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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구두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2008-11-05 16:12:14최종 업데이트 : 2008-11-05 16:12:14 작성자 : 시민기자   장지현
어린 시절 나에게 구두는 어른이 되고 싶은 욕망의 도구였다. 
빨리 어른이 되서 나도 엄마처럼 멋진 구두를 가지고 싶었다. 높은 구두를 신고도 휘청거리지 않고, '또각 또각'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어른들은 보면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았다. 
구두를 신는다는 건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가끔 신발장에서 외출한 엄마의 구두를 보면 항상 내가 먼저 신고나가 세상 구경을 시켜주곤 했다. 
발에 맞지도 않아 혹여 넘어질까 무서워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나아가면서도 구두를 신으면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처럼 마냥 설렜다. 
구두 굽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 아파트 복도를 한참을 걸어 다니다가 엄마 몰래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했다. 언젠가 진짜 내 발에 꼭 맞는 나의 구두를 신게 될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난 스무살이 되었고, 이제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내 신발장에는 내 소원대로 운동화 보다는 여러 색깔의 구두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나도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화 보다 구두를 신는 날이 더 늘어갔다. 
그럴수록 익숙지 않던 구두로 인해 내 발도 이리저리 상처를 입어 성할 날이 없었고, 하루도 일회용 밴드는 가방에서 떠날 날이 없었다. 
그래도 나만의 멋진 구두를 가지고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으며 행복했다. 그때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졸업과 취직을 걱정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이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고,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이다. 
왜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언젠가 닥쳐올 힘든 경험을 그토록 미리 하고 싶어 했을까. 앞으로 취직을 하면 내가 원하던 또는 원하지 않던 구두를 신어야 할 날이 더욱 많아지고, 어른 노릇을 해야 하는 날들이 더욱 많아질 텐데 말이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어린 시절 맞지 않은 구두를 신었던 것과 같이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조차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구두가 익숙해지기 위해 내 발에 수많은 상처를 감수했던 것처럼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또 얼마나 수많은 상처를 감수해야 할까. 
어린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한 어른들의 세상을 항상 동경하며 살아가고, 어른들은 항상 어린 시절의 행복함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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