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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시험 마지막 단계 ‘퇴고’, 반드시 해야
2008-01-15 13:57:07최종 업데이트 : 2008-01-15 13:57:0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당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 : 자는 낭선(浪仙), 777~841]가 말을 타고 가면서 시 '이응의 유거에 제함[題李凝幽居]'를 짓기 시작했다.

이웃이 드물어 한거하고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풀숲 오솔길은 황원에 통하네 草徑入荒園(추경입황원)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고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그런데 마지막 구절인 '중은 달 아래 문을……'에서 '민다[推]'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두드린다[敲]'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여기서 그만 딱 막혀 버렸다. 그래서 가도는 '퇴'와 '고' 이 두 단어만 정신없이 되뇌며 갔다. 

이때 말이 마주 오던 고관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행차의 주인공은 당대(唐代)의 대문장가인 한유(韓愈)로 그의 벼슬은 경조윤(京兆尹 : 도읍을 다스리는 으뜸 벼슬)이었다. 한유를 수행하던 병졸은 분노하며 가도를 말에서 끌어내렸다. 
한유 앞에 끌려온 가도는 먼저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솔직히 말하고 사죄했다. 그러자 한유는 노여워하는 기색도 없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엔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 '두드린다'는 '고(敲)'가 좋겠네."

이를 계기로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퇴고(堆敲 - 推:밀 퇴 옮을 추. 敲:두드릴 고)'라는 단어이다. 이 표현처럼 일단 완성된 글을 다시 읽어 가며 다듬는 일을 '퇴고'라 한다.

완벽한 드라마도 옥에 티처럼 결점이 있다. 그렇다면 논술 시험 중에 바쁘게 써 내려 간 글은 결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퇴고 작업을 거쳐서 글을 깔끔하게 다듬어야 한다. 
퇴고는 글을 더 매끈하고 다듬고 글쓴이의 주제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거쳐야 할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퇴고는 다음 세 가지 원칙이 있다.
 ① 부가의 원칙 : 미비한 부분, 빠뜨린 부분을 첨가·보충하면서 표현을 자세하게 한다.
 ② 삭제의 원칙 : 불필요한 부분, 지나친 부분, 조잡하고 과장이 심한 부분 등을 삭제하면서 표현을 간단명료하게 한다.
 ③ 재구성의 원칙 : 글의 순서를 바꾸거나 어휘를 바꾸어 효과를 더 높일 수는 없는가를 살펴본다. 적절한 것으로 변경하여 주제 전개의 양상을 고쳐 나간다. 

퇴고의 방법은 '숲을 보고 나서 나무를 본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글을 전체적으로 보고 나서 부분을 점검하라는 뜻이다. 
퇴고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글 전체의 구조(서론-본론-결론)이다. 
이때도 분량에 따라 서론과 결론은 1/5씩한다. 예를 들어 1,000자의 글을 쓸 때는 서론과 결론은 200자씩이고 본론은 600자 정도이다. 
이때 단락은 본론을 두 단락 정도로 하면 전체적으로 네 개의 단락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400자로 요약하거나 600자로 쓸 때는 이런 조건과 관계없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유의사항에 따라 쓴다. 

세부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① 전체의 검토
 가. 주제는 처음에 글을 쓴 의도 및 동기와 일치하는가?
 나. 주제 외의 다른 부분이 오히려 강조되어 주제가 흐려지지 않았는가?
 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제재가 주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쉽게 씌여져 있는가? 

② 부분의 검토
 가. 문단 간의 연결이 잘 되어 있으며, 중요도에 따라 적절한 비율이 지켜지고 있는가?
 나. 문단이나 문장 간의 접속 관계에서 논리적인 모순은 없는가?
 다. 비문이나 모호한 문장은 없으며, 효과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는가? 

③ 어휘의 검토
 가. 글의 주제와 분위기에 알맞은 어휘를 선택했는가?
 나. 적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표현했는가? 

④ 표기법 및 문장 부호의 검토
 가. 맞춤법 및 띄어쓰기가 바르게 되어 있는가?
 나. 문장 부호의 사용은 적절한가? 

⑤ 자연스럽게 검토: 소리를 내어 읽어 보았을 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곳은 없는가? 

⑥ 최종적인 검토 : 퇴고를 다 끝내고 나서 다시 한 번 부족한 곳이 없는지 살펴본다. 

이러한 단계를 논술 시험 중에 점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평상 시 논술 시험 준비를 이렇게 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논술 공부를 할 때, 시험을 보는 것처럼 모의 훈련을 한다면 시험장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퇴고할 때의 유의점도 있다. 
퇴고의 첫 출발은 자기가 쓴 글을 읽는데서 출발한다.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면서 읽어라. 그러면 낭독 중에 어색한 곳이 발견된다. 이 과정을 서너 번 하면 좋은 글을 쓴다. 또 남에게 글을 보여주고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흠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부끄럽다고 생각지 말고 자신의 글을 남에게 보여야 한다. 

논술 시험은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대부분 논술 시험이 2시간 이상이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서울대의 경우도 5시간 동안 인물계열 세 문항, 자연계열 네 문항의 시험을 치르지만, 각 문항에 또 세 문항씩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적절히 나눠서 시험에 임해야 한다. 

특히 시간 안배를 적절히 하지 못해 시간이 모자란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때도 시간을 딱 맞춰 끝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20분 이상은 남기겠다는 각오로 써야 한다. 그리고 20분 이상 남긴 시간에 반드시 퇴고하는 단계를 거친다. 

꼭 논술 시험뿐이 아니다. 문예적인 글을 쓸 때도 퇴고는 필수적 작업이다. 유명한 문인도 글을 술 마시듯 술술 쓰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에게 좋은 글을 내놓기 위해 뼈를 깎는 퇴고 작업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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