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
배움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식, LETS
2013-03-28 08:47:15최종 업데이트 : 2013-03-28 08:47:1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1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1

수원평생학습관의 '누구나 학교'는 벌써 10개월 정도 지속되어 오고 있다. 지금까지 156개의 강좌가 열렸고, 1460명의 학습자가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민 학습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수원 평생학습관 내에서 열리는 '누구나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 학습 공동체를 구축하는 일을 펼치려고 한다. 학습관 프로그램을 넘어 마을 곳곳에서 열리는 시민주도형 배움의 장을 어디서나 마련하는 것이 올 한 해 수원평생학습관의 과제라 한다. 

'누구나 학교'는 몇 가지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왜 강의는 전문 강사만 해야 하는가?' '왜 강좌는 학습기관에서만 개설하는가?' '시민의 잠재된 능력은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가?' '학습의 공급자, 소비자의 관계는 고정불변인가?' 등의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은 '누구나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생산해내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으며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를 누구나 갖고 있다는 철학에서 시작된 일이다. 

지금까지 강사는 수강생으로부터 돈을 받고 지식을 전달한다. 수강생은 강사에게 댓가를 지불하여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처럼 관계는 일방적이고 서로간의 관계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때론 강사가 수강생이 되고, 수강생이 강사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거기에는 돈이라는 화폐경제가 개입되지 않고, 협동과 공유라는 새로운 가치가 생성이 된다. 개념을 바꾸니 신나는 일들이 일어날 여지가 많다. 개개인은 자신의 재능을 지역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을 제공받는다. 

또한 마을 공동체의 새로운 해법을 얻게 되며, 평생배우고 가르치는 학습생태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10개월동안 수원평생학습관의 '누구나 학교'가 제대로 자리잡으면서 앞으로 지역사회 곳곳에서 누구나 학교가 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수원시 곳곳에 '누구나 학교'를 확산시키기 위해 '오프너' 역할을 할 수 있는 강사들이 모였다. 현재 '누구나 학교'에서 열렬히 봉사하고 있는 지역의 강사 10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이름하여 LETS(Local Energy Trading System)프로그램이다. 
LETS는 배움을 나누는 휴먼 에너지 장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다양한 영역,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배움을 교환하고,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는 형식이다. LETS를 통해서 서로의 배움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내 안의 '스승'을 발견하고, '기껏, 고작'이던 지식이 어마어마한 배움이 되는 기회다.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2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2

우선 참가한 10명이 포스트잇에 각자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를 적었다. 3키워드 적기는 회사, 직급, 하는 일을 벗어나 본연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현재의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자기소개방법이기도 하다. 10명의 '3키워드'를 들으면서 이미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즐거움의 에너지가 넘쳤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포스트잇 10장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자유자재로 적는다. 사람들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하면 어려워하지만, 배우고 싶은 것들은 쉽게 쓸 수 있다.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것들, 기회가 없어서 못 배운 것들, 알고 싶은 생활 속 깨알같은 정보들에 대해서 거침없이 포스트잇 종이에 채운다. 각자 10명씩 쓰면 1총 100개의 포스트잇이 벽면에 붙게 된다. 

사람들은 서로 쓴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면서 구경하기도 하고, 궁금해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호기심있게 관찰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이미 '내가 파워포인트는 좀 아는데...' 혹은 '내가 김치찌개는 쫌 잘 끓이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것들이 거창한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소소한 일들임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3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3

그리고 나서 다시 자리로 돌아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포스트잇에 적어 본다. 꼭 10개를 채우지 않아도 되며, 간단한 기술 정도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라도 좋으니 적어보라고 한다. 생각보다 내가 알고 있는 '별거 아닌 지식'이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와 배움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말 많은 포스트잇들이 생겨났다. '기초요가, 자기소개 재밌게 하는 법, 화성 안내하기, 샐러드 소스 만들기, 책 정리하는 법, 기획서 쓰는 법, 엑셀파일 기초, 동요 반주, 노래 부르기, 관절 안상하게 줄넘기하기, 오븐없이 빵 만들기, 별자리, 성격심리테스트, 미드 같이 보기, 재무상담' 등의 강좌들이 즉석에서 열렸다. 

배우고 싶은 것들,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적어서 서로 비교하는 순간 같은 공간 안에 누군가 나의 스승이 있고, 학생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5강좌를 즉석에서 만들어 보았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약 20분 동안 짧은 배움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새로운 5강좌를 만들어 지면서 수강생과 강사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3시간이 훌쩍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배우고 가르치면서 또다른 차원의 재미를 느낀다.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4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학생도 된다' 정말?_4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평생교육의 시대에 언제까지나 돈을 내고 배우기만 하는 수강생으로의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별 것 아닌 지식이 누군가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신선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LETS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움을 교환하는 장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게 되는 순간들이 모이게 될 때 그 속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창출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수원평생학습관의 '누구나 학교'가 이제는 수원 시내 곳곳에서 열리게 되길 희망한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