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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인들과 묻고 답하다…"한국어는 음악적인 언어"
수원화성 세계시낭송축제 유여택에서 열려
2019-10-01 17:08:30최종 업데이트 : 2019-10-02 08:59:56 작성자 : 시민기자   유미희

한국문학과 각국의 문학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단

한국문학과 각국의 문학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단

세계 시인들과 문화 교류를 통해 정조의 도시 수원을 알리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제1회 세계 시낭송 축제다. 9월 30일 6시에 유여택에서 진행될 본 행사를 앞두고, 기자 간담회와 KS 문학상 시상식이 3시부터 선행되었다. 수상자들의 짧은 특강도 이어졌다. 수원전통문화관에는 초청된 8명의 세계 시인과 수원시인협회 문인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사회자는 행사에 참여한 외국 시인 8명을 소개했다. 시인들이 기자의 질문을 받아 답변했고 언어소통을 위해서 순차 통역으로 진행되었다. '한국문학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한국의 젊은이들이 쓰는 시 또는 좋아하는 시를 보면 단순하거나 웃픈 시가 있고 반대로 복잡하거나 염세적인 시들이 있다. 당신 나라의 시와 비교해볼 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답변자를 지정하지 않고 누구든 대답하도록 질문한 것이 유효했다. 시인들은 너도나도 자국의 문학과 한국의 것을 나름대로 비교 설명했다.

수원전통문화관내의 제중헌 한낮풍경이 시처럼 아름답다

수원전통문화관내의 제공헌 한낮풍경이 시처럼 아름답다

언어는 달라도 시는 사람을 연결해

22년간 문학 활동을 했다는 독일 시인 한스 울리히 트라이엘은 시와 소설 오페라각본을 출판했다. 그의 소설 중 〈상실자〉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한국문학이 독일 문학과 다른 점은 한국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반면에 독일은 서술적이고 묘사적인 것이 많다고 한다.

루마니아 시인도 참석했다. 루마니아는 체조요정으로 기억하는 코마네치가 생각나고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의 나라다. 시인 이온 데아꼬네스꾸는 정치학 교수이고 작가연맹 회원이며 여러 문학상을 받은 다양한 이력의 시인이다. 한국과 루마니아는 문학적인 면에서 비슷한 점도 있지만, 작품의 모티프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미하일 박은 러시아에 살며 활동하고 있지만 선조가 한국인이다. 나이 40에 한국말을 배웠다는 시인은 한국어도 능통하게 구사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윤후명의 〈둔황의 사랑〉, 박경리의 〈토지〉를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한국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할 때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이 나왔다. 〈토지〉는 경상도 사투리가 많고 역사적인 관점들이 들어가 있어서 번역하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언어의 다른 점도 있지만, 문화의 다름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몰도바공화국의 시인 니콜라 다비자는 쿠바 하바나 시축제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빛난다. 유럽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그는 노벨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시집으로 〈세 번째 눈〉 등이 있고 그의 작품은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탈리아 여성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는 저널리스트이며 교사이기도 하다. 그는 "시는 느낌(feeling)이다. 느낌을 통해 나 자신과 세계가 교감한다. 나는 기억의 총체이며 우리의 기억이 시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경우도 젊은이들이 시를 아주 단순하게 쓰는 경향이 있어서 은유나 깊은 사유 없이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기록하기도 한단다. 그녀는 질의응답이 끝난 후에 질문했던 기자를 찾아갔다. 시간상 못다 한 부분을 개별적으로 설명해 주려 하는 성실함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시인 위그 라브뤼스, 88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프랑스에 하이데거 철학을 소개한 장 보프레이에게서 문학을 배우기도 했다. 모파상, 보들레르 등에 대한 다수의 에세이를 쓴 수필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김수영 시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미운 오리라는 자신의 별명도 살짝 공개했다. 연극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부인과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에서 온, 딘 티 누 투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휴양지 다낭에 살고 있다는 그녀는 시는 영혼의 얼굴이라는 말로 시에 대한 정의를 피력했다.

KS문학상 시상식_수상자는 루마니아 시인 이온 데아꼬네스꾸와 몰도바공화국의 니콜라 다비자.

KS문학상 시상식 수상자는 루마니아 시인 이온 데아꼬네스꾸와 몰도바공화국의 니콜라 다비자.

시가 우리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기를
사전 기자 간담회가 끝나고 그 자리에서 제1회 KS(경기수원) 문학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루마니아 시인 이온 데아꼬네스꾸와 몰도바 시인 니콜라 다비자가 수상했다. 이온 데아꼬네스꾸는 "상을 받는 일이 시를 계속 쓰게 하고 시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시가 사람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니콜라 다비자는 "한국어는 음악적인 언어다. 말하는 것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젊은이의 자유스러움이 느껴진다. 늦게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매우 놀랍고 부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루마니아와 몰도바의 관계에 대해 정치가 나라를 갈라놓더라도 문학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든다고 말해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생진의 아내와 나 사이를 낭독하는 정인성 시인

이생진의 '아내와 나 사이'를 낭독하는 정인성 시인

시상식 후에 짧은 시낭송이 있었다. 윤형돈 시인의 〈꽃 사과나무의 추억〉과 유치환 시인의 〈행복〉, 이생진 시인의 〈아내와 나 사이〉를 낭송했다. 특히 이생진 시인의 시를 정인성 시인이 낭송했는데 깊은 울림을 주는 시였고 시의 감성을 잘 우려낸 낭송이 매우 돋보였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이생진 〈아내와 나 사이〉 일부 -

 

시인들은 고즈넉한 행궁길을 걸어 시낭송 축제의 본 행사가 열릴 행궁의 유여택으로 향했다.

 

화성행궁 유여택에 시 향기 가득

유여택 마당에는 시낭송 축제를 찾아온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출출한 저녁 시간을 위한 배려였다. 간단한 축사와 소개 후에 시낭송이 시작되었다. 선선한 밤공기 속으로 시의 향기가 퍼지듯 소리는 낭랑했다. 황동규 시인과 나태주 시인 등 한국 시단의 원로들이 참석해서 낭송했고 수원지역에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시인들의 시도 소개되었다. 중국 시인 왕인의 시를 유학생이 낭송했는데 중국어의 높낮이 때문인지 통통 울리는 소리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황동규 시인 낭송 모습

황동규 시인 낭송 모습
가을밤 아름다운 시향에 취한 관객들 모습

가을밤 아름다운 시향에 취한 관객들 모습

정유숙 명창이 판소리 사랑가를 부르고 있다.

정유숙 명창이 판소리 사랑가를 부르고 있다.

오늘 사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참가 시인과 소통할 시간을 가졌던 게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느 나라 말이든 언어는 말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이 있다. 약간의 시적 배경이나 시인에 대해 알고 감상할 때 시에 대한 이해는 배가된다. 알고 들으니 좀 더 시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해하게 되면 사랑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시낭송 축제가 열린 유여택이라는 멋진 공간도 오늘 행사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듯하다.

수원화성 세계 시낭송 축제는 시사랑문화인연합회와 계간 서정시학이 주관하고,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한국시인협회, IBK기업은행이 후원했다.

수원화성KS세계시낭송축제, 세계시낭송축제, 수원문인협회, 수원화성전통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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