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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
걸어서 10분..수원은 테마가있는 특화도서관이 17개
2016-07-06 08:10:09최종 업데이트 : 2016-07-06 08:10:0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책만 팔지 않는 책방'이 요즘 트렌드다. 출판 대국 일본도 출판 산업 불황으로 '어떡하면 사람들을 책방으로 끌어들일까!'를 염두에 두고, '책방인지, 카페인지' 모를 정도로 고객 편리를 제공하는 복합공간으로 꾸며 점점 쪼그라드는 서점의 위상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여행, 철학, 문학을 비롯해 스릴러 장르까지 전문 서적만을 파는 특화 책방이 늘어나는 가운데 편안히 쉬면서 독서까지 하는 책방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종이사전'이 소비자 물가지수를 결정하는 품목 중에서 제외됐다는 보도가 났다. 사전이라는 건 한 나라 문화의 척도라 할 수 있는데, 누구나 검지를 스마트폰에 대면 우르르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니 더 이상 쓰임새가 없다는 것이다. '종이사전 세대'들은 슬프다. 그럼에도 책의 힘이라는 게 있다. 그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할지라도 종이 신문이며 종이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은 디지털이 아닌 감성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1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1

수원은 테마가 있는 특화도서관이 17개

디지털 시대에 비단 책방의 변화만 가져 왔을까. 도서관도 확 변모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살고 있는 수원시만 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테마를 주제로 한 시립도서관이 17개다. 
80년대 경기도청 인근에 개관한 중앙도서관은 '실버', 선경도서관은 '역사', 북수원도서관은 '미술', 광교홍재도서관은 '디자인', 호매실도서관은 '육아', 대추골도서관은 '청소년', 서수원지식도서관은 '문학' 등의 테마를갖고 있다. 도서관은 그저 책을 빌리고 읽는 곳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서 특화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시민들의 지식과 삶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호학(好學)의 임금이었던 정조의 도시 수원이기에 그 의미는 더 깊고 크다. 정조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도시가 바로 사람을 중시한 인문학 도시 만들기였다. 수원시가 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지은 이유이다. 
수원시는 현재 인구 125만명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다가서려면 인구 5만 명당 도서관 1개의 수준이 돼야한다. 이에 시는 2018년까지 도서관 3개를 더 확충해 시민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명 하나까지 고려한 '호매실도서관' 

2014년 12월 디자인특화도서관으로 명명된 광교홍재도서관과 함께 칠보산 인근에 개관한 호매실도서관은 부모와 영유아를 위한 관련 자료들이 구비된 '육아'를 테마로 한 특화도서관이다. 

5일 오전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는 그 특별한 공간에 들어섰다.
정오가 되려면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을 무렵, 예쁜 장화와 비옷을 있은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총총 들어섰다. 전날부터 내린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찾은 이유가 있었다. 강당(지하1층)에서 진행되는 인형극 '카멜레온 애벌레' 때문이다. 
도서관 동아리 '옹달샘' 재능 나눔 공연이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곤충이야기를 구연동화와 함께 진행하는 인형극으로 이곳만의 자랑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2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2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3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3

아이들을 따라 총총걸음으로 따라갔다. '햐~'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선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강당 입구 벽면에 '책가도(冊架圖)'가 턱하니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도서관 들어서자마자 3층 건물의 한가운데를 미음(ㅁ)로 비워놓고 마치 파르테논 신전 기둥처럼 보이는 거대한 벽면에 도서관을 상징하는 문자도가 배치된 것부터 시선을 끌었다. 건물의 숨겨진 곳까지 탐색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그동안 이웃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느라 한 번도 공연을 본적이 없어요. 이번엔 마음먹고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고 왔어요."
인근에 살고 있다는 지혜(7살) 엄마는 공연 중간 중간 딸의 추임새에 잘 왔다는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지 이해가 빠른 것 같다고 칭찬하자 "내용은 괜찮은데 공연 시간이 다소 짧은 게 아쉽다"면서 다음 공연에도 꼭 오고 싶다고 했다.

'휴먼시티 수원'이란 구호와 어울리는 도서관

육아라는 테마에 걸맞는 인형극을 아이의 눈으로 본 후 본격적으로 도서관 엿보기에 나섰다. 
요즘 젊은이들 표현처럼 "헐~"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아이들의 마음까지 꿰뚫는 디자인과 구조로 인기 만점인 어린이 자료실 책과 노니는 집부터 키즈 라이브러리 아기 둥지방, 자유로운 독서와 사유· 사색의 공간인 정기간행물실, 그리고 휴(休) 쉼터 겸 갤러리와 종합자료실, 심지어 수유실까지 건물 전체가 '휴먼시티 수원'이란 구호와 어울렸다.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4
조명 하나까지 감성 담은 '호매실도서관'에 가다_4

"소품이며 조명, 가구 같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관장님의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벽면 하나, 비품 하나, 하물며 비효율적인 공간을 쓸모 있음으로 전환한 덕분입니다. 이를 테면 왜 아이들은 숨으려는 심리가 있잖아요. 책과 노니는 집은 그런 공간이었는데 비밀의 방처럼 꾸민 결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개관과 함께 근무했다는 이명옥 팀장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정말 도서관인지 카페인지 착각이 일 정도다. 특급 호텔 로비처럼 모던하고 안락한 공간이다. 물론 도서관의 꽃 자료실 역시 두말할 필요 없이 철저히 이용자 중심으로 꾸몄다.

이밖에도 이곳의 자랑은 여럿 있다. 개관과 함께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나만의 도서'를 기증받았다. 기증자 이름과 책 품목은 1층 카페며 어린이 자료실 의자 뒷면에 새겨졌다. 전국 공공도서관 통합대출도서 베스트와 우리동네 대출도서 베스트 비교하는 차트, 숨겨진 명저 되찾아주기 코너 등 모두가 흥미로운 꺼리로 시민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끌어들이고 있다. 
그곳은 내 집 서가보다도 더 편안했다.  문득 호매실동으로 이사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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