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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시민기자>‘하나’ 나를 일깨우게 한 아이
그만 두었던 수화공부를 다시 시작해야지
2008-04-18 20:15:18최종 업데이트 : 2008-04-18 20:15: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재철
몇 년 전 집사람은 장애인학교에 일 년 가까이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신체거동이 불편한 학생, 말이 어눌한 학생 등 정신지체 중·고등학생들이 재학하는 학교였다. 
학교는 수원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에 있어 학교 버스를 이용하여 학생들과 함께 출.퇴근을 하였다. 

봉사 내용은 단지 점심을 준비하고 배식하는 일이었지만 가끔 어눌한 말투로 말을 걸어오는 학생들이 있어 가슴이 뭉클해 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단다. 더구나 출퇴근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도 옆자리가 비어 있으면 서로 옆에 앉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사람이 눈에 띄니 그들 나름대로 호기심이랄까 친해지려는 마음, 어울리려는 마음이 나타났으리라. 보통사람들과 같은 마음의 배려일거다. 

 학생들 중에는 집사람을 유난히 따르는 학생이 있었다. 이름은 '하나'. 고등학교 1학년생 여학생이었다. 유독 버스 옆 좌석을 독차지하고 점심시간에도 말을 걸어오곤 하였다. 
하루는 아저씨가 보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하지만 전화통화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투가 어눌한 지체아 이었기에. 그저 '하나' 잘 있었니. 나도 보고 싶은 데 언제 만나지. 그 정도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해가 몇 번 바뀌고 몇 달 전. 우리는 서울에서 볼일을 마치고 수원행 전철을 탔다. 
자리가 붐벼 문가에 서있었는데 누군가가 유난히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웬 아가씨가 쳐다보나하고, 집사람을 돌아보니 반가움에 깜짝 놀란다. 
"아니 '하나' 아니니?"
나를 쳐다본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의 집사람을 집중적으로 쳐다보고 있던 것이었다.

 "어디 다녀오니?"
"경복궁"
"재미있었어?"
"---". 
몇 번이나 반복하지 않으면 난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너 아저씨 보고 싶다고 했잖아"
 "---"
"혼자 다녀오니"
"언니하고"
그때서야 옆에 있던 봉사단원 아가씨가 눈인사를 한다. '하나'는 고등학교를 졸업 했다한다. 
가슴에는 지체아입니다 라는 커다란 패를 걸고 있다. '하나'는 몇년전 학교시절의 집사람을 기억하고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까지 보태서.

예쁜 가방을 등에 맨 귀여운 아가씨 '하나'. 나를 보고 싶다던 여학생.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가슴이 메어지는 것은 왜 일까. 봉사단원 아가씨는 '하나'에게 너무 많은 말을 건네는 것을 반기는 눈치가 아닌 것 같다. 
'하나'는 창밖을 쳐다보고 우리 부부는 잠시나마 '하나'를 잊었다. 

<출동! 시민기자>'하나' 나를 일깨우게 한 아이_1
<출동! 시민기자>'하나' 나를 일깨우게 한 아이_1
 수원역에 가까이 오자 누군가가 내 팔뚝을 손가락으로 건드는 느낌이 온다. 승객이 많으니 서로 밀려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전철문이 열렸다. 내리는 승객 중에 나를 쳐다보는 승객이 있었다. "어! '하나'. '하나'야 여기서 내리니?" 우린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하나'는 처음 본 나에게 내릴 역에 도착했다고 미리 신호를 보낸 것인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하나'는 섭섭한 마음에 전철을 내리면서도 나를 쳐다보았던 것이다. 
"'하나'야 잘 가"
승객들은 아랑 곳 없이 큰소리로 외쳐도 '하나'는 그냥 앞만 보고 걸어 갈 뿐이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아, 그만 두었던 수화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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