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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다림으로 조리한 삼계탕 500마리…정성 가득해
지동 고성주 씨 자택에서 마을 어르신께 삼계탕 대접…일부 어르신 1~2마리 싸가기도
2019-07-15 09:22:14최종 업데이트 : 2019-07-15 09:28:26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초복다림으로 지역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대접하는 지동 고성주씨. 시간이 되기 전에 이미 마당을 가득채웠다

초복다림으로 지역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대접하는 지동 고성주씨. 시간이 되기 전에 이미 마당을 가득채웠다

12일이 초복(初伏)이다. 복이 되면 사람들은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는다. 우리민족은 예부터 음력 6월 15일(양력 7월 17일)을 '유두(流頭)'라고 하여 보름명절로 삼기도 했다. 유두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약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하여 부정을 가신다는 뜻을 지녔다. 동류수에 머리를 감는 까닭은 동방(東方)이 청(靑)으로 양기(陽氣)가 왕성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유두와 복날에는 약수터를 찾아가거나 폭포 아래 찾아가서 물맞이를 한다. 특히 복더위를 이기기 위해 곳곳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복놀이를 즐긴다. 이를 '복달임'이라고 한다. 복날이 되면 민어탕과 육개장 등을 끓여 복날의 음식으로 삼았다. 또한, 보신탕이라고 부르는 개장국은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이 밖에도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고 참외·수박 등 여름철 과일을 깊은 우물에 넣어 차갑게 한 후 먹기도 하였다. 

이런 복달임을 제대로 하는 봉사자가 있다.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는 매년 초복이 되면 자택에서 복달임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삼계탕 대접을 한다. 매년 300~500마리의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는 고성주씨는 한두 해를 봉사한 것이 아니고 벌써 40년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봉사를 하고 있다.10일 사골과 우족을 이용해 육수를 내고 있는 고성주씨

10일 사골과 우족을 이용해 육수를 내고 있는 고성주씨

고성주씨가 조리하는 삼계탕은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

고성주씨가 조리하는 삼계탕은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

말 그대로 '보양식(保養食)'인 고성주씨의 삼계탕

고성주씨가 초복에 끓이는 삼계탕은 말 그대로 보양식이다. 고성주씨는 일반 음식점들처럼 초복 당일에 삼계탕을 끓이는 것이 아니다. 초복이 되기 전 3일전부터 복달임 준비를 한다. 올해도 10일 아침부터 사골과 소족을 넣고 육수를 내기 시작했다. 이 첫 번째 과정만 24시간을 우려낸다.

진한 육수가 우러나면 황기, 약도라지, 다시마, 배, 대추, 생강, 감초, 무, 양파를 썰어 넣고 또 12시간을 끓인다. 그리고 약재를 모두 건져내면 진한 삼계탕 육수가 만들어진다. 초복 아침이 되면 이 육수에 감자와 마늘을 갈아 넣은 후 다시 몇 시간을 끓인다. 그리고 그 육수에 미리 손질해 놓은 닭을 삶아낸다.

올해는 중닭 500마리를 준비했다. 복달임을 하는 날이 되면 고성주씨의 신도들부터 춤을 배우는 제자들, 초복다림을 돕기 위한 지인들까지 이른 시간부터 모두 모여 복달임을 준비한다. 오전 10시 반부터 복달임을 한다고 연락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많은 분들이 찾아와 자리에 앉았다. 떡집에서 주문해 온 찹쌀밥까지 모든 준비가 끝나면, 삼계탕과 미리 담가놓은 김치, 소금, 음료, 주류, 수박 등 한 상 가득 차려낸다.사골을 우려낸 육수에 황기, 약도라지, 다시마, 베, 대추, 생강, 감초, 무, 양파 등을 넣고 또 끓인다

사골을 우려낸 육수에 황기, 약도라지, 다시마, 배, 대추, 생강, 감초, 무, 양파 등을 넣고 또 끓인다

12일 아침, 진한 육수에 닭을 넣고있다

12일 아침, 진한 육수에 닭을 넣고있다

500마리로 준비한 삼계탕 모두 소진해

오전 10시 반부터 음식을 드실 수 있다고 했지만 10시가 되지 60여명의 어르신들이 몰려들었다. 지동에 있는 7곳의 경로당 중 한 곳에서 왔다는 어르신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이 나올 때만 기다린다. 삼계탕을 조리하는 사람들은 애가 탄다. 닭이 익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어르신들 때문이다.

시간이 되자 어르신들이 이곳저곳에서 찾아온다. 마당에 70여명, 1층 서재에 20여명, 지하층에 50여명, 1층 거실에 40여명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마당에 계신 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나서 다시 상을 다시 본 후 또 자리를 가득 채웠다. 1층 거실 역시 먼저 오신 분들이 돌아가고 나서 또 한 가득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삼계탕을 한두 마리씩 싸갖고 가는 어르신도 있다.1층 내실에도 어르신들이 가득  자리를 잡았다

1층 내실에도 어르신들이 가득 자리를 잡았다

"준비한 닭이 겨우 15마리 정도 남았어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네요. 어르신들이 이 초복다림을 드신 후 여름 한 철을 잘 나셨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난 후 집안 정리까지 마치고나니 이미 오후 4시가 다 되어간다. 초복다림을 드시고 돌아가시는 분들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빠트리지 않는다. 고성주 씨 역시 "올 여름 건강하게 잘 나시고 내년 초복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40년 세월 한결같이 어르신들을 위해 초복다림으로 삼계탕을 대접하는 고성주 씨. 이 시대에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인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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