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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 목적이 우선하는 사회? - 일본인의 영어
왠지 앞뒤가 바뀐 우리나라의 영어 열풍이 아쉬워지던 하루
2008-05-16 10:33:33최종 업데이트 : 2008-05-16 10:33:33 작성자 : 시민기자   송인혁
일본을 다니며 제가 경악했던 것 중의 하나는, 일본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아예 영어의 영자로 모르는 사람들, 이렇게 양 극단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신주쿠의 맛있던 라멘 집에서 아저씨와 의사소통을 하는데, 제가 원했던 라멘이 다소 크기가 커 보여서, 스몰 사이즈를 원했습니다. 
이거 스몰 사이즈 없냐고 물었는데,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NOT BIG, I want SMALL size 이랬더니, 아저씨가 아아~ 비이익~ 싸이즈. 그러길래 노노, 노 빅 사이즈, 낫 빅 사이즈~ 그랬더니 하이 하이! 하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들렀던 라멘 가게

그런데 OTL... 초 특대 사이즈의 라멘이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원 참... 처음엔 이 사람이 장사속으로 이러나 싶었는데, 아.. 여행 내내 느꼈던 게 '영어가 안되도 이렇게 안될 수가 있나?'였습니다.


                   와이프가 주문한 미디움 사이즈 라멘



                   저한테 준 비쿠 사이즈 라멘 -.-;


그러다가 피어슨 센터라는 곳을 찾아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길을 찾다찾다가 포기하는 상황 직전이었습니다.
시무라 약방이 찾는 건물의 1층에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가...

여기 어디를 찾아봐도 제가 읽을 수 있는 시무라 약방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
게다가 시무라 빌딩인지... 건물 이름을 봐도..


난감하더군요. ;;;

딱 보니 건물 한켠에 파출소가 있었는데, 경찰 한명이 기다란 목검을 딱 받치고 근엄하게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생긴게 무섭게 보였습니다만, 민중의 경찰 아닙니까. 그래서 가서 "쓰미마셍 센세" 했더니, 무섭던 모습이 순식간에 친절한 모습으로 급변하더니 하이! 하며 반기는 거였습니다. 

"I'm looking for Shimura Building"
암튼 그래서 이라고 했더니, 아... 시무라 빌딩~ 하더니, 벽에 붙어있던 큰 지도를 바닥에 내려서 어줍잖은 영어로 저를 안내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유 히어! 고 아웃! 레프트! 고 고! 레프트! "하며, 근처에 있는 건물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영어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하면 다 알아듣겠죠. 사실 일본에서 여행하는 동안 의사소통 때문에 큰 불편함은 그닥 못 느꼈으니까요. 
일본 뿐만 아니라 여느 나라라 할지라도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다만, 의아했던 것은 중고딩들 조차도 영어를 못하는 애들은 심하게 못하는 거였습니다. 
얘네들 학교에서 영어 공부도 안하나? 아니면 진짜 일부러 못 알아듣는척하나... 근데, 걔네들의 태도로 봐서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식당에서도 그렇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도 그렇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심하게 못했습니다. 
반면에 영어를 하는 애들은 중간 이상은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왜 이럴까... 일본의 또 양극을 보는건가... 싶었는데요...
그러다가 살짝 든 생각이, '일본에서는... 학생들의 경우 대학을 가는 애들만 영어를 하고, 아닌 애들은 아예 직업세계로 바로 뛰어들기 때문에 영어를 아예 제대로 안 배우는게 아닐까? ' 였습니다.
TV를 틀어봐도 그렇고, 거의 왠만한 외화나 외국어가 나오는 방송은 예외없이 주음성이 일본어로 통역해서 나오거나(듣기에 불편하게 느껴지긴 했습니다만), 음성다중으로 제공을 하더라구요. 
반면에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로 가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생각외로 영어 소통이 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은 의외로 일본인 특유의 영어식 발음도 별로 없었거니와 일본식 영어도 제법 알아들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에 의문이 들던 차에 한국에 돌아와서 여기저기 웹질로 찾아봤더니, 분명히 이유가 있더군요. 
일본인의 영어는 확실히 목적 보다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더 비중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니깐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영어가 필요하면 영어를 배운다고나 할까요. 
영어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의 수단인 거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구요. 우리가 알다시피 일본에는 장인이라던가 자기의 소임에 대단히 충실한 사람들이 많고, 또 그런 직업이나 사회가 존중받는 사회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일본만큼 번역서가 많은 곳도 드물 정도라는 것도 이런 이유를 뒷받침하는 한 단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는 제 친구 수현군도 일본인들이 영어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강한 국력 때문이기도 하고, 넓은 땅, 많은 인구, 넓은 시장. 사실 위기상황에서 내수만으로도 일본은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의 적지 않은 시장이기도 할테니까요. 

물론, 일본인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글을 소개하는 블로그의 번역된 글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인들 스스로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인지를 크게 못하고 있어 보이긴 했습니다. 
그들 스스로야 일본의 영어 교육 시스템이라던가 기타 공교육 시스템에 회의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만 (의외로 우리가 그렇듯 일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나 일본 사회의 심리적 만족도가 대단히 낮은 것도 또 사실이더라구요), 
확실히 일본은 내가 원하지 않으면 굳이 영어를 쓸 이유도 없는 나라인 것 같았습니다.

길거리 곳곳에 한국어나 영어 간판이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필요한 일본어를 익히지 않으면 우리가 더 불편한 나라인 셈이죠. 
근데 이게 당연한 것이 맞죠? 내가 어느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말을 해야 하는거지, 그 나라 사람이 나의 말을 이해하고 말해 줄 필요는 전혀 없는거죠.

그런데... 우리를 돌아다보면 다소 앞뒤가 바뀐 면이 많이 보입니다.
진짜 우리가 외국인을 평소에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회사에 외국인들이 제법 많지만 뭐 영어 쓸일이 그닥 없죠. 어쩌다가 아주 드물게 길을 묻는 외국인이 있을지 몰라도, 외국어 학원이나 수업이 아니면 접할길이 아주 요원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온 나라가 영어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60세가 넘은 분들까지 영어를 배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영어를 우리 생활에서 늘 접하고 있다면, 저절로 영어는 늘게 되어 있지 않을까요?
실제 native들과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배우게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루에 한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을 제한된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나머지 시간을 한국어로 생각하고 대화하고, 독백하는데... 영어를 잘 하는게 더 신기하지 않을까요. 

필요해서 영어를 배우는게 아니라, 영어 그 자체에 매달리는 모습. 너도 나도 TOEIC은 한번쯤 다 쳐 봤다는거. 참.. 우습죠. 온 사회가 영어가 하나의 목적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 영어가 우리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 걸까요. 우리의 사고와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일본을 칭찬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한번쯤 우리 자신을 돌아다 보아야 하는 부분이 이 수단과 목적의 전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뭔가를 이용하는 것. 그런 것이 정말 우선시해야 하고, 나아가 하고 싶은 것만 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저의 너무 큰 바램일까요~ =)

p.s.
친구 진태군이 이와 관련된 지식채널 e EBS 프로그램 동영상을 알려주었습니다. 음악 때문인지 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네요. 여러분도 같이 감상 해 보세요! Thanks 진태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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