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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한옥기술전시관을 찾아서
어린 시절 시골집 향수 오롯이 피어올라…부뚜막 추억도 가마솥만큼이나 가득
2020-02-24 14:13:33최종 업데이트 : 2020-02-24 16:27:47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한옥기술전시관, 한옥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한옥기술전시관 외관.

밤비가 끝없이 하염없이 내린 아침 한옥기술전시관 기왓장은 할머니의 곱게 빗은 머릿결 같이 촉촉해 보인다. 습기를 머금고 있는 아침 공기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것일 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은 아니다.

 

어쩌다 지인이 수원에 올때나 미술관에서 자원봉사할때면 관람객 중에서 수원 시내 몇 시간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할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물어온다. 그러면 나는 한옥기술전시관에서 수원시립미술관으로 화성행궁과 길 건너 수원화성박물관 길을 알려준다. 그리고 수원천변을 따라 몇 개의 재래시장이 있는 곳에서 끼니를 때우라고 한다.

수원한옥기술전시관-수원시립미술관-화성행궁-수원화성박물관을 위치표시한 약도

수원한옥기술전시관-수원시립미술관-화성행궁-수원화성박물관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나 역시 가끔 같은 길을 걷는다. 21일 '한옥기술전시관'을 찾았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살던 향수가 오롯이 피어오른다. 옛날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뛰어놀다 붉으스레 손등이 튼 손으로 콧물 훔치며 집으로 돌아올 때 으래 솜이불이 깔려있는 아랫목으로 두더지 제집 찾 듯 쏙 들어갔다. 이불속에는 밥그릇이 두어 개가 다소곳이 숨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아랫목 아니 온돌방은 없다. 장소가 비좁은 탓일까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을까? 이처럼 어릴 적 생각으로 '한옥기술전시관'에 들어가면 한옥에 관한 여러 가지 모형과 그림과 설명이 나열돼 있어 나만의 추억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한옥기술전시관 내부, 한옥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사진과 모형을 곁드려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한옥기술전시관' 내부, 한옥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사진과 모형을 곁들여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온돌방 하면 숯가마나 찜질방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전기나 온수로 방 전체를 골고루 데펴진 온돌방과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 아랫목이 까막게 탄 온돌방은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불기운이 방바닥 밑으로 난 방고래를 통해 퍼지도록 하여 방바닥 전체를 덥게 하지만 입구와 출구가 있어 온도의 차이가 있다.

따뜻함의 차이가 있기에 윗목과 아랫목이 있어 아랫목은 때로는 잠자리가 되고 때로는 밥먹는 장소가 되며 때로는 거실이 되는, 다용도 생활공간이다. 우리집에서는 윗목에 수수깡으로 만든 울타리를 치고 고구마를 저장했었고 콩나물도 길렀다.

 

온돌에는 부뚜막의 추억도 가마솥만큼이나 가득하다. 젓은 콩대로 불을 지피다가 매운 연기를 마시며 곤혹스러워했던 일이며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가 부쳐주는 김치전을 먹던 생각이며 솥뚜껑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수증기처럼 어린 시절의 향수가 온몸으로 퍼진다.

 

'한옥기술전시관'이 있는 수원에 하루가 멀다 하고 지어지는 건물 사이로 남아있는 한옥집은 어디에 있을까. 이를 한데 묶어 '한옥기술전시관'과 연계 학습 또는 체험길을 생각한다면 관광객에 몸살을 앓는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처럼 부작용이 더 클까?

작년 수원농악단의 행사모습, 행궁광장에서 관람객이 북적이며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그리워진다

작년 수원농악단의 행사모습, 행궁광장에서 관람객이 북적이며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그리워진다

'한옥기술전시관'을 뒤로하고 다가선 수원시립미술관도 행궁광장도 오늘도 조용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영향일 게다. 옛 조상 들은 잡귀 잡신을 어떻게 물리쳤을까?

 

우리나라는 몹시 안타깝고 한스러운 마음으로 슬퍼하며 탄식하기에 앞서 집안이 잘되라고 고사소리를 했고 흉살을 미리 피하려고 살풀이굿을 했으며 액땜을 위해 액맥이타령을 불렀다. 정월 이월에 드는 액은 삼월 사월에 막는다고 한다. 곧 춘삼월이 다가온다.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가 봄기운에 한풀 꺾여 아침햇살에 아침 안개 사라지듯 하였으면 한다.


'한옥기술전시관' 해설사가 "코로나-19 때문인지 관람객이 예전만 못하다"면서 "옛것을 찾아보는 것도 있지만 개량 한옥도 소개되어 있으니 자주 찾아주면 좋겠다"면서 아쉬워하던 모습이 선하다.


수원도 예외가 아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금 새롭게 한국인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밑바탕의 든든한 힘을 믿어본다. 수원은 정조가 품은 고을이 아니던가.

강남철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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