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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눈에서 만난 인디오 작가 ‘호르헤 이달고’
“이 장대비에 벽화작업을 한다니 믿기지 않네”
2018-08-29 14:03:23최종 업데이트 : 2018-09-14 11:25:34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호르헤 이달고(Jorge Hidalgo)'가 비를 맞으며 그린 행궁동 벽화

호르헤 이달고가 비를 맞으며 그린 행궁동 벽화

콜롬비아 인디오 작가인 '호르헤 이달고(Jorge Hidalgo)'가 비가 내리는 날 행궁동 벽화골목 복원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독일서 달려와 골목벽화를 그리고 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전날은 행궁동 대안공간 앞에서 행위예술까지 했다고 하는데 찾아가지 못한 아쉬움에 작가의 벽화라도 볼 양으로 행궁동 대안공간을 향해 빗길을 나섰다.

장마철에도 만나지 못한 굵은 빗줄기가 우산을 쓴 좌우로 몰아친다. 말만 우산을 쓴 것이지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하긴 이런 날 누가 작업을 할 것이며, 누가 그런 작업하는 모습을 보겠다고 취재를 나갈 것인가? 아마 남들이 그런 나를 보면 제 정신 가진 사람으로 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해서 볼 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 또한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만 같다. 팔달구 북수동에 소재한 대안공간을 찾아갔을 때는 위, 아래 할 것 없이 온통 젖어버렸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골목을 들어서니 이미 작가가 완성한 벽화가 사람을 반긴다. 이런 우중에 작업을 한 작가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대안공간 눈 제1전시실 문상흠 작가의 '파충류의 대가리'전에 전시된 작품

대안공간 눈 제1전시실 문상흠 작가의 '파충류의 대가리'전에 전시된 작품

장대비에 작가도 속수무책인 듯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대안공간으로 들어섰다. 이왕 빗길에 이곳을 찾아왔으니 작가들의 작품이라도 보고 갈 심산이다. 제1전시실에는 문상흠 작가의 '파충류의 대가리'전이, 제2전시실에는 나기 작가의 '재활치료 중'이라는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두 작가 모두 독특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9월 5일까지 이어지는 대안공간 전시는 1, 2전시실과 나만의 방 등의 공간이 있다. 1전시실을 들어서니 원색의 큰 그림들이 벽면을 장식한다. '히피가 나자빠진 수영장 풍경', '싸이키델릭 베이비', '큰 짐승이 치여 죽은 풍경' 등 문상흡 작가의 작품은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파충류의 대가리'라는 전시제목을 달 만큼 개성 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특정한 상황에서 현실과 자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는 평범한 삶의 영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발판이 발밑으로 꺼져버리는 순간 그 무중력 상태가 유발하는 공포, 공황, 어지럼증을 표현한다. 데카르트의 전능한 악마도 퍼트넘의 통 속의 뇌도 극복되지 못했으며 자아는 세워진 바 없다. 절대적인 것에 대한 갈망, 독트린과 프로파간다로 사람을 갈아 넣는 큰 이야기의 허상을 깨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문상흠 작가는 작가노트에 적고 있다.제2전시실에 전시된 나기 작가의 '재활치료 중(On Rehabilitation)' 중 전시작품

제2전시실에 전시된 나기 작가의 '재활치료 중(On Rehabilitation)' 중 전시작품

제2전시실에서 전시중인 나기 작가는 올해 두 번째의 개인전이다. '재활치료 중(On Rehabilitation)'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인가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스스로를 사이보그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사이보그라는 점에 자부를 느낀다고 한다. 

'내 재활치료는 계속 듣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보그 수술(인공와우)을 받았던 의미가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계속 들어야만 하지만, 사람들과 피상적인 관계만 맺어왔던 나에게 이것은 꽤나 시련이었다. 재활치료 때문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되돌아보았다. 이것이 내가 미시적으로 느껴지는 인간관계를 탐구하기로 결정한 시발점이다'라고 작가노트에서 나기 작가는 말하고 있다.
대안공간 입구 찻집에서 비를 피해 휴식 중인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

대안공간 입구 찻집에서 비를 피해 휴식 중인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

찻집 한편에서 만난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

대안공간 눈 전시실을 돌아본 후 입구에 있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비라도 좀 피할 심산이다. 그런데 찻집 한 편에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바로 SNS를 통해 만난 콜롬비아에서 날아 온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다. 아마 비가 너무 내려 작업을 포기하고 쉬면서 작품을 구상하는 듯하다.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펼쳐놓고 무엇인가 열심히 그리고 있다. 호르헤 이달고는 콜롬비아에서 온 아메리카 인디오 작가로 2015년 한 차례 대안공간을 찾아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행궁동에서 풀어나가기도 했다. 그는 세계창조에 대한 콜롬비아 KOGUI지역의 인디언 토착신화 '처음으로 바다가 있었고, 그 바다는 곧 어머니였다'를 주제로 대안공간 눈의 외부 벽에 벽화를 그렸다.

행궁동 벽화골목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독일에서 날아왔다는 콜롬비아 작가 호르헤 이달고. 하지만 통역을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다가설 수도 없다. 연락이라도 취하고 올 것을 후회하지만 어쩔 수 있지 않은가? 날이 개이면 다시 한 번 찾아와 작업하는 것을 보아야겠다. 쏟아지는 가을비를 괜스레 탓하며 길을 나선다.

행궁동, 벽화작업, 콜롬비아 작가, 호르헤 이달고,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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