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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다 가겠습니다…떼까마귀와 공존의 길은 없나?
울산 태화강 인근 갈대숲에 10여만 마리 서식…관광자원으로 활용
2020-01-20 21:56:55최종 업데이트 : 2020-01-21 16:19: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얼마 전의 일이다. 아들과 늦은 밤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환승하려고 아주대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머무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거 봐봐 세상에", "맙소사 에구 징그러워", "이건 찍어서 제보해야 해" 등 갑자기 조용했던 버스정류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쳐다봤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위를 올려다보니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많은 떼까마귀들이 전신줄에 나란 나란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 뉴스에서나 보던 장면을 내 눈앞에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게 보게 되었다. 떼까마귀 들은 한곳에 마냥 앉아 있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하늘로 높이 떼를 지어 마치 군무를 추듯 이동하기도 하고 자리를 바꿔 앉기도 하며 떠날 줄 모르고 그렇게 도심 속에서 겨울밤을 보내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올려다 본 전신줄에 수백마리의 떼까마귀가 앉아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올려다 본 전신줄에 수백마리의 떼까마귀가 앉아있다.

 
요즘 떼까마귀가 무리 지어 도심에 머무르며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떼를 지어 전신줄 위에 머무르면 도심 거리가 배설물이 떨어져 지저분해지고, 새소리 또한 불길하다. 또 전신줄이 망가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해서 시민들은 겨울철에 찾아오는 떼까마귀가 한없이 불편하고 막연한 불안감까지 든다. '조류독감에는 안전한지', '왜 갑자기 수원에 이렇게 많은 떼까마귀들이 도심 한복판에 오게 되었는지', 시민들은 불안하게 느낀다.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하게 떼까마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봤다. 우리가 아는 까마귀는 텃새로 사시사철 우리 주변에 사는 새다. 보통 큰부리까마귀라고 하는데 몸집은 떼까마귀보다 크고 잡식성으로 휘어진 부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떼까마귀는 참새목 까마귀 과로 철새인데 시베리아가 고향이고 큰부리까마귀보다 몸집이 작으며 집단으로 월동을 한단다. 떼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와는 다르게 주로 곡식을 주로 먹으며 부리가 뾰족하고 작은 것이 특징이다. 주요 월동 처는 울산 태화강 인근 대숲이라고 알려져 있다. 

떼까마귀는 텃새 까마귀와는 다르게 시베리아에서 오는 철새다.

떼까마귀는 텃새 까마귀와는 다르게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철새이다.

 
겨울철에 떼까마귀가 수원 도심에서 발견된 것은 약 4년 전부터인데 원래 수원은 남쪽으로 날아가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겨울철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수원 외곽에 농지가 많아서 먹이가 풍부해 머물게 되었다는 설도 있고 원래는 김포지역에서 머물다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요즘 김포지역이 신도시가 들어서게 되고 이젠 쉬었다 갈 곳이 없어서 수원으로 온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떼까마귀들이 머물다 갈 만큼 수원은 아직도 환경이 깨끗한 도시이고 청정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청객처럼 수원 도심에 찾아오는 떼까마귀를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농지에서야 떼까마귀가 땅의 벌레나 해충을 잡아주기도 하고 부리로 땅을 쪼아서 땅에 산소 공급도 해주는 역할도 한다. 떼까마귀의 배설물은 농지에 귀중한 비료가 되기도 한다지만 도심에서 떼까마귀의 배설물은 그야말로 처치 곤란한 오물에 불과하다.  

겨울 도심으로 날아와 잠시 머무르고 지나가는 떼까마귀를 나쁘게만 바라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정말 잠시 머물렀다 가는 떼까마귀와 공존의 방법은 없을까?

버스정류장에서 본 '잠시 머물다 가겠습니다' 라는 시

버스정류장에서 본 '잠시 머물다 가겠습니다' 라는 글귀에서 떼까마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까마귀에 대한 이미지가 불길하다고 하지만 문헌에 나타나는 까마귀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옛 고구려의 문양인 삼족오(三足烏)는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길조(吉鳥)로 여겼다고 한다.

까마귀의 효심을 가리키는 말인 반포보은( 反哺報恩 어린 까마귀는 다 자라서 어미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뜻)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약식((藥食) 또는 약밥(藥飯)은 찹쌀밥에 꿀과 간장, 대추, 밤, 잣 등을 넣어서 만드는 음식인데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재위 479~500년)이 정월 대보름날 까마귀의 보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자 이날 까마귀 제삿날로 삼아 찰밥을 검게 만들어 까마귀에게 먹였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오래된 문헌에서는 까마귀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새로 나타난다. 이런 문헌을 살펴보면 전혀 불길하다고만 할 것도 아니다.

사람만 살기에도 좁은 도심 속에서 사람과 새가 공존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겠지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이웃 도시 울산에서는 지자체와 시민들이 협력해 10만 마리의 떼까마귀 무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석양에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 군무가 대 장관을 이루고 겨울철에만 머무는 떼까마귀의 배설물을 치우는 시민봉사 단체와 청소 처리반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한다. 
  
공존의 시대, 조금은 불편하지만 수원에 온 떼까마귀 손님을 잘 대접해 보낸다면 훗날 강남 갔던 제비가 흥부에게 복이 가득 담긴 박씨를 물고 오듯 귀한 선물로 보답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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