 2008-12-01 21:03:5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한 해를 보내며_1
한 해를 보내며_1
초등학교때 집안사정으로 인하여 시골에서 6개월간 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친구를 두어명 사귀었는데, 어느 날 가장 친하게 지내던 순덕이와 다투었다.
우리는 한 달 정도 서로 말을 하지 않았으며, 봐도 못 본척 하였다.

어느날 친구들이 서로 화해를 하라면서 자리를 마련 해 주었는데, 화해를 하는 방법은 서로의 성과 이름을 한 자씩 부르고 나서 악수하며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나의 성을 먼저 상대방이 부르면 내가 그 친구의 성을 불러주고, 나의 이름을 한 자 부르면 나도 친구의 이름을 한자 불러주고나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는 내가 미안했다, 또는 앞으로는 잘 지내자, 그렇게 말한 후에 비로소 전처럼 학교도 같이 다니고 밤에 마실도 다니면서 잘 지냈다.

나는 뭐 이런곳이 다 있나, 정말 웃긴다,는 생각을 했었다.
서울 살때는 서로 다투면 며칠 뾰루퉁 하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서로 전처럼 지냈던것 같은데..

서울 촌놈에게 시골적응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전학왔다고 전교생들이 나를 전부 알아봤고 반 친구들은 나를 이상한 나라에서 온 듯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내가 가장 적응하기 힘든것은 아이들의 말투였다.
담임선생님도 수업을 사투리로하고, 아이들은 옷을 촌스럽게 입고 가방을 보따리로 싸서 등에 묶고 다녔으며 수업 도중에 논매러 가는 아이도 있었다.

어쨋든 이런 어색한 풍경에 적응할 즈음 다시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창순이와는 화해를 하지 못해서 방학 때마다 시골에 갔을때 오랫동안 서먹서먹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6개월이란 시간이 내 삶에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던것 같다 .
마음의 텃밭을 일구었던 시기라고나 할까. 그 짧은 경험으로 시골에 대한 향수를 잃지 않고 살아 온 것 같다.

한 해가 저물어 가니까  문득 고향생각이 나면서 내게 삐진 친구들과 이름을 한 자씩 나누어 부르던 추억이 떠오른다. 사소한 다툼으로 내게 거리감을 두고 있던 친구, 혹은 내가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친구와 이름을 나눠 불러주던 그 옛날의 순수했던 시간.
그런 순수함을 나누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 버린 지금, 문득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다툰사람들과 이름을 한 자씩 나누어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 해 주고 싶다.
앞으로는 잘 지내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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