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한국 정서를 담다
수원 태생 백영수 작가 작품,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
2020-05-18 17:58:41최종 업데이트 : 2020-05-19 14:54:02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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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수 작가의 삽화가 그려진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은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 속 힘겨운 도시빈민층의 이야기다. 그 책의 겉표지에는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있는, 아이를 품은 엄마와 남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1922년 수원 출생 화가 백영수 작품이다. 수원컨벤션센터 이벤트 홀 창에는 백영수 작가 작품이 설치돼있다. 주로 교회 건물 유리창에서 본 여러 가지 색유리 조각으로 그림이나 무늬를 짜 맞춘 유리판인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그것이다. 백영수 미술관 창에는 그림은 같으나 크기가 작은 수원컨벤션센터와 동일한 작품이 설치돼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백영수 작가 작품 105점이 전시되고 있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박목월 산새알 물새알 등 다수의 삽화를 그렸다 해방 후 최초로 등장한 추상미술 단체 신사실파로써 김환기·유영국·이규상·장욱진·이중섭과 함께 미술전에 참여했다. 또한 박목월의 산새알 물새알, 이해인 시집 민들레 영토, 가톨릭 소년 등에 삽화 그림을 그렸다.
1977년 뉴욕을 거쳐 프랑스에 정착한 백영수는 요미우리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2011년 귀국하기 전까지 다수의 전시회 출품과 개인전을 개최했다. 프랑스에 살면서도 작품 소재는 가족, 엄마와 아이, 그리고 창문과 별 등이었다. 지난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던 그는 1983년 회상록 '검은 딸기의 겨울'을 출판했다. 날으는 모자 (1985, 1986, 1996 캠퍼스에 유채) 백영수의 작품에는 두드러지게 나오는 사람이 있다. 아이를 안은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 머리가 곧바로 서 있지 못하고 가로로 누여져 있다. 완벽한 구도를 갖지 않으면 뭔가 불안한 우리들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감상하면 마음이 편하다. 무엇이 이처럼 여유를 느끼게 만드는 것일까?
작가의 작품에 유난히 등장하는 모자상. "평생 화폭에 나타내려고 했던 주제는 '모성(母性)'이다.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떼어놓을 수 없는 그 무엇"이라던 작가. 한국전쟁 피난길에 앞서가는 엄마의 등에 업힌 아이의 머리는 곧게 서 있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 후 아이 그림 그릴 때 모습으로 나타나는 계기가 됐다. 100여 점 넘는 전시 작품 중 유독 아이 얼굴에 수염이 그려진 그림 한점 있다. 두 살에 떠나 22살에 돌아온 아이의 얼굴에는 어느덧 수염이 있다. 그 아이는 주름도 반점도 생겼다. 이제 없다. 그가 평소 그리던 별나라로 엄마 품에 안겼다.
한국인은 한국적 정서가 있다. 말로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간직한 마음이다. 작품에 오롯이 드러난다. 우리는 그 정서로 숨을 들이켜며 작가와 작품과 교감하며 공감한다. 그것은 미술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지식이나 조예가 없어도 관계가 없거나 익숙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느낀다. 사전예약을 하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화성에서 온 대학생 천지은(23·여) 씨는 "전날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하고 왔다"라며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하러 왔는데 작품이 신비스럽다. 볼수록 편안해진다"라고 말했다. 평택에서 온 대학생 배철민(23·남) 씨는 "수원시립미술관에 두 차례 찾았다. 백영수 작품에는 가족 이야기 같다"라고 말했다. 백영수 미술관 지금은 미술관으로 바뀐 옛집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기자는 얼마 전 의정부에 있는 백영수 미술관을 찾았다. 한적해 보이는 동네처럼 보인다. 1970년대 하산길에 눈에 들어온 도봉산 자락을 사 집을 짓고 살아온 이후 바로 몇 년 전 미술관으로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의정부의 첫 미술관으로 들어선 것이다. 국내 최초 의정부 미술 도서관이 있는 곳에서 차로 20분 거리이다. 작가의 작업장이 오롯이 남아있다 작가가 작업했던 작업실에는 평소 사용했던 소품들이 진열돼있었다. 이젤과 깔개, 물감, 붓, 의자 그리고 작가와 김명애(현 미술관 관장) 부인과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진도 있다. 그의 소박한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1전실에서 그 모습을 재현해 관람객을 맞이한다. 물론 백영수 작가 삶과 창작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연보와 사진, 개인전과 단체전의 안내서와 도록, 보도자료 등 자료도 함께했다.
작품을 바라보며 수동적 감상으로 하던 시기에서 작품과 교감하고 참여하고 감상하는 지금이다. 창작 동기가 되는 가족, 엄마와 아이, 새, 별과 교감하며 감상하다 보면 추상미술에 담긴 한국 정서가 느껴진다.
코로나 19 예방과 확산 방지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나 생활 거리두기 하니 사람과 사람 틈이 벌어졌다. 작가와 관람자 감정이 어우러져 함께 나누니 그 틈은 어느덧 없어짐을 느낀다. 작가는 나를 옛날 엄마 품으로 이끈다. 그리고 나는 투정 많은 한 아이로 돌아갔다. 전 시 명 : 백 년을 거닐다 : 백영수 1922-2018 전시기간 : 2020. 5. 12 - 2020. 8. 9 전시장소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 2, 4 전시실 관람시간 : 화-일 / 10:00-19:00(매주 월요일 휴관) 백영수, 신사실파, 수원시립미술관, 스테인드글라스, 수원컨벤션센터, 백년을 거닐다, 조세희, 난잦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목월, 산새알 물새알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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