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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초 교육 가족 통해 본 교육 공동체의 길
'우리는 한가족' 서로를 채워가는 것이 공동체다
2018-11-10 09:44:37최종 업데이트 : 2018-11-10 09:37:56 작성자 : 시민기자   강봉춘

늦가을의 파장초등학교 정문, 노란 낙엽이 가득한 나무가 인상적이다

비 내리던 늦가을의 파장 초등학교

늦가을 비가 내린 8일 아침, 파장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교육 과정 발표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 파장초의 모든 교실은 공연과 박수, 그리고 카메라 찍는 소리로 가득찼다. 
파장초등학교 1학년 3반 친구들이 교육과정발표회에서 난타공연을 하고 있다.

파장초등학교 1학년 3반의 교육 과정 발표회 한 장면

중앙 현관에 전시된 웃음사진 콘테스트

중앙 현관에 전시된 '웃음 사진'들을 둘러보는 아이들과 부모님들

중앙 현관에 들어서자 마음에 드는 사진에 스티커를 붙이고 가라며 발길을 붙잡았다. 웃음사진 콘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부모님과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사진 밑에 스티커를 붙였다.

"함박웃음 사진이 뽑힌 학년에다 피자를 쏩니다. 대박이죠? 아무래도 친한 친구나 선생님을 붙잡고 공모한 사진이 많아요. 올해 3년 차인데 첫 해엔 30팀이, 올해는 80팀이 넘게 응모했어요." 스티커를 나눠주시던 사회복지사 류윤경 선생님은 계속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 학교사회복지 지원 사업을 받는 44개 초등학교 중 하나인 파장초등학교는 사업의 철학처럼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날 필요가 있는' 학교였다. 다문화, 저소득층, 다자녀 가구는 물론 특수반 친구들까지 함께 살기 때문이었다.  

사회복지 선생님을 통해 아이 마음이 건강해지는 경험을 체험한 파장초 부모님들은 작년, 사회복지 선생님이 없어진다는 말에 서명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만날 때마다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랑받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만나는 부모님마다 이렇게 인사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 평화와 번영을 담은 꽃으로 가득한 한반도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


복도에 전시된 부모님들의 작품

복도에 전시된 부모님들의 작품

1층 복도 양쪽에는 화려한 그림과 멋들어진 글이 전시되어 있었다. 파장초 친구들의 한 해 작품과 올해 처음 시작한 학부모 동아리 '붓들의 반란'의 작품이었다. 동아리 수업을 맡아 온 원철이 엄마 정선미씨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멋지죠? 좋지 아니한가요?" 동아리 시작 제안을 받은 원철이 엄마는 같이 할 엄마들을 알음알음 모았다. 학부모 상주실을 동아리 방으로 썼다. 큰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교장 선생님께 건의하자 교장실에 있던 긴 회의 탁자가 바로 상주실로 옮겨졌다. 공간이 점점 예쁘게 채워지자 차 한 잔 하러 들르는 부모님들도 늘어났다. 꾸준히 글을 올리고 홍보도 한 결과 2기를 시작했다. 꿈은 점점 커져갔다. 
전시회를 직접 준비한 학부모 동아리 '붓들의 반란'

전시회를 직접 준비한 학부모 동아리 '붓들의 반란'

그림과 엽서, 캘리그라피와 화분 공예 등을 전시한 파장초 학부모 동아리 회원들

그림과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작품을 시도한 부모님들

"많아지는 우리 엄마들 작품하고, 아이들 작품으로 이 복도를 꽉 채우면 정말 멋지겠죠? 상주실은 모든 부모님들이 와서 차 한 잔 할 수 있는 평등한 공간이 되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시고 뭐... 그렇게 마을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열정이 남다른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마침 옆에 원철 군과 남편 분이 계셔서 아내의 활동에 대해 물었다. 원철군은 엄마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반면 묘한 웃음이 섞인 남편 분 대답은 별로였다. 

"아이고, 이거 때문에 힘들어요. 여기다만 정신을 쏟아서……" 원철이 아빠의 고통은 곧 웃음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처음부터 함께해 온 동아리 부모님은 표정에서 만족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엄마가 뭔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아이가 좋데요. 제 작품을 보고 자랑스러워해요. 남편도 제가 좀 쉬고 있으면, 요즘은 동아리 안하냐고 은근 기대하던데요?"

구경하던 부모님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며 감탄하시면서, 난 못할 거 같단 마음과 해보고 싶단 마음이 갈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기념 사진 찍는 파장초 이산세 교장선생님

고마워서 브이(V)!

교장공모제 심사에서 강한 에너지와 자신감이 압도적이어서 뽑혔다는 파장초 교장 선생님은 소문대로 웃음과 인사를 늘 달고 다녔다.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부모님들을 교장실로 끄잡아 댕겼다. "아유~ 우리 부모님들 덕분에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우리 아이들 정말 너무 예쁘죠?"


오늘 파장초의 교육과정 발표회는 저학년과 고학년의 시간을 구분해서 진행했다. 이같은 학교의 배려에도 열심히 2, 3층을 오르내리며 사진 찍는 부모님들은 여전히 있었다. 뒤에 진행된 고학년에 비하면 확실히 저학년 부모님들의 참석이 훨씬 많았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바쁜 학부모님들

어머, 이건 찍어야 해

교육과정 발표회에 참석한 파장초등학교 1학년 2반 학부모님들

1학년 교실 앞에는 덥다고 나와서 보시는 부모님들도 계셨다. 갓난아이를 업고, 꼬마는 손에 잡고 할머니까지 모시고 온 어머님께 소감을 여쭙자 답을 안 하셨다. 다문화 부모님이셨다. 눈인사와 환한 웃음이 유일한 답이었다. 

6학년 김민기 군의 아빠는 온다고 말을 안 하고 왔다고 했다. 짧은 스포츠머리의 아버님은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아들을 보며 자신의 어릴 때 모습이 생각났다고 했다. "오늘 마침 일이 없어서 왔어요. 가볍게 한 번 안아줬죠."

학교폭력을 주제로 연극을 하는 5학년 3반 학생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연극을 5학년 3반에서 잠시 볼 수 있었다. 막이 바뀔 때마다 집에서 가져온 이불을 들고 지나가서 큰 웃음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돈 많다고 삥 뜯기고, 따돌림 받던 '마트'집 아들 상범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그러다 부모님께 크게 혼나는 상범이를 본 친구들이 상범이에게 사과하며 친하게 지낸다는 내용이었다. 이현빈, 이동근 군이 쓴 각본이었다. 

마트를 하는 집이 부자였다는 것과 부자 아들이 따돌림 당했다는 시나리오가 인상 깊었다. 또 상범이가 부모님께 혼나는 장면을 보고, 못되게 굴었던 아이들이 상범이에게 사과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부모로써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악역을 맡은 심지영 양은 못된 친구 역을 너무 잘해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많은 박수가 나왔다. 

뒤늦게 와서 많이 못 봤다는 부모님도 있었다. 반면 그동안 학교 행사에 꾸준히 참여해온 한 부모는 올해 리코더 공연이 너무 많았다며 날카로운 비평을 내놓기도 했다.  

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보는 파장초 부모님들과 친구들

빗자국이 계속되는 현관 앞에서 걸레질을 하며 안내를 하던 5학년 최도영 군의 엄마, 박미경 씨는 '덕분에'라는 말로 교육과정 발표회를 정리했다. 행사 때마다 겪어온 학부모 회장의 고민이 담겨 있는 소감이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 함께 도와준 부모님들 덕분에 잘 된 거 같아요. 준비 많이 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정말 재밌었고요. 우리 학교 아이들 정말 다 예뻐요."

공연이 끝나고 엄마 아빠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이 하나가 울고 말았다. 그러자 친구들이, 선생님이 얼른 달려가 다독여주었다. 지켜본 부모들이 함께 속상해했다. 참여한 부모님들이 열심히 찍은 사진들은 오늘 못 온 부모들에게 전해졌다. 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 않고 예쁘다고 말해주고 빈 곳을 채워가던 그 곳의 모든 사람들이 교육 가족이었다. 

파장초등학교, 학교사회복지사, 학교사회복지, 수원시, 교육과정, 발표회, 학예회, 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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