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태풍 볼라벤과 묻지마 범죄
준비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없다
2012-08-28 13:03:00최종 업데이트 : 2012-08-28 13:03:00 작성자 : 시민기자   한남수
태풍 볼라벤의 북상으로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되었다. 정부는 태풍 비상 대응 체계를 최고 단계로 가동했다. 우리나라 전국이 태풍 볼라벤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감에 따라 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태풍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원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일명 헬게이트 지역이라 불리며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오늘 하루 이 시간까지 세 번에 걸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태풍대비 행동요령에 대해 방송을 하고 있다. 창문의 잠금장치까지 걸어 잠가 창문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고 창문과 창틀 사이에 간격이 있다면 신문지를 끼위넣어 유격을 없애야 한다. 또 창문에 격자모양의 테이핑을 하거나 고층일 경우 창문에 젖은 신문지를 붙여 장력을 높여야 한다. 

태풍 볼라벤과 묻지마 범죄_1
젖은 신문지와 테이프로 태풍대비를 마친 주민들

특히 아파트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 실외기 위에 물건을 올려 놓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강한 바람으로 실외기 위헤 있던 것들이 날아가 길을 지나던 사람의 머리에 맞기라도 하면 그 때는 재해(災害)가 아닌 인재(人災)된다.

아파트 고층 창문마다 신문지와 테이프가 붙어 있다. 각 가정에서도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아파트 바로 뒤에 국세청 건물이 있는데 아침부터 분주하게 창에 테이핑을 하고 큰 유리로 되어 있느 정문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주유소의 거치대 간판을 눕여놓고 리모델링하는 가게는 자재를 안으로 옮겨 놓아 길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기상청이 발표하는 볼라벤의 경로와 영향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 일기예보가 항상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미리 대비를 한다고 해서 자연재해를 무사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위험에 대해 준비하고 당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오는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예방할 수는 있다. 

현재 태풍 볼라벤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전남 지역은 정전되고 강한 바람으로 간판이 떨어지는 등의 피해가 속속들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서울과 함께 오후 3시쯤 태풍의 직접적 영향에 든다는 수원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칼로 베는 듯한 바람소리와 걸어잠근 창문과 문을 덜컥거리는 소리는 아직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볼라벤의 위력을 실감한다.

오늘 같아서는 알고도 당하는 태풍보다 더 무서운 게 있을까 싶다. 
하지만 태풍만큼이나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있다. '묻지마 범죄'
이번 한 달만 의정부를 시작으로 뉴스에 크게 보도된 묻지마 범죄 사건은 3건이다. 선진국형 범죄로도 알려진 이 범죄의 특징은 아무 연관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살인은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참혹한 범죄이다. 생명을 끊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데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희생자가 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자연재해만큼이나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 수준은 심각하다. 

심리학자, 범죄학자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묻지마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부적응, 사회적 박탈감, 지나친 경쟁에서 오는 좌절감과 억압으로 잠재된 공격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가해자 대부분은 범죄 동기에 대해서 표면적으로는 사회적인 불만에 대한 표출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범행이 일어날 만한 시간, 장소, 타겟등 범죄의 형태를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도 묻지마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에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대낮 사람많은 곳에서 있어도 불안함을 느낀다.

늦은 밤, 한적한 골목, 홀로 걸어가는 여성이 범죄의 키워드였다면 묻지마 범죄의 경우 특정한 공식이 없다. 사람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그날 하루 자신이 운에 따라 생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와 경찰에서도 답답하기는 그지 없다.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의 항의와 독촉에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24동안 100미터마다 경찰인력을 배치해 놓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묻지마 범죄를 일으킬 만한 사회적 부적응자를 추려내어 격리시킨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니 말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 아동등 가해자와 비슷한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태풍처럼 경로를 예상할 수도 없고 열길 물속은 알아도 모른다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만이 묻지마 범죄의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건강 검진처럼 국민의 심리검사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몇 번의 심리검사로 묻지마 범죄자의 가능성이 짙은 사회부적응자들이나 일명 사이코패스를 가려내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다른다. 어린시절부터 예방주사를 맞듯 당연하게 심리검사를 받고 감기가 걸리면 병원에 가듯 자연스레 심리치료를 받는다면 사회에 대한 불만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범죄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태풍도 범죄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접근은 사라져야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의 답은 사람에게 있다고 본다. 준비는 철저할 수록 좋고, 예방은 빠를 수록 좋다. 얼마전 수원일대에서 일어난 묻지마 범죄로 인해 수원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경찰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태풍 볼라벤과 묻지마 범죄_2
묻지마 범죄 그 후 순찰을 강화한 경찰

저녁7시~8시,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 조를 짜서 순찰을 도는 경찰모습을 발견했다. 사실 순찰차에 앉아 도는 순찰은 형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유심히 바깥상황을 살핀다고 해도 차안에서는 한계가 있다. 쓰윽 지나치고 놓치는 범죄 전조증상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한 시민들의 경찰이 돌아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모든 범죄를 경찰의 순찰만으로 예방할 수는 없지만 범죄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느끼는 치안에 대한 불안함은 해소될 수 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경찰이 자주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이 줄어든다고 한다. 사람은 경찰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과 '경찰'이라는 문구만 보아도 행동에 조심성을 갖는다. 무단횡단을 하려다가도 경찰차가 보이면 횡단보도로 건넌다든지, 쓰레기를 버리려다가도 경찰이 보이면 다시 주머니속에 집어넣는 행동을 한다. 

막나가는 묻지마 범죄자의 경우 일반 시민과 다른 사고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서 앞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다. 정해진 인력으로 자주 순찰을 도는 것이 무리일지라도 경찰내부의 구체적인 대안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몸이 힘들더라도 시민을 위해 한 번 나갈 것 두 번 나가는 봉사정신으로 임해주었으면 한다.
뒤틀린 사회 분위기속에서 생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건 그 사회속에 사는 우리들이다. 

집 밖에 나가있는 동안 온통 언제 일어날지도 모를 범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 그리고 우리가족말고도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흔히들 뜻밖이 일을 당하면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묻지마 범죄도 마찬가지이다.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남에게도,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묻지마 범죄자와 시민의 경계에 서있을지 모르는 우리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과 시선으로 대해야 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