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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이펙트-최진실 자살에 범인을 찾기 어려운 이유
무엇이 인간을 악하게 만드는가
2008-10-10 15:34:36최종 업데이트 : 2008-10-10 15:34:36 작성자 : 시민기자   송인혁

근래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최진실씨의 자살 사건, 그러나 검찰이 최진실씨의 자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악성 루머의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백방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로 수사 종결을 한다는 보도를 보셨을 것입니다. 
모든 소문에는 결국 근원지가 있을진대 검찰은 어째서 용의자 검거에 실패를 했던 걸까요. 물어 물어 역추적해 들어가면 결국엔 찾아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저는 찾을 수 없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었답니다(오~ 인제 와서 선견지명 따위의 소리를 하는게야?).

왜 그럴까요. 제가 보기에 이 문제는 포커스를 다르게 두어야 합니다. 특정 개인의 무책임함이나 악행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늘 할 이야기는 다소 잔인하고 무서울 뿐더러 읽기에 상당히 불편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이런거 싫어하시는 분은 오늘은 스킵! 댓글 안 다셔도! 괜찮습니다.

오늘 전해드릴 내용은 '무엇이 평범한 인간을 악마로 만들 수 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는 것에는 다들 공감하시죠. 그런데 여러분이 상황에 따라 악마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실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비록 착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악마처럼 행동한다고? 라고 대답하실 수도 있겠죠. 아래에 몇가지 실험과 몇 가지 사건들을 보여드릴께요. 과연 여러분 자신은 이 속에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가벼운 내용부터 시작해서 점점 수위를 높여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내용을 보시면 마음이 막막하실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우리 인간의 실체에 대해서... 우리 자신 역시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그리고 나 자신이 최진실씨를 죽였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그렇구나...하고 놔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있으면 나름의 솔루션도 생각해 볼 수있을테니까요. 아무쪼록 오늘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슈로 지나가는 문제가 아니고 뭔가 대안이 나올 수 있는 무언가의 씨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답니다.

1. 밴두라 실험 - 도덕성 이탈 이론 (전기충격 실험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Bandura Experiments "Disinhibition of Aggression Through Diffusion of Responsibility and Dehumanization of Victims)

대학에서 일련의 '집단 문제 해결'에 관한 실험을 위해 자원자를 뽑았습니다. 지원자는 세명씩 한 팀을 이루도록 했고 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지시가 전달되었습니다.

" 이 실험의 목적은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맞은 편 방에는 다른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있다. 그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가 주어지게 되는데, 그들이 잘못을 할 때마다 벌을 주도록 해야 한다.  니네들은 그들의 잘못에 대해 전기 자극을 가해 주면 된다. 1부터 10까지 버튼들이 있으니 원하는 만큼을 누르면 된다. "

다시 말하면, 자원자들에게 맞은 편 방에 있는 사람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라는 것입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맞은 편 방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소리를 내거나 심지어는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렇게 버튼을 누르는 행위를 통해서 어떤 정도의 전기 강도가 (즉, 체벌이나 자극의 정도가) 사람의 학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수준일까를 생각하면서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입니다.

 http://www.eruptingmind.com/using-authority-persuasion/

그런데 사실 맞은 편 방에는 사실 전기 충격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연구원이 소리를 낼 뿐이죠.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이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실 험자들이 있는 곳의 옆방에서 연구원들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실험자들이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못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요. 한쪽 실험 그룹에는 '맞은 편 방 학생들이 정말이지 재수없는 야만적이고 짐승같은 인간들이더라... 밥맛없다'라고 얘기를 하고, 다른쪽 그룹에서는 '꽤 괜찮은 아이들이더라'라고 얘기를 하는거죠. 마찬가지로 세번째 그룹에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한 그룹은 평균 5 정도를 눌렀습니다. 잼있는 점은 이 다음부터죠. 야만적이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룹은 무려 8을 눌렀습니다. 괜찮은 아이들이라는 얘기를 들은 그룹은 2-3를 눌렀구요. 

 http://www.eruptingmind.com/using-authority-persuasion/

무엇이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왜 8을 눌렀어요? 그랬더니 

'왠지 벌을 주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왠지 좋은 가르침을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답변이죠. 그들은 연구원들이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꾸며내서 자신들의 행동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의심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분이 그냥 들었다는 것입니다. 한번도 본적도 만난적도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왠 '좋은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란 말입니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고방식과 정상범위에 속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딘가의 것과 닮아있지 않나요? 최진실씨가 사채설에 휩싸이고 최진실씨가 사실은 연예가에서 걸레같은 사람이었다는 소문들... 이런 소문들을 아주 생생하고 실감나게 전하면서 행실이 고따구인 여자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주위에서 많이 보지 않으셨나요? 아니면 여러분 자신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요. 그 사람의 삶과 우리의 삶에 무슨 연관이 있다고 흥분을 해 가며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이제 조금 더 강도를 높여가도록 하겠습니다.

밀그램의 복종 패러다임 실험

이 실험은 밴두라 실험과 비슷한데요, 조금 형식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교사-학습자'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요, 시간당 4$를 준다며 일련의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제비뽑기로 역할을 부여하죠. 교사와 학습자 중의 하나로요. 교사는 학습자에게 암기해야 할 일련의 단어 조합을 말해 주는데, 교사가 말한 단어의 pair에 해당하는 단어를 말해야 합니다(원숭이 엉덩이 - 빨갛다 라고나 할까 --; ). 만약 정답을 맞추면 '잘했어요', '맞았어요'라는 말로 칭찬을 해 주고, 틀리면 벌을 가하게 되는데 그럴싸하게 생긴 전기충격 장치의 레버를 당겨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겁니다. 이 충격 장치에는 총 30개의 똑딱이 스위치가 붙어있는데, 제일 왼쪽의 것이 15볼트의 전기 충격을, 옆으로 갈수록 15V씩 강해지도록 고안된 것입니다. 그러니 총 450V까지 가할 수 있는 것이죠. 계기판에는 충격 수준의 전압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10단계(150V)에는 '강한 충격', 17단계(255V)에는 '격렬한 충격', 30단계는 불길하게 XXXX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교사는 먼저 전기 충격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서 45V에 해당하는 3단계 전기 충격을 직접 한번 느껴봅니다. 약간 따끔한 수준입니다. 그런 다음 교사가 보는 앞에서 실험을 주관하는 연구원이 가죽 끈으로 학습자의 팔을 묶고 전극을 오른쪽 손목에 붙인 다음 옆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손가락에 전극을 연결, 전기충격을 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러분이 한가지 알아두셔야 할 점은 이 실험에서 학습자로 선발된 사람은 사실 짜고 치는 고스톱 역할을 합니다. 전극을 손목에 붙여두긴 했지만 이건 가짜입니다. 교사의 질문에 의도적으로 틀린 대답을 하고, 전기충격 버튼을 눌렀을 때 진짜 전기에 놀란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 학습자의 미션입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교사가 어느 정도까지 전기 충격으로 벌을 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교사를 여러분이라고 가정하고 한번 얘기를 해 나가도록 할께요. 학습자는 처음 몇가지 질문에는 잘 대답하지만, 곧 실수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인제 크지 않은 수준으로 전기 충격을 가합니다. 
살짝~ 따끔할 정도로만. 근데 자꾸 틀립니다. 그래서 전기 충격을 또 가하는데, 학습자가 전기 충격이 점점 고통스럽다고 불평을 하는 소리가 너머에서 들립니다. 어라, 이놈이 괴롭다고 하는데... 라며 연구원을 쳐다봅니다. 

연구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찮다고 계속 하라고 합니다. 충격 수준을 더 높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인제 3단계에서 4단계, 5단계로 조금씩 높여갑니다. 학습자는 인제 괴롭다고 소리를 칩니다. 
좀 괴롭겠는데 싶어 다시 연구원에게 이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실험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 줍니다. 

실험자는 이제 심장 상태가 좋지 않다고 불평을 합니다. 그런데도 연구원은 실험을 계속하라고 합니다. 학습자는 이제 실수가 오히려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분도 괴롭습니다. 여러분은 방 너머에 있는 학생에게 말합니다. '야! 좀 잘 해봐! 내가 힘들다!' 학습자는 되려 큰소리를 칩니다. '아파서 더 못하겠어요! 여기서 내보내줘요! 당신은 날 여기에 붙잡아둘 권리가 없어!'

연구원은 묵묵히 충격 수준을 한단계 올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거 왠지 이러다가 저 사람을 해치게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연구원이 처음에 실험에 자원할 때 서명했던 서류를 보여줍니다. 이 실험을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내용이죠. 
안다구 알아... 그러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충격 레벨을 높이게 됩니다. 

어라, 그런데 300V가 벌써 넘었습니다. 이제는 스위치를 눌러도 학습자가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왠지 기절한 것 같습니다. 아니.. 죽었나? 불안합니다. 
그런데 태연하게도 연구원은 대답하지 않는 것도 틀린걸로 간주하라고 지시합니다. 이런... 대답도 안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불안합니다. 몇번 스위치를 더 올려도 여전히 반응이 없습니다.
연구원을 쳐다보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심하세요. 괜찮아요. 사실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고안되었답니다.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100% 그것은 우리가 책임져요. 100%"

혹시나 모를 불상사가 생겨도 100% 자기네들이 책임을 지니깐 맡은바 미션을 수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그래서 교사는...

자, 여기까지 실험 얘기를 했습니다. 일부러 교사를 여러분이라고 가정하고 진행했는데, 여러분이라면 몇V까지 충격을 가하셨을까요? 220V전기만 살짝 흘러도 굉장히 고통스러운데 말이죠. 45V-100V 정도까지는 가능할까요? 아예 나는 전기충격 주는 것 자체를 거부할 거야 라고 생각하는 분도 더러 계실 겁니다. 
밀그램은 40명의 심리학자들한테도 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평균 150V인 10단계에서 포기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예측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놀라웠습니다.
지원자중 3명당 2명이 450V라는 ... 최고의 전기충격을 주는 마지막 30단계까지 스위치를 올려버렸답니다. 3 분의 2가... 실험에서 330V에 이르렀을 때, 학습자가 자의식을 잃은 것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하였는데요,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실험을 강행하시겠습니까? 
여기에 독립변수를 두었는데요, 만약 연구원이 이 상황에서 아무말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 교사는 이 단계에서 실험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사가 이 시점에서 '너는 책임이 없다. 전적으로 이 실험은 우리가 책임진다.' 라고 얘기를 했더니 대부분이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 권위자가 책임을 면책해 주는 행동을 할 경우, 사람은 최초의 지시가 불합리하고 상대방을 살상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권위를 그대로 따른다는 겁니다. 양심의 가책을 뒤로 숨겨 버리고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지막으로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더 얘기하고 이런 우리 사람의 마음이 인류사에 얼마나 큰 상처를 만들어 내는지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스탠포드 감옥 실험

스탠포드의 필립 짐바르도 박사는 일련의 자원한 학생들을 상대로 간수와 죄수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실험의 목적은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어떤 형태로 소화해 내느냐를 보는 거였죠. 대학내에서 수행하는 모의 실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하였지만, 만약 학생들이 간수로서 역할을 할 경우 그들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변하는지, 죄수로 생활할 경우 그들의 심리상태는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니깐 개인이 역할에 얼마나 몰입하게 되는지를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은 불과 며칠만에 종료되고 말았고, 학생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답니다. 불과 이틀만에 폭동이 발생했고, 3일만에 교도소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았고, 4일만에 감옥은 통제불능의 아비규환 상태로 빠져 버렸습니다. 
5일째는 감옥 내에서 성적 학대까지 발생했습니다.

http://www.skeptic.com/eskeptic/07-04-04.html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감옥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시작하자 간수의 경우 상상치도 못한 사악한 고문 방법을 발명해 냈고 죄수들은 살의를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간수는 심지어 성적 고문은 물론이고 소화기로 피부가 얼어붙을 듯 차가운 이산화탄소를 퍼부어대며 괴롭히기까지 했습니다. 

 http://www.eruptingmind.com/using-authority-persuasion/
그리고
... 아래의 사진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될 것입니다.

http://www.eruptingmind.com/using-authority-persuasion/

이 사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머리에 봉투 같은걸 씌워놓고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사진들...

 http://www.newswire.poormojo.org/archives/011450.php

 http://thecorner.typepad.com/bc/2008/02/ted-2008-how-go.html

 http://current.com/items/88855033_good_people_turn_evil_from_stanford_to_abu_ghraib

http://bloodbankers.typepad.com/submerging_markets/first_world/index.html

스탠포드 감옥 실험의 사진들과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사진들... 왠지 너무 닮아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여기에 포로를 학대한 군인들이 과연 기질적으로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을까요? 
전혀아닙니다. 이들은 본국에서 너무나도 착하고 인정 많은, 법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착하디 착한 학생들이었거나 시민이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평범한 사람을 이렇게 악하디 악한 존재로 만든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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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큰 축이 되는 세가지 실험을 설명드렸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놀라운 실험들도 많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짐바르도 박사가 쓴 루시퍼 이펙트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책 서문을 읽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이토록 인간이 잔인해 질 수 있구나...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잔인한 악마가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답니다.

이 실험들의 공통점은 어느 개인의 사악함과 잔인함은 기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1번 벤두라 실험은 사람에게 악의적인 소문을 흘리는것만으로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사람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2번 밀그램의 실험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불합리하기 짝이 없더라도, 그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을 경우에는 권위자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의 복종 심리에 관한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명령일지라도 말입니다. 살인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며 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퇴근하고 싶어도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 보내기나,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의 행동들... 분명 불합리함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우리는 거기에 저항하는데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3번 짐바르도 교수의 스탠포드 감옥 실험.
선한 사람조차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시키지도 않은 창의적 방법을 동원해가며 사악한 행동을 일삼을 수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 실험이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상관들, 경우에 따라서는 짜증나고 말도 안되는 권위를 부리며 달성 불가능한 미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까라면 까라면서... 그러나 그들 역시 나빠서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면 자연히 생기는 모습인 것입니다.

이 세가지 실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개인'이 시스템과 상황의 뒷면으로 숨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즉, 상황과 시스템이 우리 자신의 '책임감'과 '이성의 기능'을 마비시켜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이제 실감나지 않으세요? 인간이 이성적으로 똑똑한 동물이라고요? 
동시에 동물적인 수준의 감정적 사악함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천사속에서 나온 악마. '루시퍼'의 형체이기도 합니다. 즉, 루시퍼는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인 것입니다. 이것을 다룬 내용이 '루시퍼 이펙트'입니다.

현대는 대량학살의 세기

지금 이 세계가 전쟁과 이념의 갈등 없이 평화로움을 영유하고 있는 인류 사상 얼마 안되는 시기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랍니다. 사실은 인류사에 유래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대량살상의 세기를 살고 있답니다. 

20 세기에 들어와서 정부의 살인 명령에 의해 군인이나 민간인이 사람을 죽인 건수만 5천만명이 넘습니다. 1915년부터 오스만투르크는 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을 살해했습니다. 
알다시피 20세기 중반에는 나치가 살해한 사람들의 숫자만 해도 천만명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무려 600만명의 유대인과 300만명의 소련군 포로, 그리고 200만명의 폴란드인이 이 안에 포함됩니다. 스탈린의 소비에트 정권은 2천만명의 러시아인을 숙청했습니다. 
자국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오쩌둥은 심지어 자국민 3천만명의 살해했습니다. 크메르 정권은 170만명의 국민을 학살했고,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은 이라크 쿠르드인이었던 시민들 10만명을 죽였습니다. 

르완다에서는 같은 민족이었던 두 종족 사이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강간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웃이었던 후투족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투치족을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불과 석달만에 투치족 인구의 4분의 3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여자들은 반드시 강간을 하고 난도질을 하거나 산채로 불에 태워서 죽이도록 지시를 했습니다. 이웃이 이웃을 죽이는 끔찍한 일들이 매일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20만명의 여자들이 강간 후 친척들이 보는 앞에서 살육을 당해야 했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선생님은 이렇게 증언을 했습니다.

'하루종일 사람들을 죽이느라 지쳐서 여자들을 강간할 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솔린을 병에 담아 와서 여자들에게 뿌리고 불을 붙였습니다.'

후 투족의 한 아이 엄마의 증언은 어이가 없습니다. 일생동안 친구처럼 지내던 이웃의 아이들을 잔인하게 때려죽였는데, 어짜피 부모가 모두 살해되어 오갈데 없는 고아가 된 만큼 그 아이들을 죽인 것은 '호의'를 베푼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과연 나와 매일 같이 생활하던 사람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배를 가르고 산채로 불을 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창으로 몸을 뚫어 죽을때까지 매달려서 고통을 느끼도록 할 수 있을까요? 임신한 산모의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 잔인하게 도륙해 버리고 엄마도 토막내 버린채 죽이는게... 과연 상상으로라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한 이야기는 루시퍼 이펙트의 실상의 서막을 언급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믿어지세요?
과연 이런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는게 믿을 수 있을까요? 

거듭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상황의 힘'과 '시스템의 힘'입니다.
최진실씨 자살에 핵심 용의자가 없는 이유 역시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사회 조직이, 매스 미디어와 여론, 그리고 그 속에 속한 익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악마의 모습들... 

내가 매일 만나는 나의 친구들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우리 개개인들이 모인 사회의 모습은 이처럼 무책임하고 무감각하고 사람을 자살로 몰고가는 잔인성까지 보이는 모습이라니 수긍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면 뭔가 해결책은 없는걸까요?
한번에 쉽게 만들어질리는 없지만, 솔루션 역시 '상황'과 '시스템'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 떤 경우에 사람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음에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사람을 구하거나 도와주는 영웅적인 일을 하기도 합니다. 영웅의 모습 역시 개인적인 기질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짐바르도는 영웅 역시 상황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한 측면으로 보는게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무엇이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가에서
무엇이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겠죠.
무엇이 우리 사회를 보다 더 긍정적이고 보다 천사의 측면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는지...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짐바르도 박사의 루시퍼 이펙트에 관한 TED 동영상 링크를 달아두었으니까요,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Talks Philip Zimbardo: How ordinary people become monsters ... or heroes

http://www.ted.com/index.php/talks/philip_zimbardo_on_the_psychology_of_evi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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