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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 구별해서 써야
2008-05-14 19:07:44최종 업데이트 : 2008-05-14 19:07:4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운전 중에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운전 중에 라디오 방송 듣기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엊그제도 퇴근길에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이 시간에 최유라와 조영남이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퇴근길을 즐겁게 한다. 

이 방송은 청취자에게 인기가 많다. 일방적인 방송이 아니라 청취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사실 청취자의 이야기는 대단한 것도 없는 신변잡사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삶이 표현된 것이다. 
그런데도 감동이 있다. 그 속에는 삶의 진실이 있다. 생활의 애틋함이 묻어 있다. 그리고 때로는 청취자의 목소리는 시대의 공분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준다. 

지난 금요일에도 나이가 제법 든 여인이 전화로 연결되었다. 그 여인은 남편과 어려운 살림살이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반지도 비싸지 않으면서, 어려운 가운데 장만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귀중한 결혼반지를 잃어버려서 자신을 자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이 계속 '반지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더욱 진행자도 이 여인의 말에 '어떻게 하다가 잊어버렸냐?'며 맞장구를 친다.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는 의미가 다르다. 반드시 구별해서 써야 한다. 둘의 의미를 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 잃어버리다
1.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아니하게 되다.(길에서 돈을 잃어버리다/복잡한 백화점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2.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평생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에 그는 화가 났다.) 

3. 사람이 몸이나 마음속에 가졌던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지다.(기력을 잃어버리다/용기를 잃어버리다/입맛을 잃어버리니 제대로 먹는 것도 없고, 그러니 힘이나 쓸 수 있겠어요?) 

4. 어떤 대상이 본디 지녔던 모습이나 상태를 아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다.(명성을 잃어버리다/매력을 잃어버리다.) 

5. 길을 아예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 못하게 되다.(산에서 길을 잃어버려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겠어요.) 

6. 같이 있거나 같이 길을 가던 사람을 놓쳐 헤어지게 되다.(아이를 잃어버리다.) 

7. 의미나 의의가 아주 없어지다.(나는 이제 내가 살아야 할 의미를 잃어버렸어. 아무 의욕도 일어나지 않아.) 

○ 잊어버리다 
1. 한번 알았던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거나 전혀 기억하여 내지 못하다.(나는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렸다.) 

2. 기억하여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전혀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그는 급한 나머지 지갑을 잊어버리고 안 가져왔다./그는 평등사상이라는 말에 빠져 자기가 천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한 여사는 그런 말이 자기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황석영, 한 씨 연대기≫) 

3. 일하거나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나 고통, 또는 좋지 아니한 지난 일을 전혀 마음속에 두거나 신경 쓰지 아니하다.(그는 자연에 묻혀 살면서 마음의 상처를 다 잊어버렸다./망우리! 과연 이 동네에서는 모든 근심 걱정을 잊어버리고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누워 있는 것일까.≪법정, 무소유≫) 

4. 본분이나 은혜 따위를 마음에 새겨 두지 아니하고 아주 저버리다.(자기 본분을 잊어버리다/그는 부모의 은혜를 잊어버리지 않았다.) 

5. 어떤 일에 열중한 나머지 잠이나 끼니 따위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다.(그는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공부에만 몰두하였다./아이는 정신없이 노느라고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다.)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자주 혼동한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이다. 앞의 청취자는 '가졌던 반지가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아니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해야 한다. 반면 강원도 일부 산간 지방에 5월에 눈이 내린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계절을 잊어버린 용평의 함박눈'이라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최유라와 조영남이 진행하는 방송은 청취자가 많다. 청소년도 많이 듣고 있다. 방송은 전파력이 또한 대단하다. 바른 표현을 사용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이 방송은 라디오 방송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수시로 방송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술적인 도움만 줄 것이 아니라, 청취자의 화법에 오류가 있을 때 바로 잡아주는 제작 태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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