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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통’과 ‘설거지통’은 복수 표준어
2008-11-17 07:32:01최종 업데이트 : 2008-11-17 07:32:0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대부분 학교는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손을 씻는다. 하지만 화장실은 세면대가 달랑 하나 있어서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며칠 전 시내 학교를 방문했는데, 이를 닦고 손을 씻는 곳이 따로 있었다. 화장실 앞에 따로 설치해 위생적이었다. 아이들도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곳에서 걸레를 빠는 것을 금지한다고 '게수대에서 ~'라고 써 놓은 것을 보았다. '개수대'라고 표기할 것을 그만 그렇게 한 것 같다. 

'개수통'과 '설거지통'은 복수 표준어_1
'개수대'가 바른 표기

'부엌에서 물을 받거나 흘려보내며 그릇이나 음식물을 닦고 씻을 수 있도록 한 대(臺).'를 '개수대'라고 한다.(개수대에 그릇을 놓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음식 그릇을 씻을 때 쓰는, 물을 담는 통.'을 '개수통'이라고 한다. 이를 사전에서는 다시 '설거지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표준어 사정 원칙 제26항) 이를 복수 표준어라고 한다. 

'음식 그릇을 씻을 때 쓰는 물'을 '개숫물'이라고 한다.(아내는 전화를 받고 개숫물에 불은 손을 말리지도 못한 채 달려 나왔다./비릿한 시궁 냄새를 풍기는 도랑창이 바로 눈 아래 있고 금방 내버린 개숫물에서 김이 뽀얗게 올라왔다.-윤흥길, '묵시의 바다') 이를 또한 '설거지물'이라고도 하는데 이도 역시 복수 표준어다.(저녁밥을 먹고 각 방마다 설거지물을 거두어 가고 나서……,-이호철의 '문')    

복수 표준어 허용으로 방언이 표준어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가 있다. 부사 '얼렁뚱땅'과 같이 사용하기로 한 '엄벙뗑', 그리고 동사인 '엄벙뗑하다'는 애초에는 방언이었다. 이는 문학 작품에 많이 쓰이기도 했는데 이를 고려해 모두 표준말로 삼은 것이다. '강냉이'도 마찬가지다. '옥수수'만 표준어로 삼았는데, 복수 표준어 허용으로 사투리로 쓰이던 '강냉이'가 표준어가 되었다. 

복수 표준어 규정은 우리말의 어휘를 풍부하게 했다. 그리고 이 규정은 사투리를 공적인 언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우리말에 복수 표준어는 상당히 많다. 복수 표준어로 널리 쓰이는 것을 나열 해 보면, '가락엿/가래엿, 가뭄/가물, 가엾다/가엽다, 감감무소식/감감소식, 게을러빠지다/게을러터지다, 고깃간/푸줏간, 곰곰/곰곰이, 관계없다/상관없다, 극성떨다/극성부리다, 깃저고리/배내옷/배냇저고리, 꼬까/때때/고까, 나귀/당나귀, 넝쿨/덩굴, 눈대중/눈어림/눈짐작, 다달이/매달, 돼지감자/뚱딴지, 딴전/딴청, 목화씨/면화씨, 물심부름/물시중, 민둥산/벌거숭이산, 버들강아지/버들개지, 벌레/버러지, 뾰두라지/뾰루지, 시늉말/흉내말, 여왕벌/장수벌, 여쭈다/여쭙다, 여태/입때, 옥수수/강냉이, 욕심꾸러기/욕심쟁이, 우레/천둥, 자물쇠/자물통, 책씻이/책거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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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복수 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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