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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천원’이라는 이상한 표기
<출동! 시민기자>
2008-09-22 07:26:10최종 업데이트 : 2008-09-22 07:26:1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경기도는 수도권통합요금제 실시와 최근 고유가로 인한 버스 이용객의 교통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중교통 운영개선 정책 아이디어를 9월 1일부터 1달간 공모한다. 

이에 대한 안내는 경기도 홈페이지(www.gg.go.kr) 초기 화면에 뜨고 있다. 도는 지난 2007년도부터 대중교통 시책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번 아이디어 공모도 이 정책의 연장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실무부서와 전문가들의 면밀한 심의(자문)를 거쳐 시행 가능한 아이디어는 2009년도 사업에 반영하여 추진하고, 장기 검토가 필요한 제안들은 보완을 통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도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상금 제도를 두고 있는데, 많은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교통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15천원'이라는 이상한 표기_1
'15천원'은 읽기에도 불편하고 의미 해독도 어렵다. '만 오천 원'으로 표기하면 읽기 쉽고 이해도 빠르다.
그런데 이 안내에 포상금 표시가 마음에 걸린다. 즉 아이디어를 실무부서에서 세부검토 후 채택 가능한 아이디어 제안이면 '15천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제공할 예정이란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기관에서 생산하는 문서에 보면, '시 예산 3,000천 원과 도 예산 25,000천 원으로 도서관 사업을 지원하오니 ……'하면서 헷갈리는 숫자를 표현한다.   
이러한 단위 표현은 익숙하지 않아서 한참 계산을 한 후에 정확한 금액을 확인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돈과 관련된 표현을 할 때 이렇게 천 단위의 표현을 한다. 이는 미국의 문화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천 단위로 숫자가 끊어진다. 예를 들어 1,000은 'thousand', 10,000은 'ten thousand', 100,000(십만)은 'hundred thousand'라고 읽는다. 또 1,000,000(백만)은 'million'이고 10,000,000(천만)은 'ten million'이 된다. 이러한 언어적 습관이 우리에게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는 수를 적을 적에는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로 만 단위로 띄어 쓴다. 그에 따라 예전에는 네 자리마다 자릿점을 찍었다. 그러다가 6.25이후 미군이 들어오고 미국식 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도 수의 자릿점을 천 단위로 찍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가 변한 마당에 무조건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15천원'이나 '3,000천 원과 25,000천 원'은 읽기에도 불편하고 가독성이 떨어진다. 흔히 입으로 말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이 같다고 할 때 '언문이 일치'한다고 하는데, 결국 숫자를 말할 때는 언문일치(言文一致)가 안 되는 꼴이다. 

이때는 그냥 '만 오천, 3백만, 2천오백만'으로 표현하거나 '15,000원, 3,000,000원, 2,5000,000원'으로 표기했으면 한다. 신문 등은 '미국에서 4만원 청바지, 국내에선 15만원에 팔려'라며 읽기 쉽게 쓰고 있는데, 유독 관공서에서 발행하는 공문서는 낯선 표기를 하고 있다. 관습에 얽매이기보다 읽기 쉬운 표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에 제시한 경기도 홈페이지의 안내문 '정책 아이디어를 9월 1일부터 1달간 공모'에서 '1달간'도 어색한 표현이다. '1'은 '일'이다. 이때는 '한 달'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필자는 숫자를 한글로 적기를 제안한다. '나이 17살'보다는 '나이 열일곱 살'이 좋고, '세종대왕이 28자를 만드시고'보다는 '세종대왕이 스물여덟 자를 만드시고~'고 자연스럽다. 이 또한 말하는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니 언과 문이 일치하는 언어생활로 가는 것이다.  

참고로 '너 같이 오륙천 원씩 학교에 디밀고 제 손으로 가르친~(염상섭의 '삼대' 중에서)'처럼, '원'은 단위를 나타내기 때문에 띄어 쓴다. 하지만 숫자와 어울려 쓰이는 경우는 붙여 쓸 수 있다. 그래서 '80원'이라고 쓰면 역시 눈에 쉽게 들어오고 읽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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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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