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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으로 듣는 그림책음악여행, 유아 배려 다소 아쉬워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열려, 타겟층 낮추어 재미 더하면 좋을 듯
2018-11-03 09:12:28최종 업데이트 : 2018-11-03 09:08:01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국악

박경숙의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음악여행

ㄱ

요술항아리, '꺼내고 꺼내고 꺼내고~'

'국악으로 듣는 그림책음악여행'이라는 무료공연소식을 접하고는 요즘 전래동화에 관심을 갖는 아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을 보러 지난 1일 오후 7시에 경기문화재단을 찾았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공연장에 도착해서는 자리에 앉아 감상하려는 아이의 모습이 예뻤다. 주위를 둘러보니 유아부터 초등학생 연령대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이 많이 보였다.

공연 처음에는 태평소, 대금, 단소, 피리, 해금, 장고 등 우리나라 악기를 하나씩 연주해 각각의 소리를 들려주는 친절함이 돋보였다. 하지만 악기마다 1분이 넘어가는 듯한 소개연주에 아이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조금 지루해했다. 약간의 이야기를 섞거나 동요처럼 각색해 각각의 악기들이 이름을 갖고 태평이, 대금이, 해금이 등 등장인물처럼 나타나며 소리를 내는 형식을 취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년이나 청소년 대상의 공연이라면 지금의 형식이 적당하겠지만 유치원생과 함께 하는 입장에서 어린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약간 지루해하기도 했다.

드디어 아이가 기다리던 국악 전래동화구연이 시작되었다. 뒷배경에 동화내용이 나오고 판소리를 하던 여자분 혼자 국악음악에 맞추어 동화구연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적어도 둘이서 주고받는 대화를 한다면 등장인물이 여럿 나오는데 동화구연이 더욱 재밌지 않았을까. 한 명이 동화구연을 하다보니 집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느낌과 비슷했다. 국악을 전공한 엄마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라고나 할까. 요즘 교육용 동영상이나 표현기법이 화려한 영화를 접해본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단조로운 형태였다.

'꿈꾸는 대나무'가 첫 번째 동화였다. 중간에 대나무밭에 거센 바람이 불어 대나무가 날아가는 장면에서는 모든 악기가 연주되며 세찬 바람을 표현하느라 화면이 어둡게 처리되면서 큰 바람소리가 계속 표현되자 앞자리에서 무섭다고 우는 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장아장 걷는 동생들도 형제들을 따라와서 관람하는데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유아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동화라면 좀 더 밝은 분위기로, 무서운 장면은 최대한 짧게 지나가는 것도 좋을 듯 했다.

'청개구리', '소가 된 게으름뱅이', '요술 항아리' 동화구연을 듣는 동안 함께 온 6세 남아는 20분정도 흐르자 잠이 들었다. 저녁시간이기도 하고, 어두운 조명에서 보이는 동화구연이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조금은 정적이었나보다. 8세 여아는 끝까지 집중해서 잘 보고 있다. 40분이 넘어가자 5세 딸아이는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한다. 하나만 더 듣고 가자고 달래보아도 소용이 없다. 중간에 2부가 시작되었다. 아이와 함께 뒷문으로 나갔다와보니 따로 쉬는 시간 없이 연결되었다. 2부는 '정조 화성을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수원화성을 축조한 정조대왕에 관련된 이야기라서 수원에 사는 우리 아이와 꼭 함께 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영상

'정조, 화성을 꿈꾸다' 그림책음악여행

해금

국악으로 듣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음악여행, 음악감독 겸 해금연주자 박경숙씨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2부 '정조, 화성을꿈꾸다' 동화구연은 남자분이 혼자 내레이션을 했다. 1부의 여자분보다 더욱 재미있게 진행되었는지 아이가 다시 자리에 앉아 보기 시작한다. 아이는 중간중간에 질문을 한다.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만에 돌아가시는 내용에서 '저 사람은 왜 그래'라고 묻는데,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려면 나도 역사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바마가 뭐야' 등 간단한 질문부터 역사적 내용을 묻는 아이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면 부모부터 공부해야할 듯 하다. 어느덧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인사를 하는데 아이는 품에 안겨 작품감상을 하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공연장에는 어른보다 키가 작은 아이를 위해 좌석의 높이를 높여주는 쿠션이 없어서 아이를 무릎에 앉혀 보아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내 뒷자리에 앉은 아이는 의자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전래동화구연을 보기도 했다. 의자보다 키가 작아서 서서 보는게 더 잘 보이는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건물의 무료주차권도 제공해주어 편하게 관람하고 온 점은 좋았다. 초등학생 이후 연령을 고려한 공연이라면 이런 틀로 진행하면 좋을 듯 하고, 7세이하의 유아들까지 관심을 갖게 하려면 조금 더 밝고 재미나게 각색해서 공연하면 멋진 콘텐츠가 될 듯 하다. 아이에게 전통음악과 전통악기 그리고 전통적인 소리를 들려줄 만한 곳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 유치원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것과 함께 세계 여러나라의 전통을 배우는데  '국악으로 듣는 그림책음악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전래동화를 읽기 시작한 아이에게 적당한 공연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연령대별로 맞는 동화책 전집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4세까지는 창작동화를 읽히고, 5세부터는 세계명작동화와 우리전래동화를 읽히는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를 키우며 보니 말문이 트이는 5세부터 질문이 많아져, 아이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다보면 속담이나 우리 전통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 이때 전래동화를 들려주면 아이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전래동화에 관심을 갖는 5세무렵 아이부터 연령대를 선정해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음악과 화면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공연이 될 듯하다.

공연의 배경음악은 흠잡을 데 없는데, 구성이 어린이에 초점이 맞지 않고, 어른을 위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  화성을 꿈꾸다'라는 동화는 보여주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 보였다. 시리즈로 나누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 맞게 10분정도로 나누어 시행하고 방법, 애니메이션 영화로의 제작 등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영유아부터 미취학아동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교육으로 유명한 아이챌린지의 호비가 가끔 극장판 영화를 상영하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 영화상영시간에 포함되어 어두운 배경에 배경음악이 깔리고 호비가 가끔 말을 걸어온다.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잠시 쉬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이는 그 시간을 오히려 더 재밌어 할 때도 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음악여행'은 하나하나의 재료는 정말 알찼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조금 더 어린이, 특히 전래동화를 처음 접하기 좋은 나이인 한국나이 5세를 기준으로 구성하면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을 듯 하다.
출구

다산홀, 8시경 공연이 끝나고 집에가느라 분주하다.

경기

오후8시 경기문화재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엄마가 오늘 공연이 재밌었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엄마의 기대와 달리,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재미없어'라고 답했다. 공연장에서 나오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엄마를 보고 웃으며 '재밌었어'라고 답하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같은 어린이지만 1시간공연을 보고 나온 뒤 아동의 발달연령대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른 모양이다. 전래동화도 좋지만 우리가 사는 수원이라는 도시를 만든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알찼다. 풍성한 문화공연이 계속되는 수원에 오래 살고싶은 마음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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