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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틀리면 부끄럽고, 국어 틀리면 어법 어려워?
훈민정음 반포 562돌 한글날을 맞이하며
2008-10-06 10:45:19최종 업데이트 : 2008-10-06 10:45:1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2008년 한글날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날이 될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훈민정음 반포 562돌 한글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우선 10월 4일부터 11일까지를 한글주간으로 선포하고,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와 함께 경복궁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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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외벽이 '피어나는 한글'문양으로 단장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한글, 피어나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행사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꿈이 한글로 피어나고 아시아와 세계로 퍼져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일은 집현전 옛 터인 경복궁 수정전 앞 특설무대에서는 '꿈같은 역사, 숨결 같은 한글, 온 누리에 피어나다'를 주제로 '한글주간 선포식'이 열렸다. 같은 장소에서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훈민정음'이라는 내용으로 '한글 스승전'이 열린다. 
이날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배경과 한글자모를 소개하는 '한글, 피어나다'가 처음 발표되기도 하는데, 가수 유열과 늘푸른오스카빌 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부른다. 

역시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한글 특별전'(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도 기대가 된다. 이 전시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영인본) 이본 전시, 주시경 선생의 육필 원고, 미공개 자료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외솔회는 흥사단 강당에서 '한글날 국경일 기념 대한민국 정책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역대 정권의 언어 정책을 조명할 예정이다. 

기타 세종 예술의 정원에서는 한글날 관련 공연이 열리고,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훈민정음 반포 재현 행사가 열린다. 이 밖에 인사동, 지하철 역 등 시민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서도 한글날 관련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보고 듣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외국인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대회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글날 기획 전시 및 특별 공연은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그동안 한글날 행사는 행정 관청의 주관으로 기념행사 정도만 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만들어진 산실(産室)인 집현전 터인 수정전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또한 이번 기획 행사는 한글의 우수성을 구체적 자료를 통해서 알리고 있고, 각종 공연 문화는 한글정신을 우리의 일상생활로 익숙해지도록 꾸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글은 국제 학계로부터도 그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선 한글은 만든 과정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전하는 세계 유일의 문자이다. 세계 여러 문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사용하기 편리하게 변모되어 온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한글은 처음부터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문자이다. 뿐만 아니라, 한글은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모든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이다. 세계 문자 가운데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든 글자는 우리 것뿐이다. 또 자음은 기본자를 만들고 이 기본자에 획을 더해 나머지 자음을 만들고. 모음 역시 천(天), 지(地), 인(人)을 본떠서 '.,ㅡ,ㅣ'의 기본자 세 자를 만든 다음, 나머지는 이것들을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 문자의 우수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세계의 학자들은 한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레어드 다이아몬드라는 학자는 과학전문지 '디스커버Discover'지(誌)에서, '한국에서 쓰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했다. 그는 또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라고 말했다. 
'대지'를 쓴 여류작가 펄벅도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쓰자'는 주제로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토론을 하기도 했다.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이러한 평가들이 뒷받침되었던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1989년에 '세종대왕상(킹 세종 프라이스)'을 만들어 해마다 인류의 문맹률을 낮추는 데 공적을 끼친 단체나 개인을 뽑아 상을 주고 있는데, 이 또한 세계 언어에서 한국어가 차지하는 위치를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실은 슬프기 짝이 없다. 
오늘날 우리의 국어는 척박한 들에 피어 있는 들국화의 운명처럼 위태롭다. 물밀듯이 들어온 문화의 영향으로 우리의 국어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텔레비전과 언론 매체는 물론 일상생활 중에도 영어 사용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어 철자는 틀리면 부끄러워하지만 국어 정서법이 틀리면 엉뚱하게도 우리말 어법이 어렵다고 탓한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엉터리 문자 생활로 국어 표현이 흔들리고 있다. 컴퓨터 언어라고 해서 외계인도 못 알아볼 문자 표현을 주고받고 있다. 욕설과 비방의 언어 표현이 일상생활에까지 번지면서 청소년들은 말이 험악해졌다. 국어 교육과 전혀 상관없이 아이들은 거친 말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영어만 유창하게 하면 모두가 잘 사는 줄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영어의 무게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영어 교육에도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영어 교육에 대한 집착 앞에서는 정상적인 교육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영어 교육만이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한글은 현대 언어학이나 과학적 안목을 보더라도 매우 뛰어난 문자이다. 컴퓨터에서도 입출력이 자유롭고 편리하며, 휴대 전화 이용에서도 한글은 전송 속도가 빨라, 오늘날 정보 통신의 시대에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한글은 우리 민족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재이다. 아니 어느 외국인이 말한 것처럼 인류가 쌓은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의 하나이다. 

우리는 늘 세계적으로 우수한 말과 글을 가지고 있다고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선조가 남긴 우리의 한글을 잘 사용하고 후손에게 훌륭하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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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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