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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키다’와 ‘들이켜다’ 그리고 ‘켜다’
2008-12-02 13:11:13최종 업데이트 : 2008-12-02 13:11:1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주변에서 아래와 같은 표현을 자주 읽는다. 
○ 작가는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9000원짜리 커피를 시켰지만,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돌아서 나가는 여자 친구와 남자친구 이야기를 전한다. 1만8000원(커피 두 잔)이 아까웠던 남자친구가 커피를 '원샷'으로 들이키다 목구멍(식도)이 데였다는 내용이다. 

○ 술병들 속에 휘발유가 든 병이 있는 줄 모르고 이를 벌컥벌컥 들이키다 술이 아님을 즉시 깨달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이 피우던 담배에 휘발유를 뱉어 냈다는 것. 

○ 그래서인가? 주위에서 "요즘 통 입맛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덥다고 찬 음료만 들이키다 보면 이대로 입맛 찾기는 더 요원해진다.

'들이키다'와 '들이켜다' 그리고 '켜다'_1
'들이키다'와 '들이켜다' 그리고 '켜다'_1

위에서 '들이키다'는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의 뜻이다.(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시다'는 '들이켜다'라고 한다. '들이켜다'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1.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시다. 
그는 목이 마르다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잘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 몇 잔 거푸 들이켜고 나서 나는 볼품없이 남들보다 앞질러 취해 버렸다.(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질척한 부엌 바닥이 마땅치 않아 애꿎은 냉수만 한 쪽박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부엌을 나왔다,(박완서, '미망') 

2.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마시다. 
가끔 도시가 답답하면 시골로 가 가슴을 열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기도 한다./잠시 동안 숨을 들이켜고 나서 홍이는 문간에 깔아 놓은 섬을 밟고 들어선다.(박경리, '토지') 

'들이키다'와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켜다'라는 동사가 있다. '켜다'는
1.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다. 
  (그는 막걸리 한 삶을 쭉 켠 다음에 논두렁에 앉아서 땀을 닦았다.) 

2. 갈증이 나서 물을 자꾸 마시다. 
짜게 먹어서 그랬는지 물을 많이 켰다./땅에 내려와 그걸 포식한 콘도르는 짠 걸 먹어서 한없이 물을 켠다.(윤후명의 '별보다 멀리') 

이렇고 보니 '들이키다'와 '들이켜다'를 혼동하는 이유가 여럿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동사 '켜다' 때문에 '들이켜다'라고 잘못 쓰고 있는 것 같다. 또 '들이키다'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뒤에 연결되면 같은 형태인 '들이켜'가 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참고로 동사 '켜다'는 '등잔이나 양초 따위에 불을 붙이거나 성냥이나 라이터 따위에 불을 일으키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는 언중이 말할 때, '등잔불을 키니 주위가 밝아졌다. 형광등을 키고 책을 봐라.'라고 말하는 경향이 많다. 문자로 표현할 때는 '켜다'라고 바르게 표기하지만, 말로 주고받을 때 무심코 모음 발음을 '키다'라고 엉뚱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도 우리가 발음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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