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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문화재야행 핫플레이스는 '왕의 골목'
행궁 야간관람 말고 볼거리가 또 뭐가 있나요?
2019-08-12 09:41:02최종 업데이트 : 2019-08-12 09:35: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수원 문화재야행이 벌써 두 번째 밤을 보냈다. 하늘은 청명하고 저녁에는 팔달산 숲속에서 불어오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씻어준다. 하늘엔 새털구름이었다가, 양떼구름이었다가, 뭉게구름이었다가, 하얀 구름은 어느 순간 태양 빛을 받으며 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하늘을 연출했다. 

화성행궁광장의 하늘이 이렇게 아름답게 물들어 갈 무렵 신풍루 앞에서는 수원 문화재 야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풍루 앞에서는 어울마당 풍물세상 전통공연이 흥겨운 전통악기 소리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왕의 골목 밤의 문이 열린다.화성행궁 광장 맑은 하늘과 구름

화성행궁 광장 맑은 하늘과 구름

화성행궁 내부 특별야간관람도 멋지지만 왕의 골목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골목길에는 지역예술인과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체험과 공방거리 작가들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체험거리 밤빛마켓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남쪽 팔달문 로데오청소년공연장부터 행궁동 공방거리를 따라 작은 골목길에는 신풍동까지 수원 문화재 야행을 알리는 행사장 안내도가 비치되고 '까칠한 안내원이 있어요'라는 간판이 있는 안내부스도 마련되었다. 수원문화재야행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옆 공연  사색거리공연

수원문화재야행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옆 공연 사색거리공연

화성행궁의 남쪽은 2012년부터 조성된 공방거리 상인들과 행궁동레지던시 입주 작가가 주축이 되어 수원문화재 야행 8야 중 야시를 펼치며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북쪽은 2013생태교통마을과 행궁동주민센터 등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수원제일감리교회 골목부터 교통통제구간을 만들어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단청 등 전시와 각종 체험을 거리에서 할 수 있도록 하여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관람객을 맞이했다.

행궁 특별야간관람의 기회를 놓친 많은 관람객들은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왕의 골목 교통통제구간을 걸어볼 것을 제안한다. 행사를 마련한 수원문화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 문화재 야행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이 바로 '골목 상황극'이라고 한다. 왕의 골목 행궁동 공방거리와 행궁동 생태교통마을 교통통제구간 도로에는 수원문화재 야행 안내판과 안내소가 설치되어 있다.

왕의 골목 행궁동 공방거리와 행궁동 생태교통마을 교통통제구간 도로에는 수원문화재 야행 안내판과 안내소가 설치되어 있다.

행궁광장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남지터와 오주석의 서재 후소, 한데우물터에서 신윤복과 열혈순라꾼이라는 프로그램이 오후 7시, 8시 30분, 10시 총 3차례에 걸쳐서 골목 상황극이 거리극 형태로 진행되고 북쪽에서는 나혜석과 열혈기자단 투어가 나혜석 생가터, 생태교통마을 커뮤니티센터, 행궁아해꿈누리 장난감도서관 앞에서 펼쳐진다. 

남창초등학교에서 조금 내려오면 남지터가 있다. 그 남지터에 화선지에 그린 배경그림만이 놓여있었다. 마치 그림 속 주인공들이 탈출에 성공한 것 마냥 말 그대로 빈 그림이다. 
款驅造化入纖毫[관구조화입섬호]  관이 조화를 구사해 가는 털에 드니
任是姸媸不可悲[임시연치불가비]  예쁘거나 추하거나 슬퍼할 수 없네. 
蕙園[혜원] 신윤복

그림에는 신윤복이 쓴 글만 작품 속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신윤복의 혜원 전신첩의 그림 중 '임하투호'라는 그림이다. 조금 더 걸어서 오주석의 서재 후소 쯤으로 이동하니 그곳에서는 한참 신윤복과 열혈순라꾼의 공연이 진행중이 있었는데 그림을 배경으로  달밤에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남지 터 인근에 설치된 신윤복의 그림이 설치된 곳은 조선시대 복색을 한 주인공이 나타나면 도로에서 무대로 변한다.

남지 터 인근에 설치된 신윤복의 그림이 설치된 곳은 조선시대 복색을 한 주인공이 나타나면 도로에서 무대로 변한다.

「月沈沈夜三更[월침침야삼경]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兩人心事兩人知[양인심사양인지]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
蕙園[혜원] 신윤복 라는 화제가 붙어있는 월하정인이라는 그림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달밤에 사랑을 나누는 청춘남녀의 무용공연이 끝날 무렵 순라꾼이 등장한다. "어허이 잽싸네 잽싸. 내가 분명 저쪽에서 달빛아래 애정행각을 벌이는 청춘남녀를 보고 왔는데 그새 도망을 가버렸구만. 저기 혹시 여기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청춘남녀를 보신 분 계십니까? 어디로 갔어. 진짜 알려주면 끝나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관람객과 소통하며 상황극을 연출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공연을 그냥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이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객에게는 작은 파우치 선물도 나누어 주었다. 애정행각을 벌이던 청춘남녀 공연자는 관람객들 사이로 숨어버리고 순라꾼을 피하며 숨죽여 기다린다. 순라꾼은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왕의 골목 안 전체를 공연장으로 활용하며 관람객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200년 전 조선시대 그림에서 튀어나온 주인공들이 행궁동을 누비며 조선시대의 풍속을 알려주기도 하며 익살스러운 공연을 이어갔다. 열혈순라꾼이 사라지면 대금을 연주하는 여인이 등장했는데 먹과 화선지와 수묵화에 어울릴만한 연주가 감미로웠다. 여름 밤 꿈결처럼 그림 속 이야기에 쏙 빨려 들어가는 듯한 공연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행궁동 공방거리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은 천천히 산책하면서 물 흐르듯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고 사람들 옆으로 한층 가까이 다가간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정조대왕 거둥행사 정조대왕과 혜경궁홍씨

정조대왕 거둥행사, 정조대왕과 혜경궁홍씨

열혈순라꾼 공연이 끝나면 정조대왕 거둥이 신풍루에서 행궁동 공방거리로 오후 8시, 10시 총 두차례 9시에는 신풍루에서 생태교통마을까지 이동하며 정조대왕이 거둥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취타를 거느리고 천천히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동하는 정조대왕과 혜경궁홍씨는 그야말로 왕의 골목의 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푸드트럭 주변

사람들로 북적이는 푸드트럭 주변

신풍초등학교를 지나면 신풍초등학교 담장 뒤 도로부터는 푸드트럭 4대가 골목투어로 지친 관람객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공방작가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밤빛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체험료는 2000원에서 5000원 사이, 저렴한 가격에 실용적이고 예쁜 작품들을 만들어 볼 수도 살 수도 있었다. 맑은 소리가 나는 풍경과 복을 주는 오색 장명루,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친환경재료로 만든 나무피리, 밤에 들고 다니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예쁘고 작은 등, 인두화 등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렸다. 
열혈순라꾼 골목상황극 공연

열혈순라꾼 골목상황극 공연

왕의 골목에서는 여유롭게 천천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골목 상황극은 좁은 공방길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되었고 마음을 열고 천천히 바라볼 때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재미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수원 문화재 야행은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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