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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디지털시대의 창의성교육
수원영화초 교사 이철규
2008-09-16 03:24:51최종 업데이트 : 2008-09-16 03:24:5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철규

[기고]디지털시대의 창의성교육_1
영화초 교사 이철규
무더위 심술에 지루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애니메이션 한 편이 괜히 심사를 뒤틀어 놓았다.
디즈니와 픽사가 함께 만든 애니메이션 '월E'는 '니모를 찾아서' 이후 또한번 앤드류 스탠튼 감독 사단의 천재적인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이번만은 자동차 수출 수백만대와 맞먹는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창출해내는지 째려보는(?) 자세가 아닌 그저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편하게 상상하고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환경오염으로 텅 빈 지구에서 홀로 남아 수백년동안 외롭게 일만 하던 지구 폐기물 수거용 로봇 '월E'와 탐사 로봇 '이브'가 펼치는 환상적인 어드벤처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시인 게리 스나이더의 작품을 클로즈업 시켰다.

소년과 소녀가 고이 간직했던 이성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은 50여년 동서고금을 뛰어넘어 월E와 이브가 아주 짜릿하게 다시한번 펼쳐 보인다. 
그리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그의 작품에서 경고한 현대문명의 후유증을 뿌연 필터기법을 통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스나이더는 그의 1970년 시집 '파도를 관(觀)하며'에서 도시와 문명은 동물·나무·물들을 가장 악랄하게 착취하고 결국 멸망이라는 결말에 도달하게 한다고 무시무시한 경고를 했다. 
안타깝게도 애니메이션이 보여준 편리,안정,사치의 대가로 얻은 인간들의 게으르고 무지하고 우스꽝스럽게 병든 모습을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볼륨을 최대한 높여 듣는 이어폰족의 '소음성 난청'이 새로운 청소년 유해 요소로 떠올랐다. 
오직 좁은 자신만의 공간을 추구하게 만든 디지털시대의 사치성이 청소년들의 가는 귀를 먹게 하는 건강문제를 떠나 맘껏 미지의 세계와 부딪혀야 하는 청소년들을 어둡고 칙칙한 곳에 가두고 있다면 쓸데없는 비약일까? 
그리고 과연 손톱만한 울림통에서 작곡가나 연주자, 프로듀서들의 심오한 가슴앓이를 얼마나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하기야 학원시간에 쫓긴 바쁜 수험생들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동서양 고전들을 친절하게 요약해 놓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인 우리 사회에서 아주 고리타분한 창의적인 교육 방법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많은 외국 석학들이 21세기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길은 '창의성'뿐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미 빠르고 정확하게 집어주는 '디지털'이라는 족집게에 중독이 된 우리 사회는 우리 고유의 전통에 남아있던 창의성 교육을 아주 쉽게 던져버렸다.

우리 조상들은 귀족이나 서민 할 것 없이 끊임없는 대화로 풀어가는 은근과 끈기의 교육을 펼쳐왔다. 그리고 배움을 놀이로 승화시켜 즐거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덕체 교육을 지향해 온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아울러 경제적인 부를 떠나 대를 이어 추구한 장인정신과 팀워크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 낸 창조물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먼저 우리 청소년들을 20인치도 안되는 모니터 앞에 붙들어 놓더니 이젠 아예 손바닥보다 작은 세상에 가두고 무한 블루오션이 아닌 자신만의 카테고리에 갇혀 맨발로 뛰어볼 생각조차 못하는 무능한 고급 인력으로 만들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얼마전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창의적인 것을 기피해 왔다'며 지금처럼 기술과 예술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는 풍토 역시 창의적 인재 양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고대 학문이 형성될 당시 기술과 예술은 같은 의미로 해석됐는데, 현대 한국에 와서 기술과 학문이 엄격히 구분되면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나갈 수 있는 청소년들의 상상력이 죽어가고 있다며 기술과 예술, 그리고 기타 학문들과의 융합을 통해 청소년들의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분명 디지털은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의 무한한 능력을 성장시켜주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우리 조상들이 보여준 끈기와 여유 속에 풍요로움을 누렸던 창의적 생활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철규, 디지털, 월E, 게리스나이더, 이어령, 소음성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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