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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시민기자> 길잃은 흰개는 어디로 갔을까?
그날 아파트 단지를 두 바퀴나 돈 이유
2008-12-01 17:10:49최종 업데이트 : 2008-12-01 17:10:4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재철

월요일 아침, 출근하였지만 지난 주말 집안 잔치를 치르고 난 탓인지 마침 오한이 있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점심때쯤 일찍 퇴근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서자, 지나치는 주민들은 별로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입구 앞 동 건물을 지나고 눈앞에 다가오는 다음 동 앞 잔디밭을 바라보니, 멀리서 나를 살펴보는 눈이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살펴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서자 마주보는 내가 친근하다는 표정이다. 내 발길이 앞을 지나치자 아쉬운 듯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린다. 잠깐 동안 나를 따라오는 듯 몸을 움직이더니 마음을 바꾼 듯 제자리로 돌아간다. 바로 길 잃은 흰 개였다. 

콧등은 고동색이며 온 몸이 하얗고 짧은 털을 가진 날씬한 체격이지만 크기로 보아 집안에서 기르는 정도의 작은 애완견은 아니다. 허기가 있는 배는 훌쭉하고 갈비뼈가 약간 드러나 보이지만 오랫동안 길을 잃은 것 같지 않는 깔끔한 모습이다. 

나는 언젠가 대구에서의 길 잃은 개들의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길을 건너던 동료개가 화물차에 의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개들, 비슷한 모양의 화물차가 지나면 화를 내는 듯 달려드는 사진이 게재된 우정어린 개들의 행동에 대한 기사였다. 

지난 해, 나는 그런 개들의 행동을 바로 우리 아파트 단지 앞 네거리에서 목격했다. 어디서부터 오는 지 길 잃은 개 두 마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털 윤기가 없고 삐친 모양, 살이 빠진 모습이라든지, 핏빛 섬광이 빛나는 눈빛을 보니 세파를 헤치고 꿋꿋이 살아가는, 제대로 먹지 못한 힘든 모습의 그런 개였다.
한 마리는 체격이 좀 작아 체격이 큰 개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마치 건달세계의 모습이다. 

나는 건널목에서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 두 마리는 잠시 건널목에 서 있는 듯 하드니, 신호등을 무시하고(하기야 개들은 흑백으로만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 큰 개가 먼저 길을 건너기 시작한다. 뒤를 따라가는 작은 개. 지나가는 차들로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큰 개는 차가 지나갈 때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작은 개는 큰 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잠시 후 두 마리 개는 우리 아파트 단지 앞 건널목을 건너 무사히 건너편 우체국 건물에 도착한다. 행인들의 표정은 신기하고 안심했다는 표정이다. 

우리 동으로 발길을 돌린 나는 흰 개 생각은 이미 잊었다.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고 5층에 오른 것도 잠시, 아차, 약국에서 쌍화탕을 사오는 것을 잊었다. 5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온 순간 눈에 들어 온 모습, 이런! 바로 방금 전 흰 개가 현관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뒤를 쫒아온 것이다. 내가 출근하면, 길에서 주어온 우리 집 애완견 짱구가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늘 집에서 들어왔지만, 외지 개가, 그것도 길 잃은 개가 나를 좆아 오다니!. 

그래 잠깐만 거기 있어. 약 사 가지고 다시 올게. 그러나 이미 개는 보이지 않는다. 재빨리 5층에 올라가 짱구 사료를 통째로 들고 나와 흰 개를 찾는다. 이날 아파트 단지를 두 바퀴나 돌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흰 개는 그 사이를 참지 못해 옆 단지로 이동하였나보다. 들고 다닌 사료 통이 민망하다. 방에 들어와서도 수시로 5층 창문 아래로 단지 거리를 내려다본다. 

왜 흰 개는 나를 주시, 좆아오고 다시 사라졌을까. 개들의 지능은 20~90은 된다던데, 내가 개띠인 것을 알았챘을까. 잔치음식냄새를 맡고 따라왔지만, 이제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을 지례 짐작했을까. 아니면 여유분의 사료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날이 어두어져 가지만 꼭 제 집을 찾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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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매일자료-길강아지가 길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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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가 차에 치었다. 깨워 일으키려는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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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 시체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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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는 듯 지나는 차에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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