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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지대 복원…심는 것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해
지지대고개 생태 미술전시관 옆 노송지대 '실망'
2020-01-23 14:17:43최종 업데이트 : 2020-01-23 14:17: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효임
얼마 전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이 있는 효행공원을 찾았다. 도심 외곽에 자리한 어린이 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은 작지만, 초록의 생기가 살아있는 전시공간으로 효행공원과 함께 자주 찾아가는 곳 중에 하나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한 효행공원 인근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한 효행공원 인근


차가 많은 경수대로 넓은 길 바로 옆에 아주 작은 길에 위치한 체험관을 찾아가는 길에는 숲이 울창하고 광교산과 파장저수지로 길이 이어진다. 이목동 마을 어귀에는 미륵당이라는 커다란 불상도 있고, 300년도 넘은 보호수 느티나무도 3그루나 있다. 파장저수지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흐르는 개울을 가로지르는 괴목정교도 바로 이 길 위에 있다. 괴목정교는 정조가 수원 현륭원 원행길에 이정표로 세웠다는 18개의 표석 가운데 하나다.

지도에서 보면 1번 국도와 고속도로 사이에서 위태롭게 사방이 도로로 막혀버린 공간이지만 생각보다 조용하고 위를 올려다보면 아름드리 느티나무, 쭉 뻗은 양버즘나무, 제법 굵은 소나무 등 수령이 오래돼 보이는 나무들이 많은 곳이다.

길 양 옆으로 빽빽하게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노송지대 효행공원 가는 길

길 양 옆으로 빽빽하게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노송지대 효행공원 가는 길


하지만 작은 길을 오르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가슴이 답답하다. 차가 한 대 간신히 지나갈 것 같은 길 위에는 어지럽게 커다란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도심 외곽이다 보니 쓰레기 처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보인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곳이 바로 1973년 7월 10일 경기도 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된 노송지대 소나무가 있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수령은 알 수 없지만 눈앞에 보이는 소나무가 바로 정조 임금님의 명령으로 심어진 소나무라는 사실이 인지되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노송지대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노송지대


경기도기념물이 있는 곳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평범하고 도로정비나 정돈도 없이 아무렇게나 경사진 곳에 방치되듯이 늘어서 있는 소나무들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어떤 것에는 나무마다 노송에 번호가 붙은 표석이 있지만 주변엔 쓰레기들로 가득하고 마치 천덕꾸러기 마냥 노송지대의 명성엔 어울리지 않는 대접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비스듬히 도로가에 방치된 노송의 이름 표석

비스듬히 도로가에 방치된 노송의 이름 표석

경기도기념물 제19호 노송지대 표석

경기도기념물 제19호 노송지대 표석


노송지대 경기도기념물 제19호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노송지대는 지지대비가 있는 지지대고개 정상으로부터 옛 경수간 국도를 따라 노송(老松)이 생장하는 약 5km의 지대이다. 조선 정조(1776~1800)가 생부 장헌세자의 원침인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내탕금 1,000량을 하사하여 이곳에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게 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대부분 고사하고 38주(효행기념관 부근 9주, 삼풍가든 부근 21주, 송정초등학교 부근 8주) 정도의 노송만이 보존되어 있다. 낙락장송이 울창한 이 자연경관은 정조의 지극한 효성과 사도세자의 슬픔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어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현륭원까지 가는 길에 약 500그루의 소나무를 심었으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나무가 총 38그루이고 5km의 길이 약 3구간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것도 지난 1973년의 기록이니 벌써 47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사정과 일치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2016년부터 '노송 지대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단계별로 구역을 나눠 노송길을 조성하고 노송 유전자를 분석해 노송 후계목 증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노송지대를 통과하는 도로를 폐쇄하고 우회도로를 만들어 노송공원을 조성하고 소나무를 심고 노송 생육을 방해하는 도로포장도 제거하고 초화를 심어 녹지를 조성하는 등의 사업이 2020년까지 지속해서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자동차 매연과 진동으로 인한 노송의 고사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시 소나무를 심어 푸른 수원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일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효행공원과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일대 원래 있던 노송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방치되고 있어 아쉬웠다. 앞으로 지지대고개부터 시작하는 노송지대가 걷기 좋은 길로 탈바꿈되고 주차로 방치된 차들이 없어 귀중한 노송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궁동 담벼락 갤러리에서 본 대유평 거송 숲길 윤한흠 작가의 작품

행궁동 담벼락 갤러리에서 본 대유평 거송 숲길. 윤한흠 작가의 작품

 
그 옛날 수원에는 얼마나 많은 소나무들이 있었을까? 현대를 사는 우리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소나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행궁동 담벼락 갤러리에서 본 대유평 거송 숲길 윤한흠 작가의 작품은 그 옛날을 기억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지금은 그림으로 보지만 하루빨리 노송지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보며 그림을 그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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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지대, 수원노송지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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