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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시민기자> 가을 단상
나의 가장 귀한 선물은 책
2008-10-22 19:16:09최종 업데이트 : 2008-10-22 19:16:09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출동! 시민기자> 가을 단상_1
<출동! 시민기자> 가을 단상_1

초등학교 6학년 졸업했을때 엄마는 졸업선물 이라면서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게 아주 유명한 책이라는구나.." 초등학교때만 해도 굵은 활자로 된 책을 읽었는데 엄마가 사준 책은 글자가 깨알만해서 한쪽 구석에 밀어두고 있다가 중학교 들어가서야 그 책을 읽었다.

그 책의 제목은 '갈매기 조나단'. 
갈매기 한마리가 높이 날으려고 부딪히고, 깨지고, 갈등하는 장면만 나오는 것이 하나도 재미없었다.
'이게 왜 유명하지?'

그리고는 소설책을 간간히 들여다보기는 했어도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고,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기는 고등학교때부터 인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때는 삼중당 문고에서 세계명작을 출판했었는데 책값이 200원이었다. 엄마가 준 용돈을 모아서 주말에 삼중당문고를 한 권씩 샀는데 졸업하고보니 한 백권쯤 되었다.. 한 권씩 읽을때마다 책 목록에서 한줄씩 지워가는 기쁨이란..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때는 책읽는 재미가 붙다보니 화장실 갈때도 책을 들고 가고, 외출할때도 가방안에 한권씩 챙겨가고..책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공부도 열심히 했던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밥을 먹거나 사람을 만나는 시간 외에는 신문이나 하다못해 잡지책이라도 들고 있어야 마음이 편했으니..
아마 활자중독 증후군이 이때쯤 생긴것 같다. 그런데 아들도 이런 증상이 있다.

어릴때는 여름휴가라도 가면 책과 그림도구를 챙겨가고, 할머니댁에 갈때도 꼭 책을 두어권 들고가는 버릇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도 중독인줄 모르고 이 증후군에 시달리는 분이 있을것이다.

그런데, 신혼시절 미우라 아야코의 섬세한 필체에 매료되면서 그녀의 소설을 전부 탐독하는 동안 내 자신도 필요이상으로 섬세해져서 그저 지나쳐도 되는 감정의 선 하나하나에도 날을 만들어서 굳이 상처를 내기 시작하면서 오열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남편은 내게 책과 좀 떨어져 있기를 권했다. 

결혼..그리고 새로운 환경, 일생에 있어서 그처럼 확실한 전환점이 어디에 있겠는가.
결혼이라는건 남자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힘겨운 굴레가 되지만, 여자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을 받아들이기 까지의 진통, 그리고 출산과 함께 몸도 마음도 다시 만들어지는 고통을 수반한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나와 맞지않아, 이건 잘못된 길이야..' 이런 갈등이 없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속이 없는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연유로 구독하던 '현대문학'지도 절독하고, 애지중지하던 삼중당문고며 갖고 있던 책들을 이웃에게 모조리 나눠주고 세상과 담판을 지을듯한 자세로 세상 속에 입수하였다.

나는 그런대로 세상과 친해졌고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꿈을 꾸었다. 책은 내게 길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꿈은 늘 멀리 떨어져 있는것 같지만 나는 이미 꿈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남편,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것 ..
그것처럼 소중한 꿈이 있을까..

책은 내가 인생에서 만난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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