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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안녕하신가영’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8 작가발굴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영> 전시 중
2018-12-05 16:21:12최종 업데이트 : 2018-12-10 10:01:1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같은 시대를 살아도 어떤 세대에 있는지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다양한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취업난, 비혼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세대가 바라보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2018 작가발굴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영>은 청년작가가 바라보는 삶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김지희, 박수환, 현지윤)는 수원을 비롯한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세대들이다. 작가별로 작품을 보면 표현기법도 주제도 다르지만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거나 살면서 느낀 생각을 토대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2018 작가발굴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영> 전시장 입구

2018 작가발굴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영> 전시장 입구

새터민이 느끼는 자유란 일상에 있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다. 굉장히 화려한 장식이 달린 선글라스와  왕관을 쓴 초상화이다. 얼핏 보면 너무 화려한 장식이 작품을 압도하지만 인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있다. 인물은 입에 교정기를 낀 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교정기를 보는 순간 화려함 속에 불편함, 억압된 감정이 더욱 드러난다. 작품 <포장된 미소>를 완성한 김지희 작가는 작품을 통해 외부에서 보는 시선에 자유롭지는 못하는지 안부를 묻는 듯하다. 화려한 장식에 가려진 진짜 내 마음은 편안한지 작품을 통해 묻고 있다.

작가는 평소에 새터민(기존의 탈북자라는 용어를 대신한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순 우리말)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전시관 한 쪽에는 새터민들의 인터뷰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같은 세대지만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았던 청년들이 왜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한 이유를 '일상적 자유(freedom)'으로 표현한 점이다.

초상화 인물이 쓴 선글라스, 전시장에 있는 마네킹 옷에는 다 자유에 대한 글귀가 써있다. 'Hope is never lost', 'Freedom is not free' 등 써 놓은 메시지는 그녀가 인터뷰한 새터민들이 직접 썼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한 새터민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볼펜을 사러 문구점에 갔을 때였다. 북한에서는 한 종류밖에 없는데 내가 찾은 문구점에는 만 개가 넘는 종류가 있더라. 아주 사소한 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자유가 일상에 녹아 있는 곳. 이것이 진짜 자유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지희 작가는 새터민들이 말하는 자유를 작품에 녹아냈다

김지희 작가는 새터민들이 말하는 자유를 작품에 녹아냈다

의식주에서 주는 사는 곳(住)과 비는 곳(呪)이다

박수환 작품에서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캔버스에 그려진 아파트 입면이다. 아파트 한 평 크기로 캔버스를 제작해 '의(衣), 식(食), 주(住), 그리고 주(呪)'라는 주제로 표현했다. 의식주에서 '주'가 산다는 의미가 아닌 빈다는 의미를 사용한 이유는 청년 세대가 겪는 현재를 나타낸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을 가져도 쉽게 살 수 없는 집값으로 집은 그들에게 간절하게 바라는 공간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작가는 작품 소재와 주제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선호하는데 아파트는 빨간 안료로 채색되어 있다. 이건 부적을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로 간절히 원하는 '빌다'라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한 쪽에는 색다른 주제로 전시되어 있다. 인물의 초상화를 부조 형식으로 나타낸 작품인데 대상은 연예인, 대통령, 교황까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인들이다. 작가는 누구라도 알 만한 인물을 2점 제작해서 하나를 당사자에게 직접 보냈다고 한다. 반송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친히 답장을 써서 보내준 이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최근 미디어 발전으로 인해 가까워진 소통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미디어 너머에 있는 실제 인물과의 소통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새롭게 느껴졌다.
박수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박수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노인세대를 만나 유쾌한 기록으로 풀어내

현지윤 작가가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슬프다. 입구에 크게 걸린 있는 두 할머니 표정이 왠지 서글프다. 아들을, 사위를 잃은 두 할머니를 손녀가 담아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노인세대까지 확장했다. 작가는 행궁동 일대에 일하거나 거주하는 노인세대를 직접 찾아다니며 오랜 시간 인터뷰를 시도했다고 한다. 처음에 냉담했던 그들도 꾸준한 만남을 통해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속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그들이 말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 영상, 뮤직비디오 등으로 풀어냈다. 특히 '어서와 어르신은 처음이지?'는 직접 이웃 어른들이 출연해서 유쾌한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이 멀게만 느껴졌던 노인세대가 한층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현지윤 작가는 실제 행궁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를 위해 간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지윤 작가는 실제 행궁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를 위해 간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안녕하신가영'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열린다. 전시 공간은 작지만 작품마다 볼거리가 풍부하다. 전시는 작가별로 구성되어 있고 가운데는 아카이브 공간이 있어 작가별로 인터뷰한 영상과 기록을 볼 수 있다. 

*전시
전시기간: 2018.10.23~2019.02.24 
전시부분: 기획전
작가: 김지희, 박수환, 현지윤
주최 및 후원: 수원시
전시문의: 031-228-3800
관람료: 4000 원
김윤지님의 네임카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안녕하신가영,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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