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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4)
권력이 국민에게 잘하는 일은 바로 권력을 최소화시키는 것
2008-03-14 00:08:04최종 업데이트 : 2008-03-14 00:08: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걸으면서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지금 저들의 삶을 위해 네팔의 모든 권력은 할 수 있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많은 일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일을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란 생각을 한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모든 권력이 그들의 국민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최소한의 것을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리라. 그러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4)_1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있는 가족, 아버지와 딸이다. 안산에서 일하고 있는 밀런 구릉의 아버지와 그의 누이 동생

셋째 날 2월 23일 아침 8시에 길을 나섰다. 프카비르(Phkabir)를 지나 탈(Tal)이란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마르틴 일행을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간단한 채소가 들어간 스프링 롤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드하라빠니(Dharapani), 브하가르챂(Bhagarchap), 다나큐(Danaque)까지 참으로 긴 시간을 걸었다.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야 다나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가에 침엽수들이 수없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모두가 잣나무다. 다와 쉐르파(Dawa sherpa)에게 한국에서는 많은 수입원이 된다고 말했더니 여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그 경사진 곳, 이 험난한 협곡에서 어떻게 그것들을 거두어들일까? 그것이 걱정이었다. 저 아름드리 잣나무에서 말이다. 
그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경사진 협곡의 험난한 정도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아마도 많은 수입을 올린다고해도 거둬들이기 힘들 것을 생각하면 많은 부분은 동물 밥이 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나마 수입원이 될 만한 것이 수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주인이 누군가 물었더니 그냥 지역 주민들이 거두어 들인다고 했다. 정부가 일일이 손을 쓸 수 없는 모양이다. 자세한 것은 더 알 길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다와는 이곳과는 정반대의 에베레스트 근교에서 태어나 이곳은 지금 가이드로 다섯 번째 찾아오는 길이란다. 그리고 누가 이렇게 일일이 묻는 일도 없다고 했다. 그러니 그가 실재 알고 답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4)_2
마낭 가는 길목에 논밭, 보고 또 보아도 신비롭다.

오늘은 24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오른다. 그곳에서 잠을 청한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산도 이 만큼 높지 않으니 나로서는 최고봉을 오른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이보다 배가 넘는 고지다. 
그런데 첫날부터 엄지발가락 밑에 물집이 잡혔다. 4000미터가 넘는 고지가 보인다. 깎아지른 절벽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제 오르막길도 보이지만, 내리막길도 동시에 보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3일 후에는 이번 트레킹에 최고봉인 5416미터 토롱-라 패스(Thorong-ra pass)를 넘어서야 하지 않는가? 그 생각만 해도 긴장이 엄습해온다. 
아침에 잠에서 깨며 온몸에 알이 박혀 몸을 뒤척인다. 그러다가 창밖을 본다. 흰 눈이 아득하게 쌓여있는 설산을 보며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내일부터는 옷을 단단히 챙겨 입어야만 할 듯하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4)_3
마을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늘은 네팔 사람들이 진정한 샹그릴라의 땅이라고 부르는 마낭에 들어섰다.  
***네팔 사람들, 마낭으로 가다.

어쩌면 수많은 네팔 사람들, 아니 거의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마낭 가는 길목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들에 의해 마낭은 지상 유일의 낙원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샹그릴라 마낭! 그래서 그들 모두는 지금 천상의 길목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천상으로 가는 계단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행동, 이방인의 눈에 잡힌 모습은 그들이 삶에 있어서 가난도 근심도 잃은 것처럼 달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천상으로 가는 믿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아마 천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잠시 머물고 있다는 착각이나 확신을 갖고 있으리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4)_4
산장 줄루피크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봉

길가에 그리고 산과 들에 수많은 꽃나무가 있다. 내 눈에 저렇게 많은 꽃이 저렇게 커다란 나무에 피어있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많다. 
분명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인데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마치 꿈속을 걷고 있는 듯하다. 
수르무케(Suramukha)라는 꽃이란다. 우리말로 옮기면 손가락, 그러니까 손가락을 펼친 모양을 하고 피어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지은 모양이다. 

또 다른 꽃은 코톤 플라워(Cotton flower)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말로 목화라는 것인데, 목화가 저렇게 커다란 나무였다는 말인가? 물론 아열대 지방인 네팔에서 저렇게 자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크기가 대단하다. 
요즘에는 우리네 시골에도 많이 심어진 토마토가 아열대 지방으로 옮겨지면 토마토 나무가 되어 우거지는 것을 보면 식물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어떻게 크고 자라는가를 달리 보는 놀라움을 새삼스럽다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론으로 아는 것과 실재 보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다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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