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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접미사 ‘-들’은 쓰지 않아도 될 말의 찌꺼기
2008-02-04 10:40:17최종 업데이트 : 2008-02-04 10:40:1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때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글을 쓰는 사람은 일부 지식층이었다. 인쇄 매체가 한정되어 있고 폐쇄적인 사회 구조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은 글을 쓸 공간이 없었다. 지금은 사회가 열려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쓴다. 평범한 사람도 시민 기자, 넷포터, 리포터, 객원 기자라는 직책을 부여받고 기사를 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글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복수 접미사 '-들'은 쓰지 않아도 될 말의 찌꺼기_1
복수 접미사 '-들'은 쓰지 않아도 될 말의 찌꺼기_1

특히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의 남발은 꼭 지적하고 싶다.
►오늘 졸업식을 맞이하여 친구들과 헤어지니 가슴이 아프다.
►자동 변환 시스템이 있는 우리들은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중소업체에는 큰 타격이 된다.
►부모들의 승낙을 받지 않고 몸을 허락한 딸이나 누이는 아버지와 오빠가 쳐 죽여도 비난받지 않는다고 했다.앞 문장은 모두 복수 접미사 '-들'이 쓰이고 있다. 이 문장에서는 '-들'을 빼도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다. '-들'을 빼면 오히려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 복수임을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사실 우리말에서는 그다지 쓸 일이 없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쓰는 복수 접미사 '-들'은 대부분 잘못된 언어 습관이다. 복수 접미사 '-들'은 셀 수 있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야 하는데, 실제 언어생활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떤 정보와 생각들이 모든 종류의 사회 현상을 결정한다.
►남여 평등에 관한 지식들이나 자세한 생각들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여론들의 기대를 해소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도서관에 책들이 가득하다.
►요즘 침대들은 스프링이 좋고 디자인도 아름답다.
여기에서 '생각들', '지식들', '여론들'은 수효를 셀 수 없는 추상 명사이다. 이처럼 셀 수 없는 명사에 복수 접미사가 붙은 단어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말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책들'과 '침대들'은 셀 수 있는 명사이니 복수 접미사 '-들'을 써도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오히려 복수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다. 이야말로 말에 붙은 찌꺼기이다. 과감하게 털어내야 한다. 

이미 복수의 의미를 담고 있어, 굳이 복수 접미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단어가 많다. 
► 대중들이 어떤 허브티를 좋아하나요?
►우리의 선조들은 어떤 옷을 입었고, 또 어떻게 살았을까?
►100마리쯤의 선발 무리들이 강을 건너간 다음에도 강안에 남아 뒤따라오는 무리들을 도와주었다. 
'대중', '선조', '무리'에는 이미 복수의 뜻이 충분히 들어 있다. 여기에 굳이 복수 접미사 '-들'을 쓰는 것은 쓸데없는 의미를 덧붙이는 꼴이다. 

우리말은 문맥에 복수의 의미가 담겨 있어 복수 접미사 '-들'을 붙이면 더 어색한 경우도 있다.
►모든 선생님들께 알립니다.
►수많은 홍수 피해자들이 거리에 나 앉게 생겼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남학생들은 운동장으로 오고, 여학생들은 교실에서 대기하십시오.
'모든'과 '수많은'이 문맥 전체의 복수의 뜻을 충분히 담고 있다. 이럴 때도 복수 접미사는 피하는 것이 표현을 깔끔하게 한다. 마지막 예시 문장도 복수의 뜻이 직접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들'을 모두 빼면 산뜻한 느낌마저 있다.

영어는 단수와 복수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를 표현할 때도 반드시 관사를 넣어야 하고, 수효도 개수로 비교적 정확히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는 복수와 단수 개념이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 수 개념의 의미를 담지 않는 표현이 가능하고 또 그런 습관에 익숙하다. 이를 두고 서구 사람은 감각이 세밀하고 우리는 둔하다고 비교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화적 차이다. 어휘의 표현 방법은 생활 습관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어느 것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 간혹 영어 문법은 강한데, 영어 회화가 약하다고 기죽는 사람들이 있다. 기죽을 필요 없다. 언어 습관이 다르니 우리가 영어로 말하기가 약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릴 때부터 단수에 관사를 붙이고, 복수에 '-s'를 붙이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과 영어를 똑같이 구사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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