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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6)
불안한 식사 시간을 맛있는 식사 시간으로
2008-03-18 11:33:44최종 업데이트 : 2008-03-18 11:33: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큰 돌들로 다져진 곳을 한참 걸었다. 
평지나 다름없어 보이는 그곳에서 큰 돌을 밟았으니 안심하고 다음 발을 옮겼다. 그냥 무심하게 걷는 것인데 그 돌이 깨지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물소리 바람소리가 세차고 정글이 제법 우거진 곳이다. 깜짝 놀란 다와가 곁에서 걱정을 한다. 배낭의 무게에 몸이 거꾸로 회전하듯 넘어졌으니 많이 다쳤을까 걱정을 한 것이다. 바로 뒤를 따라 걷던 그가 심각하게 생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6)_1
산장의 모녀, 꼭 빼닮은 모습을 보면 굳이 모녀라고 하지않아도 알아볼 수 있을 듯하다.

엄지손톱에 멍이 들고 오른쪽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당연히 무릎부위에 옷도 찢어졌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찢어진 것은 아니다. 여벌의 옷도 가져왔으니 걱정 없다. 잠시 뒤 히말 쥴리(히말은 산이란 뜻이고, 쥴리는 뾰족하다는 뜻이다. 뾰족산)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나는 그 시간에 준비한 상비약으로 치료를 했다. 그리고 여유가 생겨 히말 쥴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비디오를 찍는다. 
시원스럽다는 느낌보다 찬바람이 더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계속 걷는 일정이니 몸에 땀을 식혀주기에 좋은 그런 날씨다.

오른쪽 엄지에 멍든 부위가 제법 신경이 쓰인다. 무릎도 마찬가지다. 평소라면 걱정할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계속 걷고 움직여야 하기에 걱정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겹던 걸음걸이였는데 걱정이다. 하지만 히말 쥴리를 보면서 걷는 길, 다행스럽게도 경사가 완만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오늘 묵어갈 드크루포카리(Dhukure pokhari)는 완만한 평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있었으나 문을 닫은 곳이 많다. 길을 지나오면서도 많이 목격되었던 문을 걸어 잠근 게스트하우스들이 현재의 네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폭설과 마오바디(마오이스트, Maoist)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현저히 줄어들자 겨울철에는 이곳 사람들이 모두 카트만두에 가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6)_2
건초더미를 짊어진 산 사람이 나그네의 농담을 받아주며 웃고 있다.
    
이곳 드크루포카리에는 그 현상이 유독 심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없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고 있는데 길가는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친구다. 그는 혼자 이곳을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산그늘이 내리면서 제법 추운 날씨란 느낌을 갖게 한다. 젊은 친구는 우리가 묵을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방에 짐을 두고 곧 레스토랑으로 나왔다. 

언제나처럼 샤워를 하고 채소스프를 먹으며 몸을 달래려고 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을 포기해야한다. 추위도 추위지만, 샤워시설이 없다. 따뜻한 물을 준비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샤워를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차라리 세수나 하고 손발이나 씻자고 샤워를 포기했다. 
대신 레스토랑 안에 장작불을 피워주었으니 그곳에서 따뜻한 물에 발 찜질을 하면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로 했다. 
시원한 망고 쥬스를 마시며 장작불을 피운 난롯가에 앉아 대야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주기를 기다리며 의자 위에 발을 얹고 휴식을 취한다. 편안하다. 

곧 따뜻한 물을 담아왔다. 
나는 발을 담그고 앉은 채 젊은 친구와 다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가족들 그리니까 부모님들은 모두 카트만두에 가 있고 자신 혼자 이곳을 지키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의 도시 사람들에게서도 위생관념이 없어 보이는 네팔 사람들이다. 산골 사람들이야 더 말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외국인을 상대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다. 그런 그에게서도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았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6)_3
네팔인들의 주식인 달밧이다.

카트만두야 물 사정이 좋지 않으니 가난 속에 사는 일상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이곳 은 다르지 않은가? 언제나 히말에 눈이 녹아내리며 흘려보내주는 깨끗한 물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매우 풍족하게......, 
그들의 시린 몸과 마음을 씻은 듯이 달래줄 만큼 많은 물들이 흘러내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그는 비교적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어쩌랴 그들 모두가 그런 문제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을, 그저 이방인의 눈길만 아픈 것인 것을, 그러니 바라보는 이만 대책없이 안타까울 뿐인 것이다. 

불안한 식사......, 그래서 나는 오늘은 내가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준비해간 미역과 된장, 고추장, 말린 황태포를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 그리고 밥만 준비해달라고 했다. 나와 다와는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그 젊은 친구에게도 함께 먹을 것을 청했으나, 보통의 네팔사람들처럼 그 또한 낯선 음식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하다. 
우리와 비교해보면 참 많이 다르다. 우리들은 낯선 음식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시험 삼아 먹어보잖은가? 그런데 보통 네팔사람들은 시험해보려고도 하질 않는다. 
아무튼 다와와 나는 불안한 식사시간을 맛있는 식사시간으로 바꾸었다. 장작불을 피운 덕분에 제법 온기가 느껴졌다. 밤이 두렵다. 히말의 추위를 모르는 나는 산그늘이 내리며 추워지는 느낌에 불안하다. 하지만 준비해간 침낭이 있어서 다행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6)_4
구름이 찬란한 햇살에 더욱 눈부시다. 안나푸르나 봉우리......,

엊그제부터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하지만 걸으며 땀을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그런 바람이었다. 
바람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늘 더없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최선을 다한 준비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어제는 2,400미터에서 잠들었고, 오늘은 3,100미터에서 잠깨어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고지가 더없이 높아진다. 

아직 머리 아픈 증세가 없어 아무 일 없으려나 생각하며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아침 공기가 제법 차다.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오늘은 부엌에 장작불을 쬐며 저녁에 끓였던 미역국과 볶음밥을 함께 먹는다. 그래도 싸늘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식사를 하고 커피믹스를 타서 마시며 온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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