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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자신은 상황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2008-10-27 13:27:24최종 업데이트 : 2008-10-27 13:27:24 작성자 : 시민기자   송인혁

어렸을 적 제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는데요,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랍니다. 우리 반에는 '으리한 놈'이라고 불리우는 다소 미련스러워 보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 못하기도 하거니와 공부보다는 친구들과의 놀이에 더 재미를 붙이는 친구였죠. 그러다보니 늘쌍 선생님의 표적이 되었는데, 선생님의 호명에 앞으로 불려나간 친구는 지금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불쾌했을 체벌을 가했습니다.

일명 '드래곤 찍기'.
당시 유행한 적이 있던 오락실 게임 '더블 드래곤'에서 주인공이 적을 제압하는 방법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일단 아이의 머리채를 잡아 엎드리게 합니다.
그런 다음 무릎으로 엎드린 아이의 이마를 가격합니다. 제가 직접 당하지 않아서 그렇기는 합니다만, 진짜 아프게 하려는 목적보다는 창피를 주려는 정도의 가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으리한 놈~ 언제 정신차릴래라며 경멸스러운 투의 야단을 하십니다. 참고로 이런 가격을 하는 선생님은 연세가 60세 전후의 제법 연륜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_1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_1

상상해 보세요. 지금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한 이야기입니다.
반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머리채를 잡혀 엎드린채 선생님으로부터 무릎찍기를 당합니다.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습니까. 그런데, 충격적인 일은... 반 아이들은 (저를 포함해서) 이 광경이 웃기다고 배 잡고 넘어갔습니다. 당하던 그 녀석도 웃기만 합니다. 들어가! 하고 역시 경멸스런 목소리로 아이를 자리로 들여다 보내시는 선생님... 교실은 온통 폭소의 도가니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행동보다 더 무서운 현상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었으니... 아이들은 그 친구를 진짜 으리한 놈, 등신 같은 놈. 돼지 같은 놈으로 치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친구는 으리한 놈도 아니었고, 열등한 놈도 아니었습니다. 엄연한 이름도 있고, 친구들과의 교우 관계도 좋은 꾀가 있는 친구였습니다. 초딩 6학년 때 공부를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하면...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는 권위자의 입장과 태도에 그대로 영향을 받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제한된 공간에 하루 일과의 상당 부분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는 선생님의 생각과 행동에 순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 상황에 '선생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라고 누군가가 외쳤다면 그 아이는 오... 멋진데 하고 영웅 취급을 받았을까요? 아니죠. 선생님에게 도전하는 버릇없는 반항아 내지는 문제아로 찍히고 맙니다. 고등학교때도 선생님의 주장에 근거가 약하지 않느냐며 반론을 펼치려는 학생에게 다소 과한 채벌을 가하시는 선생님께 어떤 학생이 그러시면 안된다고 막아섰다가 그 학생은 한동안 재적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정신적 물리적 충격을 겪어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행동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반 아이들로부터도 피곤한 놈, 까칠한 놈, 버릇없는 놈으로 찍혀 버렸죠.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이 속한 환경의 지배를 받는것. 자기가 속한 환경에서 요구하는대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마저 순응시키는 것. 무섭지 않나요.

이것이 지난번 다루었던 '루시퍼 이펙트 - 무엇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의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 다시 상기시켜 드리면,
아무리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특정 상황 속에서는 악마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버린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모두가 합의한 실험 환경 속에서도 그 악마성은 유감없이 통제불능의 아비규환으로 몰고가 버릴만큼 예외없이 강력한 행동을 일으키는 현상이 바로 '루시퍼 이펙트'입니다.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_2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_2

무엇이 보이나요. 천사가 보이세요, 악마가 보이세요...

루시퍼 이펙트를 쓴 짐바르도 박사는 이에 대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람은 그 사회의 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통해서,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실험의 사례를 통해서 입증해 보입니다.
교관과 죄수, 참가자들 모두가 합의한 실험이었지만, 불과 4일만에 통제 불능의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_3
http://christinewhuang.com/2007/04/06/if-you-put-good-apples-into-a-bad-situation-you%E2%80%99ll-get-bad-apples/

루시퍼 이펙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고고 --> http://www.lucifereffect.com/

분명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어느 순간 자기가 그 상황을 스스로 용인하고 되려 반대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모습... 우리는 매일을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어른 버전으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제가 훈련소에 있을 때였습니다.
비가 오는데 훈련 교관이 삽을 가지고 바깥으로 나오라는 겁니다. 그리고 삽으로 고인 빗물을 퍼내라고 하더군요. 훈련생들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교관님, 왜 비가 오는데 삽질을 하는 겁니까? 어차피 퍼봐야 또 고일텐데요. 교관은 약간 신경질스러운 표정으로 여기는 군대입니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지금 빗물을 퍼냅니다. 실시합니다. 라고 우리로 하여금 빗물을 퍼내게 하였답니다.

당연히 비는 계속 내리고, 우리의 삽질은 그야말로 '삽질'이었습니다. 무엇을 위한 삽질인지요...
군대 경험 있으신 남자분들은 대부분 경험해 보았을 에피소드죠. 여자분들 웃기지 않나요? ^^
저녁 시간에 교관이 와서 고백을 하더군요. 자기도 처음에 훈련생으로 왔을 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답니다.

비오는날 왜 삽질이야! 했는데, 지금은 비오는날 훈련병들이 삽질하지 않고 내무반에 있는걸 보면 자기가 이해를 못하겠답니다. 왜 비가 오는데 가만히 있는거야! 라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훈련생들이 따지면 짜증밖에 안 난다고 합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 이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군대라는 상황은,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이렇게 사람의 생각과 가치 판단마저 바꿔 버리는 것이죠.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칼퇴도 '능력'이라고들 하죠. 정말 능력입니다. 직장 상사 눈치를 이겨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용기와 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합니다. 운이 좋아서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의 부서 분들, '복 받으셨습니다 ^^'.
말도 안되는 업무 데드라인과 지침들, 맨날 긴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급히 처리해야 하는 일들 투성이속에서
입사때의 파릇파릇함은 온데간데 없는 타성에 젖어 그저 시키는대로 투덜투덜 거리면서 일만 합니다. 

잼있는 점은 우리의 상사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상사의 상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고 보면 나와 하나도 다르지 않는, 평범하고도 순하디 순한 그냥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거.

그런데 왜 우리의 상사는 나에게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거나, 나와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하기는 커녕 나를 하나의 부품과 같은 리소스 정도로만 여기는 것일까요.
왜 나의 회사 후 개인적인 삶이 있다는 것을 존중해 주지 않는 걸까요.
그리고 그 상사도 똑같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걸까요.
(제 팀의 과장님은 늘 일찍 퇴근하고 싶다를 노래하고 계십니다만, 퇴근하려는 직원에게 '벌써 어디가요?'라고 하신다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것은 상황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시스템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사람을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도록 이끌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속한 회사가, 그리고 내가 속한 학교나 사회가 그런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변화를 외쳐봐야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이상(관리와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이겠죠 보통) 다른 부분이 바뀔 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시스템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우리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우리 힘으로는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일까요?

짐바르도 박사는 사람이 상황에 굴복하면서 갖게 되는 부작용 중의 하나이자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요소중의 하나로 '왜곡된 시간인식'을 꽂고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이 변해 버리고 포악해 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본인이 인식하는 시간이 '현재 이 순간'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학교 다닐 적 여러분이 꽤나 고생했던 숙제나 프로젝트, 시험의 데드라인을 생각해 보세요. 데드라인을 넘기기
전까지는 여러분은 다른 걸 생각조차 못합니다. 밤을 새서라도 반드시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이 상황에 누가 어디 바람 좀 쐬러 가자거나, 고민이 있으니 얘기 좀 들어달라고 하거나, 술 한잔 하자는 소리가 귀에 들어올리 만무합니다. 정공법으로 노력해서 해결하든, 친구의 것을 카피(?)하든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극복을 하려고 듭니다. 제발 이것만 끝나면 좀 쉬어야지... 라고 하지만, 끝나는대로 바로 뒤이어지는 또다른 것이 기다리고 있죠.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군대, 회사... 여러분, 다들 이런 데드라인의 압박에
시달리며 살지 않으셨나요? 

상황의 힘에 시달리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미래'에 관한 인식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 학교 입학 때라던가 회사에 입사 후 연수때... 지금부터 5년 후의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그려보라는 질문을 받으신 적 있지 않으세요? 그때 뭐라고 쓰셨나요. 그 꿈이 무엇이었든 간에 여러분은 5년 후의 미래에 나는 무엇을 하고 살면 좋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겠죠. 잘 떠오르진 않아도 말입니다.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미래 꿈꿔야_4
http://farm1.static.flickr.com/142/327994546_a64d0a3605.jpg?v=0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5년 후 미래에 무엇을 할지 그려보며 살고 계시나요? 당장 오늘 하루, 이 한주의 일도 모르겠고... 다른건 모르겠다라고 하신다면 확실히 상황의 힘에 압도당하고 계시겠죠. 

문제는 이겁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현재의 내 상황을 가늠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6학년 전후로 배우는 내용이 아마도 '정수'였을 것입니다. 기준이 0이 되고, 이전으로 마이너스,
이후로 플러스가 되는 정수 말입니다. 내 위치가 언제까지고 0이라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는 미래를 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조차도 없는 것이잖아요.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이전보다 더 자주 떠올려 보는건 어떨까요?
잊고 지냈던... 애인과, 배우자와 1년에 한번이라도 꼭 해외여행 가기로 했는데 꼭 가봐야지... 봉사활동을 너무 안했는데 이젠 꼭 해 봐야겠어, 더 늦기 전에 애인 꼭 만든다!, (저는) 오토바이 면허 빨리 딴다!, 세계여행 꼭 해 본다! 와 같이 말입니다. 그리고 계획을 러프하게라도 잡아 보세요. 그 계획을 이루기까지 뭐가 필요한지, 얼마나 걸릴지 말입니다.

확실히 그런 미래의 목표들이 구체화될 때, 현재의 구속되는 마음은 한결 수월해 질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의 일상에 다시 들어가시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만의 미래를 계속해서 키워가리라 다짐하며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가 되어 버리는 상황을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요.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루시퍼 이펙트, 상황의 힘, 시스템, 미래, 시간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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