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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이 본 영화 ‘소공녀’
‘개취’를 아시나요?
2019-11-04 10:59:03최종 업데이트 : 2019-11-04 10:59:04 작성자 : 시민기자   박순옥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을 정도의 쌀쌀한 날씨인 30일 저녁 6시 수원시평생학습관 고고장에서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영화를 보고 여성학자 정희진과 이야기를 하는 토크 콘서트가 있었다.

정희진 작가는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박사, 서강대학교 강사, 한국여성의전화 전문위원, 여성가족부 자문위원을 역임하였고 『페미니즘의 도전』, 『정 희진처럼 읽기』,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혼자서 본 영화』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특히 『페미니즘의 도전』은 대학에서 여성학 교재로 쓰이고 있다. 경향신문 '정희진의 낯선사이'에 칼럼을 연재하며 다른 많은 곳에도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영화 '소공녀'는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가사도우미인 여주인공 <미소>의 이야기다. 미소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한솔이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새해가 되어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집'. 집 없는 청춘의 '도시'생활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훈훈한 고고장 모습

훈훈한 고고장 모습

영화가 끝나고 정희진 작가는 "영화는 참 잘 만든 영화예요. 이 영화에서는 가장 약자인 집이 없는 사람이 집이 있는 사람을 위로해요. 집이 없어 친구 집을 방문하는 미소가 집이 있는 친구들을 위로하죠. 그리고 집이 있는 친구들은 각자의 문제에 불행해 해요. 제가 첫 번째로 주목한 부분은 이 여성의 삶이 문제인가? 극단의 가난. 빈곤. 이것이 문제인가? 하는 거예요. 영화는 이 여성의 삶의 태도를 존중해야 할 문화로 보는 것 같아요. 젊은 여성들이 미소를 많이 지지하더라고요"라고 하였다.

이어서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 중에 하나가 하기 싫은 일은 많은 돈을 준다 해도 안 한다는 거예요. 이것은 기존의 자존감하고는 다른 것이죠. 고립적이면서 개인적인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 자본주의의 발전과 계급 문제죠. 국가나 사회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개인들이 등장한 거죠. 영화에 나오는 미소의 친구들은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못 받아요. 보상을 못 받으니까 아예 '안 하겠다'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이것은 포기하는 것이라고 봐요. 매우 위험한 생각인 거죠."

국가의 개인에 대한 통제가 적을수록 개인은 행복하고 자유롭다. 그렇다고 위태로운 생활을 하는 개인을 취향 존중이라는 이유로 내버려 둘 것인가 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이 영화가 그런 사회적 합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면 공론화가 되어 많은 의견들로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젊은 세대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한다. 필자도 젊은 자녀의 생각이나 취향을 존중하려 애쓰고 있으나 범위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귀를 뚫는다던가(몇 개까지 허용할까에 대한 갈등) 늦은 시간(몇 시까지가 늦은 시간인가에 대한 갈등)까지 귀가하지 않는 것과 문신, 콘서트, 게임 같은 문화적 성향에 정치성향이나 개인의 가치관에 관한 것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관점이 다르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정희진 작가가 강의하는 고고장의 모습

정희진 작가가 강의하는 고고장의 모습

작가는 "두 번째로 주목한 부분은 어떤 영화평을 보니 집 없이 살다가 '다치거나', '해치거나' 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이런 경우를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죠. 미소는 철학자처럼 살지만 사실은 다치거나 해치거나 하는 두 그룹의 사람들이 같은 사회에 있는 거죠. 영화에서는 이 정치색을 완전히 제거했어요. 약간의 판타지 영화죠"라고 했다.

작가는 이 사회가 젊은 여자가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데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다치기도 할 것이며 해치기도 할 것이 자명한데 저런 삶이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실제로 작가가 시골에 부모님이 살던 집이 비어 있어서 들어가 살려고 했더니 지인들이 전부 반대했다고 한다. 혼자 사는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뉴스에도 혼자 사는 여성을 따라 집에까지 들어가려 했던 남성과 창문으로 훔쳐보던 남성의 동영상이 나와서 집이 있어도 불안한 사회이다.

"영화를 마치 취향 존중 영화인 것처럼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취향은 굉장히 계급적이고 개인주의적 개념이에요. 아주 특이한 개념이죠. 저 사람의 취향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특히 문화적 자본) 우리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 이 영화에 취향이라는 평가의 말 자체가 탈정치화 시킨다고 생각해요. 취향은 탈정치적인 대표적인 단어예요.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개인화함으로써 탈정치적으로 만들죠."

영화에서 미소가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는 말을 한다. 생각해보니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보편화되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 제목이 있었고 줄여서 '개취'라고 부른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은 개인의 범위를 한정 짓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개인의 행위가 인정되고 허용되는 범위도 넓어졌다. 단순히 딸기를 좋아하는지 사과를 좋아하는지의 문제를 넘어서서 삶의 태도에까지 취향적인 문제로 확대되어 어느 정도까지가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부족한 것 같다. 이로 인해 세대 간의 갈등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아서 강의 시간이 짧아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여러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고 영화에 푹 빠져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청중의 이야기도 있었다. 정희진 작가의 다양한 해석에 새로운 생각을 더해가는 시간이었고 취향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11월 6일 수요일 저녁 7시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기획한 네 번째 강연으로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를 쓴 박정훈 작가를 모시고 알바노동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먹고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새로운 일자리로써 제3노동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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