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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학교 이티'를 통해 본 우리의 교육현실
개봉작 곱씹어보기
2008-09-24 17:15:19최종 업데이트 : 2008-09-24 17:15:19 작성자 : 시민기자   박보혜

그러니까 <여고괴담>('98)때부터였다. 학교라는 제도가 우리나라 영화에서 비중있는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한게 말이다. 그런데 그 출발은 긍정적이라기보단 학교 교육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학생을 따돌림으로 인해 귀신이 되었다는 공포영화로써였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하면 입시경쟁과 친구관계로 인한 고민, 이렇다할 놀이문화 하나 없는 억압적인 공간으로 기억되었었다. 그렇기에 <여고괴담> 속 교직 사회의 경직성은 영화관객을 넘어서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고, 심지어는 교계(敎界)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1년작 <두사부일체>가 있었다. 당시 영화계를 휩쓸다시피했던 조직폭력배 장르였던 이 작품은 깡패가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학교에 간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취향에 따라 비난받기도 하는 오락영화긴 하나 마지막에서 조직을 이끌고 학교 재단 비리를 위해 '투쟁'하는 계두식의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한편 <선생 김봉두>(2003)는 차승원의 고유의 아우라를 십분 활용하면서 불량스런(?) 초등학교 교사가 시골로 좌천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구성, 스승과 제자의 훈훈한 졸업식으로 매듭지은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생님 대(對) 오지 학생들의 도식적인 대립구도는 개그영화로서의 분명한 한계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다양한 학원(學原)영화의 범주 속에서 새로 등장한 <울학교 이티>. 본 비평은 이제 이 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울학교 이티'를 통해 본 우리의 교육현실_1
'울학교 이티'를 통해 본 우리의 교육현실_1
우선 <울학교 이티>는 제목에서부터 알수 있듯 학교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었고 체육교사(김수로 주연)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본격적인 하이틴 무비이다. 사실 80년대후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등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영화는 한국영화에서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었다.

천성근은 서울 강남의 명문 영문고에서 체육 과목을 10년째 가르쳐온 교사이다. 어느날 당구장에서 학생들을 계도하다가 출판사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받는 일이 생겼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들은 천성근이 영어 교사 즉 잉글리쉬 티처(English teacher)인 줄 알았는데 E.T.는 그의 별명이었다. 천성근은 종종 촌지를 받기도 했지만 그걸 통장으로 만들어서 필요한 데에 즉 가난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써온 순수한 교사다.  

이 영화의 강점은 지나치게 교사를 이상화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는 점이다.

동창생들 앞에서 자신의 직업에 만족한다며 호탕하게 웃던 천성근은 사실 후원회 학부모의 압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하여 '입시에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체육 대신 영어 시간을 늘리라는 엄마들의 등쌀에 이사회장은 천선생을 해고하기로 한다.

<울학교 이티>는 작가주의나 아트필름이 아니기 때문에 새롭다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상황과 대사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천성근 선생이 '철밥통'으로만 여기던 체육교사직에 위기를 맞고, 반 아이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일들을 겪으며 이야기는 점차 생동감을 띄어 간다. 

이를테면 노동계의 비정규직과 같이 불안하고 위태한 분야가 체육, 음악 과 같은 예체능이 며, 요즘처럼 영어몰입교육이 강조되는 때에 <울학교 이티>의 모티브는 적절했다. 조금 황당하긴 해도 대학교때의 여자친구때문에 영어교사 교원자격증을 갖고 있던 성근은 강인한 체력과 투지로 영어교사로 변신하고자 몸부림친다. 

엄연히 선생님이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천성근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의 내밀한 속내도 호감있게 그려지고 있다. 정구(백성현)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볼수 있는 문제아로 나오는데 '쌤'의 제안으로 복싱에 입문해 자기 길을 찾아간다. 송이(박보영)는 전교1등을 하는 똘똘한 반장으로 수재답게 자기 것을 확실하게 챙기면서도 선생님이 처한 현실을 이해한다. 상훈(이민호)과 은실(문채원)은 각각 부잣집 철부지, 원조교제 여학생인데 앞의 아이들에 비해선 스테레오타입처럼 어색하다. 그러나 주변의 또다른 청소년, 히스테릭한 부모, 많이 해주지 못해 아파하는 부모, 익살스런 교장 부부가 등장하며 내러티브는 탄탄함을 유지한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 편의 영화에 모두가 감명받을수는 없다고 시민기자는 생각한다. 특히 이와 같은 상업영화의 경우 극단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무척 감동받았다고 하는 관객들과, 결국 이 땅의 교육 현실을 바꾸는데 도움은 안된다는 두 세력(!)이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간 나온 '학교 영화'에 기대가 늘 컸고 또 아쉬움이 항상 있었기에 오랜만에 제작된 작품에 반가움과 애착이 더 가는 건 어쩔수 없었다.

영화는 극 영화로서 적당히 희화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천성근 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그 스트레스는 엄청났을 것이다.  대학때부터 운동 하나만 했고 우연치 않은 부상을 당했을 때 당시의 선생이었던 지금의 주호식교장의 권유로 교단에 서게 된 그. 치열한 생존경쟁 앞에서 무릎꿇고 사표를 던지기로 한 순간 불현듯 영어교원 자격증이 떠올랐기에 다행이지만, 아마 실제라면 그것이 있었다해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천성근은 두손 들고 항복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비단 체육 과목 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술, 한문, 제2외국어 등 대학교 입시에 필수불가결하지 않은 과목은 찬밥 신세를 받는 것이 분명하고 앞으로 더욱 그러한 양극화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의 학생들. <울학교 이티>에서 그들의 모습은 때로는 이기적이고 어른들보다 더한 교육열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안타까우면서도 리얼하게 다가온다. 대학에 가서는 취업을 위한 공부, 고교에서는 일류대학을 가야하고, 특목고, 국제중.... 도대체 몇 살까지 그러한 끝도 없는 전쟁으로 우리 아이들이 내몰려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면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하게 될듯도 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 이 3대 교육 주체의 입장이 비교적 골고루 담겨 있고 특히 김수로는 이 작품으로 한국의 대표배우로의 성장을 예감케 한다. 그동안의 과장된 연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정말로 체육교사같은 리얼리티를 발현하고 있다.  단지 영화의 특성상 애드립도 있고 비현실적인 배경 등이 있으나 큰 흠은 아니다.

자녀와 또 친구, 동료와 웃으며 볼수 있는 작품 <울학교 이티>. 그 속에 현실에 대한 진한 풍자와 고발의식을 엿볼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영화, 울학교이티, 선생님, 제자, 코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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