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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대리사회’의 저자 김 민섭 강연…"내비게이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를 규정하고 통제해요"
2019-10-25 15:14:38최종 업데이트 : 2019-10-25 15:14:15 작성자 : 시민기자   박순옥
기온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계절이다. 가로수 은행나무에서는 주렁주렁 달렸던 은행들이 바닥에 떨어져 시민들의 발에 밟혀 으깨지고 짓이겨지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이런 가을도 한창인 23일 쓸쓸한 저녁 7시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수원시평생학습관 고고장 모습

수원시평생학습관 고고장 모습

김민섭 작가는 연세대학교(원주캠퍼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진격의 독학자들』(공저), 「고백, 손짓, 연결」, 「거짓말 상회」(공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공저), 「아무튼, 망원동」, 「훈의 시대」를 썼다. 기획한 책으로 「회색인간」 등 김동식 소설집과 「저승에서 돌아온 남자」와「무조건 모르는 척하세요」 등  '문화류씨 공포 괴담' 시리즈가 있고, 출판사 '정미소'를 차려 만든 책으로는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와 「내 이름은 군대」가 있다.

작가는  "수원에 초대해 주어서 너무 좋았어요. 수원에 두 군데를 좋아하는데요. 하나는 프로야구 수원KT위즈 팬이고요. 시즌 때 조원동에 스무 번 정도 왔었어요. 다른 하나는 작년에 나온 「훈의 시대」 집필에 도움을 준 친구가 인계동에 살아서 수원에 많이 왔었어요. 그래서 수원이 제2의 고향 같은 생각이 들어요.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밝게 말하며 수원과의 인연을 이야기해서 청중들의 호감을 샀다.

작가는 '지방시'로 유명하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이 이슈화되면서 언론에서 책 제목을 줄여서 '지방시'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많이 알려졌지만, 수익이 600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책으로 인해 대학에서 나오게 되었다며 대학의 시간강사는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어서 결혼하면서 혼인신고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자 출생신고와 의료보험 때문에 맥도날드에서 노동하며 시간강사를 했다. 맥도날드에서는 법으로 정해진 사회보장(연금 보험, 건강 보험, 고용 보험, 산업 재해 보상 보험)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섭 작가가 ppt를 보고 강의하는 모습

김민섭 작가가 ppt를 보고 강의하는 모습

시간강사를 그만둔 후 대리운전을 하게 되었고 운전을 하며 대학 밖에도 지도교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대리운전을 시작할 때 다짐한 것이 있는데 '내가 운전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으면 책을 쓰자. 대신 배우는 것이 없으면 책을 쓰지 않겠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100번쯤 대리운전을 했을 때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어요.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라는 거예요. 나의욕망과 나의 의지로 운전을 하고 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내비게이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를 규정하고 통제하고 있는 거예요. 그 후 새벽에 들어와서 그날 배운 것들을 기록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 기록들을모아 책을 만든 것이 '대리사회'라고 한다.

책 '대리사회'는 주체가 될 수 없는 대리 노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욕망을 개인의 욕망이라고 믿고 대신 수행하는 '대리 인간'으로 살며 개인들이 노동하는 공간에서 대리 노동자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세 가지의 통제를 받는데, 몸의 통제, 언어(말)의 통제, 사유(생각)의 통제다. 특히 대리운전은 운전석의 모든 세팅을 흩트리지 않고 운전하며, 손님에게 먼저 말 걸지 않고, 손님의 개인적인 생각에 동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 정해진 규칙이나 규율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리기사가 하는 행동이다. 너무나 신선한 생각이다. 이런 새로운 생각을 글로 써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판매도 많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부터 책을 계속 쓰기로 했고 지금도 계속 책을 출판하고 있다.
김민섭 강사의 강의 모습

김민섭 강사의 강의 모습

우리 사회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오래전에 끝난 기성세대는 더 이상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없기에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가려면 신문을 보거나 책을 보는 등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에 내가 배운 2~30년 전 이야기나 생각이 맞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에 따라 정의도 바뀐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하였지만, '첩' 제도는 사회적으로 거의 용납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첩'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첩' 제도가 인정되었던 때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다. 이렇듯 시대가 변하니 기성세대도 변해야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신문이나 책이나 방송 등의 미디어로도 변화를 알 수 있겠지만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정보를 찾다가 시간을 훌쩍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 몸을 움직여 마실 가듯 강연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수원시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강연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도서관이 지역마다 잘 마련되어 있고 정기적인 강연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내가 사는 동네의 도서관부터 알아보면 좋겠다.

또한,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도 많은 강연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예술, 독서, 운동, 음식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수원시평생학습관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알아보자.

다음 강연은 30일 저녁 6시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기획한 세 번째 강연으로 영화 '소공녀'를 상영한다. '먹고사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 영화를 보고 젊은 2~30대의 '먹고사는 일'은 어떻고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희진 여성학자를 모시고 이야기한다.

김민섭, 대리사회,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 박순옥, 수원시무료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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