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는 어형은 영어이고, 발음은 일본식인 국어
2008-11-03 20:18:20최종 업데이트 : 2008-11-03 20:18:2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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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매체에 '삐라'가 자주 등장한다. '삐라'는 어형은 영어이고, 발음은 일본식인 국어_1 70년대 학교에 다닌 사람들은 북한에서 뿌린 삐라를 자주 보았다. 내용은 주로 우리나라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색상도 조잡하고 인쇄 상태도 거칠었다. 산에서 뛰어놀다보면 삐라를 대량으로 주을 수 있었다. 이것을 관공서나 학교에 가져가서 보상으로 학용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삐라'는 영어 'bill'이 그 어원이다. 한국은 모든 발음 표기가 가능하지만, 일본어는 영어 발음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즉 일본 사람들이 'bill'를 '삐라(Pira)'라고 발음했다. 이것을 그대로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삐라'는 영어에서 생겨난 단어이지만, 발음은 일본어이다. 그것을 다시 국어로 쓰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복잡한 언어 현실을 그대로 알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지 못한 예에 해당한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4항에 의하면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버스(뻐스×)/가스(까스×)/댐(땜×)/비시지(B.C.G - 비씨지×)/이삿짐센터(쎈터×)/사이버 공간(싸이버×)/콩트(꽁뜨×)'은 현실 생활에서 된소리로 발음된다고 해도 표기할 때는 된소리를 써서는 안 된다. 지명을 표기 할 때도 '도쿄(도꾜×)/오사카(오사까×)/파리(빠리×)'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이 여기도 예외가 있다. 그 예가 '삐라'가 해당된다. 즉 '삐라'는 외래어이지만 예외적으로 된소리 표기를 사용했다. '빵(pao, 포르투칼어)/껌(gum)/빨치산(partizan, 러시아어)'도 같은 경우이다. 이는 어원이 외국에서 온 것이라 해도, 된소리로 굳어지고, 우리말처럼 쓰이고 있기 때문에 위 규정을 벗어나 된소리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참고로 '빨치산'은 사전에 따라서는 '파르티잔'이라고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언젠가 글을 읽을 때, '삐삐(영어로 beeper box 또는 radio pager - 무선호출기)'가 영어 발음의 가차(假借)라는 것을 읽었다. 이 말은 외래어 표기라고 이해되는데, 잘못된 것이다. '삐삐'는 기계의 신호 소리를 본 따서 붙인 이름이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 규정과 관계없는, 순우리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무선 호출기'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삐삐가 울리다./친구에게 연락하기 위해 삐삐를 쳤다.) 참고로 이 기회에 '삐끼'라는 단어도 설명한다. 이 단어는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행인 한 명에 네다섯 명의 삐끼들이 달라붙어 "물 좋은 데서 한잔하시죠."라며 합창하듯 외쳐 댔다.) 가능한 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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