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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기차소리로 낭만 묻어나던 동네, 고색동
산업화 물결로 특화지역으로 변모…사통팔통 도로망 갖추고 첨단 벤처밸리 들어서
2019-09-02 12:50:23최종 업데이트 : 2019-09-02 12:51:3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청극
고색동 첨단산업단지 전경(2007. 10. 25).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유명식

고색동 첨단산업단지 전경(2007. 10. 25).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유명식

1980년 이전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고색동(古索洞)은 비가 좀 많이 오면 택시가 잘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다. 수원의 관문인 수원역에 내려 평동이나 고색동을 가려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수원역 세류동에서 평동을 잇는 세평지하도에 물이 차는 일은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수원역에서 평통까지는 지금의 세평지하도 옆 좁은 굴다리(당시 불빛이 희미해 안전에 위험했음)가 유일한 통행로였다. 주변의 기찻길은 오히려 교통의 큰 장애였다.

그런가하면 고색동하면 수인선(협궤철도) 기차소리로 낭만이 묻어나는 동네였다. 수원시, 화성군, 안산시, 시흥시 인천광역시를 연결하는 주요 내륙의 교통수단이었던 철도는 1937년 7월19일에 완공한 후 8월6일에 정식 운행됐다. 총길이 52㎞로 58년간 운행되었다가 1973년 7월13일 구간 중 처음으로 남인천과 송도간 5㎞가 도시계획으로 폐선되었다가 1995년 전 구간이 운행을 종료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평동과 고색동을 잇는 평고교 주변 하천의 현재 모습

평동과 고색동을 잇는 평고교 주변 하천의 모습

고색동의 역사는 1949년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될 때 화성군 용복면 고색리가 되었다가 1963년 수원시 평동으로 편입되어 고색동으로 개칭된 것이다. 현재 법정동인 고색동은 행정동인 평동에서 관할한다. 고색동은 도고산 밑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고색골이라 한데서 유래한다. 옛 지명인 쪽박산에서는 1989년 고분이 발견되어 경질(硬質)토기가 채집되기도 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지명이지만 솔대는 활터로 군사병기창과 훈련장이 있었다. 움말은 쉿물을 부어 솥을 만드는 가마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진들은 큰 말 앞에 있는 들로 젖은 들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고색동은 예로부터 넓은 들이 있어 황토에서 재배한 쌀이 유명했다. 수원천과 황구지천을 끼고 풍부한 물이 있고 토지가 비옥하여 수원의 유명한 곡창지대이기도 했다. 또 농촌진흥청(2014년 전주청사로 이전)이 있어 농업기술을 보급받는데 그만큼 유리한 점도 있었다.

여기에 따른 방앗간의 역사가 깊다. 고색향토문화전시관을 가면 방앗간의 전시모형을 통해 버튼을 누르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데 기계에 따라 정선, 현미분리 등의 순서로 쌀이 도정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수 있다.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고색동 민속 줄다리기는 고색동의 전통민속축제로 매년 행해지고 있다. 신라시대 이전 상고시대부터 풍년농사 기원과 군사훈련 방법으로 행하여 진 것으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 줄다리기를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지역이 단합하고 협동하는 향토애를 갖게 하는 전통행사이다. 이런 행사로 큰 말(큰 동네)과 작음 말(작은 동네)이 연합한다는 의미도 컸다.
사통팔통으로 잘 연결된 도로망(동탄, 봉담, 호매실 등)

사통팔통으로 잘 연결된 도로망(동탄,봉담, 호매실 등)

수원시는 2006년 고색동 645번지 일원에 5798억원을 들여 125만7580㎡ 규모의 대단위 '고색산업단지'를 조성했다. 덩달아 사회간접자본의 인프라가 갖추어졌다. 도로는 사통팔통으로 연결되었고 자연히 이동인구가 많아 교통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국내 유일의 완성드론 제조업체 '바이로봇'사 등 각종 IT업종과 신재생에너지(태양열 등) 업체들이 들어섰다.

1단지에는 IT업종이 많은 편이라 아파트형 공장이 많다. 수원첨단벤처밸리가 이 곳에 있다. 2, 3단지 역시 규모가 큰 제조업체를 비롯하여 중소업체가 산재되어 있다. 만 명 훨씬 넘는 근로자들로 인해 주변에 특화된 식당가가 생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주변의 동탄과 봉담, 호매실동으로 연결하는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는데다 수원시가  원활한 인적물적 유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퇴근시간에 산업단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수원역까지 왔는데 심한 교통체증은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과거의 농토가 순식간에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옛 고색이 산업화의 물결에 힘입어 새로운 수원시의 특화된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고색동 주택가 한복판의 작은 도서관이 문화를 말한다.

고색동 주택가 한복판에 들어선 작은 도서관

그러나 계획화된 도시가 아니라서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고 주택가로 접어들면 도로가 비좁아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차공간이 좁은 것도 보행안전에 문제가 된다. 아파트 역시 소규모 단지가 대다수여서 개발이 더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녹지공간을 활용해 공원 등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요구되고 있다.
수원산업단지 옆 '고색중보들공원'이 주민의 휴식처이다

수원산업단지 옆 '고색중보들공원'이 주민의 휴식처이다.

뒤늦게 만들어진 산업단지 4거리 근처에 '고색중보들공원'이 주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길게 조성된 보행길은 산책코스로 매우 적합하다. 출퇴근 시간대 주변산업단지로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공원과 연결한 산책로를 확충하기 위해 지난 3월27일부터 10월말까지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산업단지 사거리를 중심으로 동탄 방향 도로 옆은 산책로로 봄과 가을엔 계절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다.고색산업단지 사거리 양쪽 긴 보행도로가 산책로이다

고색산업단지 사거리 양쪽 긴 보행도로가 산책로이다.

큰 말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작은 말로 이사한 김종열(남, 76세, 고색동)씨는 "옛날 '고새기'라고 불리던 시절에 비하면 주변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발전했다"면서 "그러나 복지관 등 노인을 위한 시설이 전무하고 교통 여건이 열악해 이곳까지 들어오는 전철이 빨리 착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제 '큰 말'과 '작은 말'이라는 말이 잊혀져가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 옛날처럼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음은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청극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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