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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고색도당굿’ 질펀한 축제의 마당
악가무희 종합예술인 도당굿판을 가다
2018-11-12 15:17:53최종 업데이트 : 2018-11-12 15:13:51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고색동도당굿에서 고성주 명인이 굿을 하는 중 공수를 주고 있다

고색동도당굿에서 고성주 명인이 굿을 하는 중 공수를 주고 있다

굿판은 모든 사람들이 동참하는 마을의 축제다. 굿판에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하기에 우리 굿은 '총체적인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악가무희(樂歌舞戱)가 굿 안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굿판에서 굿을 하는 무격(巫覡)은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하기에 사람들은 굿판이 열리면 그곳으로 모여든다.

 

10일 아침부터 권선구 고색동 381-4에 소재한 수원시 향토유적 9호인 고색동 큰말 도당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018 고색도당굿'이 열렸기 때문이다. 고색동 도당은 부군당이다. 이곳은 안산시 구준물에 있는 도당과 평동 도당과 맥을 같이한다. 평동 도당은 음력 정월에 도당굿을 하고, 고색동 도당은 음력 시월상달이라는 10월에 도당굿판을 벌인다.

 

고색동은 줄다리기를 하는 마을이다. 정월이 되면 근동의 주민들이 모여 큰줄다리기를 한다. 과거에는 근동 30여개 마을에서 두레기를 앞세우고 풍장패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음력 정월이 되면 고색동은 줄다리기를 한다. 먼저 이곳 당집에 들려 당고사를 지낸 후 줄을 메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줄다리기를 하는 장소로 옮겨 줄을 당긴다.

고색동 도당에 모셔진 신령 화분과 차려진 음식

고색동 도당에 모셔진 신령 화분과 차려진 음식

모든 주민이 동참하는 고색동 도당굿

 

도당굿은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 정월이나 10월 상달에 열리는 대동굿이다. 고색동(법정동으로 행정동은 평동에 속한다)도 10월에 길일을 잡아 도당굿을 연다. 한 해 걸러 한 번씩 열리는 고색동 도당굿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굿으로 마을 주민들이 기금을 걷어 잔치를 벌인다.

 

이규경(1788∼1863)의『오주연문 장전산고(五州衍文 長箋散稿)』에 보면 [我東鄕俗多虎豹之患 夜不能出 小醵錢備牲醴 祭山君於本里鎭山 巫覡粉若鼓之以妥之 名曰都堂祭 : 옛날 우리나라에는 호랑이나 범에 의한 피해가 많아 밤에는 집 밖으로 출입을 하기 어려웠다. 백성들이 돈을 모아 제물을 마련하여 동리의 진산에 있는 신당에서 제를 올렸는데 무격들이 분으로 단장하고 북을 두드렸는데 이를 도당제라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굿꾼 임영복이 창부거리를 하고 있다

굿꾼 임영복이 창부거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당굿은 마을이 공동으로 굿판을 여는 것을 말하며 마을주민들이 모두 참여하여 하루를 질펀하게 즐기는 대동의 축제이다. 아침부터 고색동 당집이 북적인다. 한편에선 굿판에 모인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한편에서 굿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이날 굿을 진행하는 무격들은 경기안택굿보존회(회장 고성주)에서 맡았다.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명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기굿의 1인자라고 한다. 경기굿을 그대로 100년 이상 가계로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굿을 하기 위해 굿판에 들어 온 굿꾼 임영복도 선생으로 대접을 받을 만큼 굿을 잘한다. 뿐만 아니라 이날 음악을 맡아서 굿을 벌인 김무경 등 악사들도 모두 내로라하는 국악인들이다.

남도민요를 강승의와 문하생들이 부르고 있다

남도민요를 강승의와 문하생들이 부르고 있다

질펀한 굿판에서 사람들은 울고 웃고

 

피리, 대금, 해금, 장고, 바라, 징 등으로 반주를 하는 가운데 무격이 신복을 입고 무가를 읊으며 도당신이 마을을 위하고 주민들을 위해 줄 것을 기원했다. 사람들은 굿판에서 무격의 신탁인 공수를 듣고 있다가 눈물을 흘린다. 그런가하면 한편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울보'라며 웃는다.

 

굿판에서는 이런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는 것이 바로 굿을 진행하는 무격이다. 그런 굿 꾼이야말로 굿 잘하는 사람이란 소문을 얻는다.
 

"오늘 고색동 도당굿을 왜 경기안택굿보존회에서 맡아 하는지 모르겠어요. 도당굿하고 안택굿은 어떻게 다른지 이유를 알고 싶어요"라고 고색 농악팀에서 쇠를 치는 김현주 씨가 묻는다.

담장너머로 고색동당굿을 지켜보고 있는 주민들

담장너머로 고색동당굿을 지켜보고 있는 주민들

그동안은 평동이나 고색동 도당굿을 경기도당굿보존회 사람들이 들어와 화랭이 위주의 굿을 했는데, 경기굿을 하는 경기안택굿보존회 회원들이 굿을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경기도당굿보존회는 세습무 계열의 화랭이굿 위주로 굿을 진행하고, 경기안택굿보존회는 강신무 계열의 경기굿으로 굿을 진행하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음식이나 상을 차리는 것도 전혀 달라요. 오늘 보니 경기안택굿보존회가 차린 음식은 그동안 보아오던 음식이나 상차림이 아니라 정성이 가득하고 음식의 종류도 상당해요. 굿상에 올린 많은 나물과 전도 고성주 회장이 일일이 집에서 마련해 왔다고 하네요."

풍물패가 당에 인사를 하는 것으로 도당굿이 끝났다

풍물패가 당에 인사를 하는 것으로 도당굿이 끝났다

궁금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 질문을 단 시간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도당굿이라고 해서 전체가 세습무 계열의 굿을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신무 계열의 도당굿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굿이 강신무 계열인가? 아니면 세습무 계열인가는 마을 주민들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시작한 '2018 평동도당굿은 해가 질 무렵에 풍물패의 당에 대한 인사와 한바탕 흥겨운 판굿으로 마쳤다. "오늘 정말 굿 같은 굿을 보았다"라는 마을주민들은 "이제 고색동에도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질펀하게 모든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즐겁게 하루를 보낸 굿판. 재인청 춤, 남도민요 등 악가무희가 총체적으로 집합된 고색도당굿은 우리 전통굿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준 마을축제였다.

고색동, 도당굿,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명인, 큰말, 마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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