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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동성 구간 시원해져
동1포루, 동1치, 동포루 주변 내탁 복원
2020-10-22 14:26:09최종 업데이트 : 2020-10-22 14:26:06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화성 동성 구간 성 안쪽이 말끔하게 정비되었다.

수원화성 동성 구간 성 안쪽이 말끔하게 정비되었다.


가을날 수원화성은 서북각루 밖, 방화수류정에서 동북포루, 연무대, 동북공심돈에 이르는 성 밖, 동남각루 밖에 있는 억새 숲이 장관이다. 수원화성은 사계절 아름답고 답사 객이 끊이지 않는다. 멀리 억새의 명소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수원화성에서 은빛물결을 즐길 수 있다. 억새 숲 뒤로는 수원화성 성벽이 고풍스럽게 이어진다.

성지를 순례하듯 수원화성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재 안내문을 읽으면서 답사하다보면 어느새 문화재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처음에는 문화재 안내문의 범주에서만 수원화성이 보이겠지만 답사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전에는 안보이던 것이 보이게 된다. 앎의 지평이 넓어질수록 궁금증도 많아지는데 이런 단계가 되면 화성성역의궤를 읽게 된다. 아무리 번역본이라 해도 화성성역의궤를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충분히 있어야한다. 건축, 역사 등을 바탕으로 의궤를 연구하듯 읽다보면 어느 날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안목을 가지게 된다.


수원화성 동성 구간 성 안쪽이 말끔하게 정비되었다. 동1포루 주변 모습.

수원화성 동성 구간 성 안쪽이 말끔하게 정비되었다. 동1포루 주변 모습.


탄탄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동시대, 동서양의 건축양식이나 성곽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면 문화상대주의에 눈을 뜨게 된다. 우리 문화만 우월하고 남의 문화를 원시적으로 보면 결코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할 수 없게 되며 그런 편견으로 인해 보편성을 상실하고 우리 문화만의 독특한 아름다움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어쩌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아프리카, 아마존 원주민이나 오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언어, 생활양식, 음악 등을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봐야만 그들의 역사와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원화성 창룡문에서 동1포루 구간 모습.

수원화성 창룡문에서 동1포루 구간 모습.



수원화성을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맹점이 바로 문화적 우월주의와 편견에서 기인한다. 수원화성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수원화성 축성 당시인 1790년대를 조선의 시계와 세계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냉정하게 바라봐야만 다른 차원의 수원화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정조대왕(1752-1800) 시대에 청나라는 건륭제(1711-1799) 시기였고, 정조가 왕위에 오른 해에 미국독립선언(1776), 프랑스대혁명(1789) 등 세계사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홍대용(1731-1783), 박지원(1737-1805), 박제가(1750-1805), 정약용(1762-1836), 김정희(1786-1856) 등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서양에서는 칸트(1724-1804), 헤겔(1770-1831), 베토벤(1770-1827) 등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다양한 관점에서 수평적인 시각을 가져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수원화성 동1포루 안쪽 내탁 복원한 모습

수원화성 동1포루 안쪽 내탁 복원한 모습


최근 수원화성 답사 중 창룡문에서 동남각루 방향으로 가는데 성벽 주변에 변화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 안쪽에 바짝 도로가 붙어있어 답답했는데 이곳을 원래 있었던 모습대로 내탁 형태를 복원했다. 화서문에서 장안문 구간, 장안문에서 화홍문 구간의 성벽을 보면 성 밖은 돌로 쌓고 안쪽은 흙을 다져서 쌓았는데 내탁이 잘 보존된 구간이다.


수원화성 동포루 주변 모습

수원화성 동포루 주변 모습


화성성역의궤의 '화성의 전체 국면'을 보면 "성의 높이는 2장(丈, 1장은 10 영조척으로 약 308cm)을 기준으로 하였는데 산 위에서는 그 5분의 1을 감하고 모두 돌로 쌓았다. 돌은 길이로 세워서 배열하여 쌓아 그 뿌리가 깊게 하였다. 다음에는 자갈을 뿌리 둘레에 쌓고 몽둥이로 바수어 굳게 다져서 돌 사이의 틈을 채웠다. 다음에는 또 다시 자갈을 다져서 두께가 반 장 정도로 쌓아 올렸다. 다음에는 또 흙으로 겹쳐 쌓는데 이것이 내탁(內托)이라는 것이다. 성 두께는 아래는 대체로 5장 쯤 되고 위는 줄어들어 거의 3장정도 된다"라고 수원화성 축성법을 설명해 놓았다.


수원화성 북서포루에서 북포루 주변 내탁 모습.

수원화성 북서포루에서 북포루 주변 내탁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이 점차 진정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보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탁월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6가지가 있고 기본적으로 재질이나 기법 등에서 유산이 진정성을 보유하고, 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완전성이 있어야 한다. 수원화성은 등재기준에 2가지를 충족했고 완전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원화성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하느냐와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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