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집 나간 바스가 돌아왔다
<출동!시민기자>고양이 러시안블루 사육기
2008-04-09 16:45:49최종 업데이트 : 2008-04-09 16:45:4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재철

집 나간 바스가 돌아왔다_1
녹색눈동자 '바스'
고양이 러시안 블루 바스가 없어진 것은 지난 3월 6일 목요일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아침 어느 때 집을 나갔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침 7시경 아파트 현관 앞에 배달된 신문을 집어오고, 한 시간 후 정현이가 출근하고 곧이어 8시 30분 내가 안면도로 탐석을 떠났기에,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에 바스가 나가는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녁 6시경 안면도 탐석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바스가 안 보인다. 그동안 정현이가 잠시 집에 들른 모양인데 그도 그때 바스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섭섭한 마음에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았으나 길 고양이만 눈에 띨 뿐이다.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고양이 등판. 회색 빛 나는 바슨가 하고 얼굴을 확인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두 번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고, 만나는 경비 아저씨마다 물어보았으나 못 보았단다. 
고양이는 낮에 숨어 있기 때문에 알기보기 힘든 다고 한다. 아이들도 엘리베이터를 이용 안하고 계단을 오를락 한다.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이 지나갔다. 혹시나 바스를 데리고 올라갔던 동산 숲 풀 속도 몇 번씩 확인하였다. 
그런데 3월 9일 일요일 아침 일찍 다시 동산에 오르니 따따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를 살펴보니 나무줄기에 매달린 오색딱따구리가 줄기를 쪼고 있다. 바스 찾다가 엉뚱하게 벌레 찾는 딱따구리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리고 5일 째 되는 날, 월요일. 오늘도 오전에 한 번, 점심 먹고 다시 단지를 돌아보아도 알 길이 없다. 마침 저녁 늦게 관리사무소 앞을 둘러보는 사이 경비아저씨들이 몰려온다. 그중 한 분을 붙들고 바스 이야기를 하니, 고양이는 밤에 활동하니 관리사무실에서 대형 전등을 빌려 밤에 단지를 둘러보란다. 
그리고 단지 내 고양이가 모여 있는 동이 523동, 520동, 515동 그리고 505동에도 한 마리 있단다. 특히 523동 앞 고양이들은 2층 아주머니가 사료를 사다 주는데 사료 줄 시간이 되면 모여든다고 한다. 고양이들이 아주머니를 인지해서 사료를 가져다 줄 시간이 지나면 2층 아주머니 현관 앞까지 간다고 한다. 
그래 좋다. 오늘은 야밤에 단지를 한 바퀴 돌아보아야겠다.  

드디어 11일 오전 0시 10분 오리털 파카를 둘러쓰고 5층 현관문을 열고 나선다. 그런데 문 앞에 바스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스가 야밤에 제 발로 집을 찾아 온 것이다. 그동안 낮에는 어디서 숨어 있었는지, 제대로 먹고 지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워낙 몸집이 커서 전체적으로는 못 먹은 기색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얼굴이 약간 수척해 보이고 털은 거칠하다. 안고 들어와 사료를 주니 삽 십분 동안 사료 통을 들락날락 사료를 먹어치운다. 그리고 어린 고양이 코피랑 장난을 치며 뒹군다. 
코리안 숏 테일 코피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영문 모르는 애완견 말티즈 짱구는 고양이 둘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노는 모양이 샘나는 지 컹컹 짖어댄다. 

며칠 전 아무 인기척이 없었는데도 야밤에 짱구가 짖어댄 것이 혹시 바스가 문 앞에서 신호를 보내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앞집 누군가가 문 앞에 있었다면 마주보는 얼굴이 민망할까하여 현관문을 열어보지 못한 것이 이내 바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5일 만에 돌아온 바스. 그 녀석이 박씨 한 개 물고 왔다. 오후에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통지가 온 것이다.♠  

후기 :  짱구 입양 다음해 그러니까 2006년 5월19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이놈은 야밤에 권선동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큰 아이가 데리고 왔다. 원래 길 고양이가 아니라서 사람을 따라 온 것이다. 
무슨 종인지 몰라도 눈동자가 초록색이고 회보라색 단모로 아주 기품이 있는 수컷 고양이다. 짱구가 갔던 남문동물병원에 가서 책자를 보니 러시안 블루라는 종이다. 원장은 두 살 정도 된 것이라 한다. 
길에서 헤맨 탓에 몸무게는 좀 적어 4kg을 조금 넘고, 광견병 예방주사 등 각종 주사 맞고 나니 병원비용이 20만원 가까이 된다. 보험이 안되서 그렇다. 

이름은 바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 신 바스타트를 줄여서 바스라고 한 것이다. 
요즈음은 잘 먹어 몸무게가 5kg이 넘는다. 하도 벽을 잘 긁고 높은 곳에도 잘 올라 물건을 떨어뜨려 베란다에 묶어 놓고 먹이고 있다. 
한번은 아파트 5층 창문 방충망을 뚫고 땅으로 뛰어 내린 적도 있다. 고양이 중에서 순한 종이라고 하는데 요즈음은 할퀴거나 물기를 잘한다. 아마도 마음대로 놀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일 거다. 새벽에 내는 아기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지난 번 이 녀석도 중성화 수술을 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