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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하동지 터, 보존 보다는 개발
시굴 후 하루 만에 덮어버려
2020-04-01 15:37:45최종 업데이트 : 2020-04-01 15:37:3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기자는 2020년 1월 20일자 e수원뉴스에 '수원화성 동지(東池)를 찾아라'라는 기사를 썼다. 당시 공방거리를 걷다가 '수원화성 남지 발굴조사' 안내문을 보고 수원화성 축성 당시 성 안에 만든 5개의 연못에 대한 내용과 연못을 판 이유 등을 분석했다. 2020년부터 남지와 북지 터의 발굴조사를 통해 연못의 조성형태를 파악하고 복원정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왕에 복원할거면 남지와 북지 뿐 아니라 동지에 대한 발굴조사와 복원도 이루어지는 게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상동지와 하동지의 위치도 기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고증했다.

1794년 4월 7일 하동지 파는 공사를 시작해 4월 21일 완료했고 1795년 9월 14일 상동지 파는 공사를 시작해 9월 23일 완료했다. 하동지는 사방 37보(43.38m), 깊이 4척(123.4cm, 영조척)의 규모였고 상동지는 남북 길이 58보(67.99m), 동서 너비 50보(58.62m), 깊이 7척(215.95cm) 이었다. 하동지는 정사각형 이었고 상동지는 직사각형 이었는데 상동지의 규모가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전체적인 깊이는 약 2m가량 된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전체적인 깊이는 약 2m가량 된다.

 
동지에 대한 기록은 하나는 매향동 어귀에 있는데 상지이고, 하나는 구천의 북방에 있는데 하지이다라고 화성성역의궤에 나와 있다. 1831년 편찬한 화성지에는 상동지는 창룡문 안에 있으며 매향동 어귀에 있고, 하동지는 상동지 아래 구천의 북쪽에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화성성역의궤, 한글본 정리의궤, 화성지 등의 기록과 화성전도 6폭 병풍, 화성전도 12폭 병풍 등의 그림을 통해서 보면, 상동지는 동포루와 동2치 사이 성 안에 있었고, 하동지는 매향교 옆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동지의 위치가 '상동지 아래 구천의 북쪽'이라고 했는데 현재 이곳에는 '남수동 공영주차장'이 있다. 주차장과 개인주택 사이에 공터가 있는데 수원시에서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기자는 앞선 기사에서 주차장을 건설하기 전에 '동지 터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전체적인 깊이는 약 2m가량 된다. 4곳을 팠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전체적인 깊이는 약 2m가량 된다. 4곳을 팠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바닥에 검은흙 띠가 보이고 그 밑에는 판축 흔적이 있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바닥에 검은흙 띠가 보이고 그 밑에는 판축 흔적이 있다.


3월 30일 주차장 옆에 거주하는 황인욱 씨(화성연구회 회원)로부터 공터를 발굴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오후에 현장에 도착하니 공터에 4곳을 시굴하고 있었다. 깊이는 약 2m 가량이고 좁고 길게 팠다. 공터 옆에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안내문이 붙었다. 「수원 남수동(41-2번지 일원) 도시기반시설 조성부지 내 유적 시굴조사, 조사기간은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조사면적은 961㎡, 조사목적은 공사에 앞서 시굴조사를 실시하여 향후 공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매장문화재의 훼손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발과 문화유적 보존의 효과적인 조화방안을 수립하고자 한다」고 되어있다.

시굴현장을 보니 땅으로부터 약 160cm 지점에 검은흙이 약 20cm 두께로 쌓여있고 그 아래는 약 40cm 두께의 자갈과 흙이 섞여있는데 판축한 흔적으로 보인다. 시굴한 4곳이 거의 똑같은 형태였다. 현장에 함께 있던 황인욱씨, 윤의영씨, 고영익씨(화성연구회 회원)도 이 흔적은 바닥을 다진 흔적으로 하동지 터일 가능성이 높다고 같은 의견을 보였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하루 후 메꿔버렸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현장, 하루 후 메꿔버렸다.

 
화성성역의궤에는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남쪽과 북쪽의 평지는 토성이 골고루 검고 가늘어 마치 개흙 같아서 땅을 6척 깊이로 파내고 박석을 3중으로 깔았다" 건물터는 더 넓고 깊게 파서 바닥을 다졌다. 석저로 강다짐하고 다음에 자갈과 물을 붓고 다지는데 두께는 5~6촌 정도이다. 이렇게 반복해서 바닥을 다졌는데 연못을 팔 때도 바닥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바닥을 다졌을 것이다.

시굴한 4곳을 모두 조사하고 나니 현장에 사람이 출입할 수 없도록 펜스를 치기 시작했다. 함께 현장에 있던 우리는 과연 이 현장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31일 오후에 황인욱씨가 시굴현장 사진 한 장을 보내 왔다. 아뿔싸! 시굴현장을 말끔히 메꿔버렸다. 단 하루 만에 시굴하고 서둘러서 끝내버린 것이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로 추정되는 곳은 남수동 공영주차장이 위치하고 있다.

수원화성 하동지 터로 추정되는 곳은 남수동 공영주차장이 위치하고 있다.

 
수원시의 문화재에 대한 이해수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야말로 문화재 발굴조사는 주차장 건설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에서 자행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수원화성의 연못을 복원하는 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옛 도시경관을 복원하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진 것이 개탄스럽고 역사문화 인식의 몰상식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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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하동지 터, 시굴조사,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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