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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
내가 사는 곳에 애정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
2012-11-01 19:40:54최종 업데이트 : 2012-11-01 19:40: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길 위의 학교 - 수원의 숨겨진 문화 현장을 찾아서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1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1

내가 사는 고장 수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속속들이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15년째 수원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동네가 많고, 역사적인 문화 유산에 대해서도 관심없이 살아왔다.
문화와 삶, 나와 공동체가 어떻게 어울려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게끔 만드는 '길 위의 학교' 현장을 다녀왔다. 

수원평생학습관의 문화 강좌 하나로 기획된 '길 위의 학교'는 총 4개의 코스로 구성되었다. 성곽따라 걷는 길, 자연따라 걷는 길, 천변따라 걷는 길, 산책하며 걷는 길 이렇게 4가지의 테마를 갖고 답사 전문이신 수원 토박이 김준혁 경희대 교수님과 함께 한다.
우선 첫 날 '성곽따라 걷는 길'에서는 수원의 옛 중심지였던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았다.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2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2

2012년 11월 1일. 지난 밤 내린 가을비로 갑작스레 영하의 온도로 떨어졌다. 든든하게 겨울 파카를 입고 나섰지만 바람은 매서웠다.
그럼에도 김준혁 교수님의 수원사랑, 문화사랑 바이러스에 감동되었는지 3시간 동안의 야외 수업이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오늘의 답사는 화성행궁 복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현재 화성행궁터는 수원 의료원 자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시대부터 경찰서와 시청과 같은 관공서가 있었고 대대로 수원의 대부자들만 살았던 동네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옛날의 영화는 온데간데없이 쓸쓸하게 변화하였지만 말이다. 

화성행궁이 복원이 되고, 행궁동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에는 여러사람들의 공이 컸다고... 아마도 자신의 열정과 애정도 녹아있는 공간이어서 더더욱 설명에 힘을 들이신 것 같다. 

행궁동의 볼 거리는 참 다양하다.
인사동은 중국산 기념품들로 즐비하지만, 수원 행궁동의 예술품들은 모두 직접 예술품들이 수공예로 만든 것이다. 상인들끼리 절대 중국산은 들이지 말 것을 협의했다고 한다. 

60년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촬영 장소도 볼 수 있었고, 수원 여류화가 나혜석의 생가터도 존재했다.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건물에는 소극장과 연습실, 화가들의 작업실도 있었고 다양한 문화 행사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의 영화가 사라진 행궁동이 새롭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다시금 사람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었다. 

아마 누군가의 해설이 없었다면 그냥 그렇게 보였던 길과 건물이다. 하지만 다양한 예술의 시도, 그리고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재해석한 행궁동의 오늘의 모습에 감동하였다. 

대안공간 눈 -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4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4

인상깊었던 곳은 바로 '대안공간 눈'이라는 갤러리다.
허름하고 낡은 오래된 집들 사이, 골목 하나를 들어서니 담장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아늑한 공간이 나왔다. 2011년에는 '행궁동 사람들'이라는 프로젝트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행궁동 맞은편 북수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눈'의 이윤숙 대표와 김정집 관장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IMF이후 화랑들이 문을 닫고, 예술가들은 의지할 곳이 없었어요. 전시와 작업공간은 턱없이 부족한데 수원은 더더욱 그랬죠. 잘 나가던 입시 미술학원 문을 닫고 오랫동안 터 잡고 살았던 수원에서 그리고 나의 옛 집터에서 이룰 수 있는 행복한 일을 찾고 싶었어요. 예술가들을 위해 무료로 전시 공간을 내어 주고, 주민과 함께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죠."

작년 대안공간 눈은 '수원 행궁동 예술마을 만들기-작은 공간의 힘'이라는 주제로 참여해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의 문화 공간으로, 예술가들이 의지되는 곳으로, 주민들에게는 무료 인문학 강좌를 열기도 하는 색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곳이 되었다. 한 사람이 지역에 대해 애정어린 마음을 갖고, 자신의 신념을 바쳐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루어낸 모습에 감동했다.

길 위에서의 배움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3
길 위의 학교, 행궁동의 과거와 현재_3

답사의 마지막 코스는 방화수류정이었다. 방화수류정의 화홍문 앞에서 김준혁 교수님은 마지막 말씀을 하였다. 

"올 여름 터키를 갔다왔습니다. 트로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이죠. 트로이 유적은 5번이나 도시가 번성하고 패망한 것을 반복한 곳입니다. 과거 빛나는 영화가 오늘은 페허로 변해버렸죠. 수원의 행궁동과 북수동도 과거에는 가장 수원에서 권력과 부가 있는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를 다시금 되돌릴 수는 없지만 오늘 본 행궁동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예술가들의 공간, 대안공간 눈과 같은 곳이 앞으로 옛 수원의 정취를 되살려내는 일입니다. 도시는 번성했다가 또 언제 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터전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지속해 나갑니다."

전혀 화려하지도, 볼 거리가 풍성하지도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오늘 걸은 '길'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길. 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길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사는 도시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누군가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김준혁 교수님의 수원사랑, 정조사랑, 화성사랑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 번 답사가 또다시 기대되는 만큼 오늘 '길 위의 학교'는 삶에 대한 새로운 배움을 선사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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