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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기
언어 폭력도 물리적 폭력 못지 않아
2008-04-25 20:09:57최종 업데이트 : 2008-04-25 20:09:5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널리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시작해야겠다. 
박상길이라는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서 푸줏간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지체 높은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다. 그런데 양반 하나가 '얘, 상길아 고기 한 근 다오.'라며 무게를 잔뜩 실어서 이야기했다. 그러자 백정은 '그러지요.'하면서 대답을 하고 솜씨 좋게 칼로 고기를 베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함께 온 양반이 '박 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라며 젊잖게 부탁을 했다. 이 말에 백정 박상길은 얼굴에 함박꽃 웃음을 흘리며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큼지막하게 고기를 썰어서 그 양반에게 건넸다. 

그러자 고기를 먼저 산 양반이 화를 버럭 냈다.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크고, 내 것은 작으냐?' 
호통 같은 질문에 푸줏간 박 서방은 태연하게 말했다.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초점은 박 서방과 양반들의 관계이다. 박 서방은 백정으로 양반이 함부로 대해도 사회적으로 용납되던 시절의 인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천대받는 것을 싫어한다. 
남에게 존중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아울러 남에게 존중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기_1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기_1
이 일화에서도 짐작을 했겠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는 말 한 마디만 잘해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위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만난다. 직장 상사나 혹은 동료 사이에서도 말을 잘하면 인간관계를 우호적으로 넓힐 수 있다. 

학교에서 폭력 사태가 종종 문제가 된다. 이에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단위 학교에도 학교 폭력 대책 자치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는 학교 폭력 문제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이다. 

그러나 학교 폭력 문제는 아주 미비한 데서 일어난다는 점을 착안하면 예방하기 쉽다. 즉 학교 폭력 사태는 아이들끼리 말장난을 하다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말하기 습관이 큰 화를 불러온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여러 가지 대책 마련을 하는데 말하기 교육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말하기'는 친구와 관계를 돈독히 하고 기타 생활도 원만하게 한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하기'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배우자에 대한 '언어폭력'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0대의 여자가 남편의 계속되는 욕설을 참을 수 없어서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을 했는데, '이혼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재판부는 양육권과 부부 명의 재산 70%를 아내가 갖게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러한 판결은 심한 욕설도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상대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언어폭력도 결국은 말하기가 잘못된 상황이다. 가정만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언어폭력이 대두되기 쉽다. 
직장은 직무상 상하 관계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때도 강압적인 지시 등이 언어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거나 지시 일변도로 말하는 데에, 이러한 습관도 언어폭력으로 발전될 위험이 농후하다. 

말하기도 하나의 기술이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 못된다. 말로 입은 상처는 마음 속에 평생 남게 된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지 말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해야 한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말을 듣고 말을 하면서 산다. 
말을 하지 않고, 또 말을 듣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옆에 있는 사람과 여유를 즐길 때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말을 주고받는다. 
사소한 문제 해결부터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도 말 한마디로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 말을 어떻게 들어주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렇다면 말 한마디로 천 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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