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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벽 글씨의 정체
타임머신 타고 조선시대로 가볼까
2020-02-19 09:05:39최종 업데이트 : 2020-02-19 09:05:3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화서문 주변 글씨가 있는 성벽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화서문 주변 글씨가 있는 성벽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을 자주 답사하다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일 때가 있다. 공부를 해 내공이 쌓인 경우도 있지만 우연히 보일 때도 있다. 자주 다니다보면 타성에 젖기도 하고 관성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수원화성은 성 밖 성벽이 원형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성 돌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수원화성을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건축물 중에서는 화서문, 서북공심돈, 방화수류정이 원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하는 편이다. 화성행궁 봉수당은 처마가 낮아 사각기둥이 건물의 구조와 격에 어울리지 않고 어색해 낙남헌의 기둥과 화서문 문루의 기둥을 비교하기 위해 줄자를 가지고 실측을 해보기도 했다.

수원화성 화서문 문루 창방에 있는 글씨

수원화성 화서문 문루 창방에 있는 글씨

 
이 기둥을 평주라고 하는데 낙남헌과 화서문의 평주는 길이와 직경이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되어 있어 실측값과 비교해 볼 수 있다. 기둥의 둘레를 재면 기둥의 직경은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의 정확성이나 세월과 날씨에 따른 팽창, 수축을 감안한 오차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화성성역의궤에는 낙남헌과 화서문의 평주는 지름이 1척 4촌(43.19cm)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지름의 척도는 영조척이고 1 영조척은 30.85cm이다. 낙남헌의 기둥은 152.6cm로 직경 48.6cm, 화서문의 기둥은 145.1cm로 직경 46.2cm였다. 모든 기둥을 실측해 평균한 값이다. 봉수당 기둥은 사각형이지만 직경으로 환산하면 33.9cm로 봉수당이란 건물의 격으로 봤을 때 낙남헌에 비해 상당히 왜소한 게 사실이다. 실측의 결과로 봤을 때 당연히 복원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원화성 화서문 주변 성벽에 있는 글씨

수원화성 화서문 주변 성벽에 있는 글씨

 
화서문 문루의 기둥을 실측하는 과정에서 화서문 현판 바로 뒤 가로로 놓인 목재인 창방(昌防)이라는 부재 안쪽에 글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글씨는 단청이 벗겨진 안쪽에 있는데 첫째 줄은 '전주군 삼례(全州郡 參禮)', 둘째 줄은 '거(居)'로 시작되고 셋째 줄은 '순창군(淳昌郡)'을 판독할 수 있었다. 화성성역의궤 기록과 축성에 사용된 목재를 가져온 곳, 목수 내력 등을 추적했지만 정확한 고증은 어려웠다. 단청을 칠하기 전에 쓴 글씨로 추정되지만 시기와 전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며칠 전 임승수(수원시 SNS서포터즈)씨가 화서문 주변 성돌에서 글씨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다음날 화서문부터 팔달산 위 화양루 밖까지 성벽을 샅샅이 조사했다. 화서문에서 서북각루 사이에 글씨가 있는 성돌이 6개 정도 있었는데 돌의 색상과 크기 등이 비슷했다. 글씨가 뒤집어진 성돌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원래는 한곳에 있었는데 수원화성 복원공사 때 이산가족이 되었고 아래위를 뒤집어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화성 화서문 주변 성벽에 있는 글씨

수원화성 화서문 주변 성벽에 있는 글씨

 
글씨는 한자를 붓으로 쓴 것인데 읽을 수 있는 글자가 한 글자 밖에 안 돼 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글씨가 가장 선명한 성돌을 보면 마치 글씨가 음각된 것처럼 보이는데 만져보면 각을 한 것은 아니고 세월의 흔적만 느껴진다. 수원화성을 축성한 장인이 시 한수를 남겨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팔달산 위 서포루 밖 성돌에도 글씨가 있는데 음각을 했다. 몇 글자가 있는데 역시 판독과 시대를 읽기가 어려웠다. 글씨를 판독해 문장을 이해하려면 10글자 중 5글자 이상은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웠다. 이 글씨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미스터리이다.

수원화성 서포루 밖 성돌에 있는 글씨

수원화성 서포루 밖 성돌에 있는 글씨

 
성벽을 자세히 관찰하면 과학이 보인다. 성벽이 무너지지 않게 적심석을 두었는데 무게중심을 분산하고 성벽의 구조도 치밀하게 만들어 침하나 토압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성벽은 아래에는 큰 돌을 위로 갈수록 작은 돌로 쌓았는데 돌의 모양에 따라 마치 퍼즐을 맞추듯 쌓은 성벽은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수원화성을 답사할 때 성벽을 쌓은 장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는지 눈을 씻고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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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화서문, 서북각루,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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