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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여덟에 선생님이 생겼다'
까막눈 할머니가 8개월 만에 한글 깨우치고 시화전까지 열어
2019-12-19 23:02:36최종 업데이트 : 2019-12-22 10:37:33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창룡마을 창작세터에서 시화전을 연 김영화(우) 최정란 어르신

창룡마을 창작센터에서 시화전을 연 김영화(오른쪽)최정란 어르신


「육남매 맏이로

동생들 키우느라

학교를 못 갔는데

일흔여덟에

내게도 선생님이 생겼다.」

 

19일 오후,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2층 전시실 벽에 걸린 '선생님'이라는 올해 일흔여덟이 되신 김영화 할머니가 쓴 글이다. 어려서 동생들 키우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해 한글조차 깨우치지 못한 김영화 할머니는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올해 5월부터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에서 우리글을 읽고 쓰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에 우리글을 배워 시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창룡마을 창작센터 근무자인 우경주 강사가 지동지역의 어르신 중에서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분들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올해 5월이다. 매주 일주일에 2일씩 어르신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음악과 시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직접 일기를 쓰도록 권유했다. 그 결실이 글을 모르던 두 분 어르신이 시를 창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 분이 시작했는데 한 분은 중간에 포기를 하셨어요. 그것이 가장 마음이 아파요. 두 분 할머니들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세 시간씩 공부를 하셨어요. 그리고 오늘 시화전을 열게 된 것이죠." 우경주 강사는 두 분 할머니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셨다며,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을 보아도 대단하다고 한다.

시화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시화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시라고 하기보다는 어린이들이 지은 동시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까막눈이던 어르신들이 단 몇 개월 만에 이렇게 자신이 직접 글을 짓고 그것을 써서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얼마나 그동안 글을 읽고 쓸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였을까? 글에서 나타나는 내용 그대로 보아도 글을 쓸수 있다는 것에 대해 즐거움이 넘친다.

 

「쇼팽의 야상곡 2번

샤갈의 그림감상

오늘의 단어 받아쓰기

나태주의 풀꽃 시 암송

내 나이에 처음으로 받은 선물, 공부」

 

올해 65세의 최정란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 받은 선물인 공부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창작센터 2층 전시실에 19일부터 말일까지 전시되는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언니들'의 시는 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하다. 짧은 단 몇 구절의 글에 배움에 대한 열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신혜숙 낭송가가 두 사람을 위해 축시를 낭송하고 있다

신혜숙 낭송가가 두 사람을 위해 축시를 낭송하고 있다

19일 오후 4시 반에 시작한 시화전의 개막식에 모인 사람은 불과 몇 사람 되지 않는다. 창작센터 우경주 강사와, 이들 창작센터 언니들의 시화전에 축시를 낭송하기 위해 찾아온 안혜숙 시낭송가, 그리고 지동행정복지센터 행정민원팀 김경희 팀장과 주무관 한사람, 이날 시화전을 연 김영화 어르신과 최정화 어르신뿐이다.

 

하지만 이 행사는 그 어떤 대단한 행사와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 의미나 뜻을 보아도 우리가 평생 만나지 못할 소중한 시화전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배우고 읽을 줄 알게 돼 직접 글까지 적어 전시를 하는 두 분을 위해 안혜숙 낭송가는 직접 한복을 차려입고 신경림의 '날자 더 높이 더 멀리 솔개를 위하여'를 낭송해주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두 분의 어르신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보면서 '이분들의 삶은 말 그대로 정말 인간 승리'라고 생각한다.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인근을 지나는 길이 있다면, 전시실을 찾아가 이분들에게 더 용기가 될 만한 글을 한 줄 남겨주었으면 한다. 정말 대단한 언니들의 시화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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