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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입춘첩 나누기 풍경
무당 굿보다 효험이 좋은 입춘첩 나누기
2019-01-28 14:24:52최종 업데이트 : 2019-01-28 14:19:5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수원박물관 문에는 입춘대길, 만사여의 입춘첩이 붙여있다.

수원박물관 문에는 입춘대길, 만사여의 입춘첩이 붙여있다.

수원박물관은 26일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까지 박물관 로비에서 입춘첩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입춘첩은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을 맞아 집안에 액운을 막고 다복과 경사를 기원하는 글귀를 말하는데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날 입춘첩 글씨는 수원박물관 내 서예박물관 근당 양택동 관장을 비롯하여 탄주 고범도, 인당 김지예, 은샘 김해정 등 서예가가 각각 한글과 한문으로 나누어 입춘첩 글씨를 써 주었다.참가자들은 입춘첩 용지를 참가비 1000원을 내고 구입하여 문구만 선택하기만 하면 전문 서예가가 글씨를 써주고 글씨가 마르기를 기다려 낙관도 찍어주었다. 이렇게 받은 입춘첩은 오는 2월 4일 입춘날 새벽, 날이 새기 전에 대문이나 방문 앞에 붙여 글의 내용처럼 한 해 동안 액운을 막고 다복과 경사를 기원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집집마다 대문에는 입춘대길(入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글씨를 써서 붙여 두었던 것을 본적이 있다. 어렸을 적 한문 글자를 조금 배웠을 무렵 비교적 쉬운 글자를 읽으며 '날씨도 추운데 왜 입춘이라고 하지 벌써 봄이 왔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야말로 24절기를 모르고 그냥 글자만 읽었던 때의 일이다. 
입춘첩나누기 유래가 적혀 있는 알림판

입춘첩나누기 유래가 적혀 있는 알림판

일 년 열두 달 24절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농경사회 농사력에 맞추어 행해지는 다양한 세시풍속과 시기에 맞는 놀이가 있다. 봄이 시작한다는 '입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 여름의 최고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 '입추', '동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24절기는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일 년 농사를 준비하면서 시기에 맞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절기 사이에는 월과 일이 홀수로 겹치는 날 즉 3월 3일 (삼짇날), 5월 5일(단오), 7월 7일(칠석) 9월 9일(중양절)을 양기가 가득 찬 길일로 여겼다. 설 추석 명절과는 또 다른 이런 절기의 세시풍속은 지금은 사라져 가는 농경문화의 흔적이다. 

입춘은 새해 첫 번째 절기로 '봄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다. 입춘첩은 2장으로 써서 八자 모양으로 나누어서 붙이는데 八자의 의미가 나눈다는 의미가 있어서 온갖 재앙이 소멸되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입춘첩은 중국에서 전래되어 우리나라 고려시대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도 '춘첩'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고려사 역사서에는 왕이 신하들에게 춘첩지를 내렸다는 기록과 함께 이날 관리들에게 하루 동안 휴가를 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붓을 들고 글을 쓰고 있는 근당 양택동 서예박물관장

붓을 들고 글을 쓰고 있는 근당 양택동 서예박물관장

입춘첩 행사가 진행되는 수원박물관 로비는 조용하지만 정성어린 글귀를 나누는 모습이 희망차 보였다. 입구에서는 용지를 받아들고 어떤 글귀가 좋을지 서성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와 나이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입춘첩 문구를 미리 준비해온 어르신도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좋은 문구를 찾는 어른들도 있었다. 입춘첩 문구를 고르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의 표정은 입춘첩의 글귀가 그대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지 희망에 찬 표정이었고 글귀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모습이었다. 

수지에서 왔다는 A씨는 인터넷 지역카페에서 행사소식을 보게 됐는데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아이들에게 좋은 뜻이 담긴 글씨와 또 한자를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온가족이 함께 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한 문구로 쓴 입춘첩을 받아들고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고른 입춘첩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참가자

자신이 고른 입춘첩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참가자

근당 양택동 서예박물관장은 "옛날에는 무당을 불러서 굿을 하는 것 보다 이 입춘첩을 한 장 붙이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입춘첩 나누기의 유래를 알려주었다. 옛날에는 임금이 이렇게 입춘첩을 내리면 지방 향교에서 그것을 따라서 썼고, 특히 부호 집안에서는 절대 입춘첩을 떼지 않고 그 기운이 그대로 역사가 되게 대문에 해마다 겹쳐서 붙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근당 양택동 관장은 4년 전에 이 행사를 처음 시작했는데 중국 역사박물관을 여행하던 중 입춘첩을 받기 위해 한 300m 길게 줄을 서는 중국인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입춘첩 나누기 행사를 기획해서 실시해 오고 있다고 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다', '만사여의(萬事如意) -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되기를', '영수가복(永壽嘉福) - 영원히 복을 자손만대에 내리다', '오복영문(五福盈門) - 오복이 집안 곳곳에 가득 차다' 등 입춘첩 문구처럼 올 한해도 행복이 가득 찾아오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효임님의 네임카드

입춘첩, 수원박물관, 서예박물관, 근당양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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