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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온기 가득한 '공유 냉장고' 
"누구나 넣고 가져다 드세요"…주민들이 음식 채워 넣어
2018-11-29 10:46:34최종 업데이트 : 2018-11-30 09:57: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한눈에 봐도 한적한 동네 한 카페 앞에는 작은 냉장고가 놓여있다. 냉장고 앞에는 '누구나 넣고 가져다 드셔도 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소포장된 반찬들이 들어있다. 시금치, 얼갈이배추, 두부, 소시지, 가지 등 다양한 식재료다. 

누구나 무료로 눈치 보지 않고 가져가도 된다면 누가 가져갈까? 무료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물건들이라는데 유통기한이나 식품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까라는 호기심에 공유냉장고를 운영하는 고색동 한 카페를 찾아가 보았다. 
고색동 한 카페 앞에 설치된 공유냉장고

고색동 한 카페 앞에 설치된 공유냉장고

카페 구르미 이진우 사장은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냉장고를 지원받고, 수원농협 하나로유통센터에서 대부분의 식자재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기부 받아 카페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도 공유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내가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이진우 사장의 말로는 처음엔 더 남루하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이 중년남성은 매일 이 냉장고를 이용하는데 처음엔 그냥 식품만 가져갔으나 지금은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면서 냉장고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있다고 말을 이은다.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우 북카페 사장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우 카페 구르미 사장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라면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복지혜택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실상은 법 규정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를 설명하면서 이사장은 "가난해서 굶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업을 해서 돈을 잘 벌고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승승장구 할 수는 없는 법. 어느 순간 사업이 부도가 났을 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틀어지고 만남 자체를 꺼려하면서 스스로를 소외시키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스스로를 실패자 또는 낙오자라고 칭하며 주로 찾아가는 곳이 바로 낚시터인데 황구지천은 하천 폭이 넓어서 낚시하기 좋은 곳이다. 이사장은 고색동에서 주민세 환원사업으로 주민쉼터를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처음 공유냉장고에 대한 구상을 했다. 복지혜택을 받기 전까지 소득은 없고 밥 사먹을 돈이 없는 사람이 비관하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냉장고 설치 목적이란다. 공유냉장고는 어려운 이웃을 우리 사회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고 하는 사랑나눔 공유프로젝트다. 

수원농협 하나로유통센터 이석희 사장은 "사실 유통센터에서 유통기한이 지나서 판매가 어려운 식자재는 전량 폐기처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중 먹을 수 있는 상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유냉장고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물건을 기부하고 있는 수원 농협하나로유통센터 이석희 사장

공유냉장고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물건을 기부하고 있는 수원 농협하나로유통센터 이석희 사장

"멀쩡한데 아깝잖아요. 자원낭비 아닌가요?" 이석희 사장의 말이다. 못생겨서 안 팔린 사과, 조금 흠집이 있어서 상품가치가 없는 과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재료 등 다양한 물건들이 공유냉장고를 통해서 기부되고 있었다. 

공유냉장고에 기부 할 때는 일반적으로 관리하는 카페에서 미리 한 번 더 체크를 하는데 곰팡이는 없는지 무르거나 상하지 않았는지 냄새를 맡아보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료는 반찬으로 조리한 후 소포장해서 넣어둔다.

공유 냉장고를 운영하는 이진우 사장은 "저녁에 퇴근할 때 반찬으로 조리한 후 채워두고 가면 다음날 아침 가보면 없어요. 금세 사라지더라고요"라면서 "많은 이웃들이 공유냉장고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유냉장고를 지원 하고 있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박종아 사무국장

공유냉장고를 지원 하고 있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박종아 사무국장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박종아 사무국장은 "공유냉장고가 처음 시작한 나라는 독일"이라며 "전세계 식량의 50%가량이 버려진다는 UN의 통계발표를 보고 독일의 환경운동가들은 버려지는 음식은 자원낭비 환경파괴라고 생각하며 공유냉장고를 마을마다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음식을 만드는 데에도 조리과정에서 에너지(석유, 가스, 전기 등)가 들어가는데 버려지는 음식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으로 남는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고색동 공유냉장고는 처음에는 수원농협 하나로 유통센터에서 기부받은 농식품을 어려운 지역주민에게 나눔의 형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공유냉장고를 이용해본 지역주민이 자기가 먹은 용기에 다른 먹거리를 담아서 다시 기부하기도 한다.
공유냉장고에 기부된 식재료

공유냉장고에 기부된 식재료

작은 공유냉장고를 통해 환경을 지키고 자원낭비를 줄이며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다니...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훈훈한 동네인심에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면 사회가 조금 더 행복해지고 밝아지지 않을까? 앞으로 공유냉장고가 소리없이 조용히 그러나 활발하게 나눔을 실천하고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효임님의 네임카드

공유 냉장고, 카페 구르미, 수원농협 하나로유통센터,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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