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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 “행궁동에서 역사 가르치는 할아버지 되고파”
개그맨 정재환, 도서관 같은 북카페 ‘봄뫼’ 운영, 역사 프로그램 계획도
2020-02-08 08:18:34최종 업데이트 : 2020-02-10 15:25: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행궁동 골목에 북카페 '봄뫼'를 연 정재환 씨

행궁동 골목에 북카페 '봄뫼'를 연 정재환 씨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뒤쪽에 있는 행궁동 골목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가 이곳까지 영향을 미친 듯하다. 시끌벅적했던 골목은 썰렁했고 문을 닫은 가게도 몇 군데 있었다. 언제 이 답답함과 안타까운 나날들이 끝날까. 걷다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작지만 산뜻한 초록색으로 된 간판 '봄뫼'가 눈에 들어왔다. 일과 활동 등 일상에 마비가 온 요즘, 곧 다가올 봄처럼 아늑함을 느끼고 싶었을까. 발걸음이 저절로 카페로 향했다.

조금 특별한 주인장을 만났다. 바로 개그맨 정재환 씨였다. 1983년에 데뷔한 그는 훤칠한 키와 외모로 주목받은 개그맨이었다. 'SBS 코미디 전망대', '웃으면 좋아요', 'SBS 도전! 1000곡' 등 다양한 장수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그러던 그는 마흔이 되면서 돌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2000년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 사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13년 동안 박사과정까지 마친 것. 소위 잘 나가던 방송에서 공부, 특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학을 전공한 이유가 궁금했다.

카페에서 역사, 한글, 세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작은 도서관 같다.

카페에서 역사, 한글, 세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작은 도서관 같다.


"저는 하나를 시작하면 그것만 집중하는 성격이에요. 젊었을 때부터 방송 일만하다가 마흔이 되었는데 문득 해보지 않은 일에 빠져보고 싶었어요. 성균관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전공을 정할 때 방송연예 분야도 있었지만 사학을 정했죠. 물론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고 늦깎이 학생이라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하지만 성격대로 그냥 '우직하게, 열심히' 했습니다. 하다 보니 재미도 생기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죠." (정재환 씨)

새로운 도전은 두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공부를 하겠다니 옆에서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명확했다. 우직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이제 그는 개그맨보다는 한글 운동가, 겸임교수로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거처도 수원으로 옮기면서 카페 주인장이 되었다. 앞으로 남은 평생은 수원에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이사를 왔다.
 

수원, 화성, 정조, 나혜석 등 수원 역사와 관련된 책들이 유난히 많다.

수원, 화성, 정조, 나혜석 등 수원 역사와 관련된 책들이 유난히 많다.


"성균관대학교 학생들과 종종 수원화성 일대를 답사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원에 애정이 가기 시작했죠. 젊은 시절에 이사를 많이 다녀서 남은 인생은 한 곳에서 보내고 싶었는데 수원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원, 행궁동은 참 특별한 동네에요. 도심 속에서도 정감이 살아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죠." (정재환 씨)

그가 운영하는 북카페에는 수원화성, 정조, 나혜석 등 수원과 관련한 서적도 많이 보인다. 그림책부터 두꺼운 서적까지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책을 꽂아 놓았다. 때로는 혼자 와서 책을 읽고, 때로는 여럿이 와서 책모임을 즐겨도 좋을 공간이다. 신종 코로나로 여러 사람과 만나는 모임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라 그런지 기억해두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라 그런가.
 

인터뷰가 끝난 후에 정재환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 정재환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카페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사장님이지만 이곳에서 아이들과 역사 수업이나 프로그램도 진행해보고 싶다는 정재환 씨. 이곳 행궁동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는 할아버지로 남고 싶다고 한다. 수원에 둥지를 튼 그가 앞으로 10년 뒤 이곳에서 어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윤지님의 네임카드

행궁동, 봄뫼, 정재환,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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