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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 섰던 국민 열망에 부응하길
【어느 선거사무원의 하루】…투표 잘못했다며 용지 한 장 더 달라기도
2020-04-16 02:26:25최종 업데이트 : 2020-04-16 09:26:06 작성자 : 시민기자   유미희
하루 종일 줄지 않고 유지되던 유권자의 긴 줄.

하루 종일 줄지 않고 유지되던 유권자의 긴 줄.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자정이 넘어 16일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개표가 마무리되면서 후보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시된 이번 선거는 어떻게 치러질지 관심과 우려도 있었지만 별탈없이 무사히 마쳤다. 투표율도 66%를 넘어 2000년 이후에 가장 높은 국민의 참여를 끌어냈다.
 
투표가 끝난 후 봉인된 투표함이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투표가 끝난 후 봉인된 투표함이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는 지난 15일 치러진 선거에서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했다. 분주했던 선거현장의 하루를 소개한다.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 동안 있을 선거를 위해 선거사무원들은 새벽 5시부터 각자 담당한 투표소에 모였다. 투표장소는 광교1동 제4투표소로 래미안광교 아파트 커뮤니티홀이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아 어슴푸레한 시간에 투표소에 도착했다. 영통구와 광교1동 주민자치센터 직원들로 구성된 투표관리 인원들이 벌써 나와서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하루 전날 투표장소를 방문해 필요한 것들을 설치해 놓았다. 공무원과 투표사무원 총 11명이 이날 하루 투표소의 선거사무 일정을 시작했다.

각자에게 업무가 배분되었고 각 정당에서 온 투표참관인들이 도착하자 투표함을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되었다. 6시 10분 전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각자의 자리에서 투표참가자들을 기다렸다. 투표 시작 5분 전부터 투표장에 도착한 주민 몇 사람이 기다리기 시작했고 카운트다운을 하듯이 정각 6시가 되자 투표장에 입장했다. 그렇게 시작된 투표자들이 행렬은 꼬박 12시간을 한 번도 줄어든 적 없이 200여 명의 줄이 이어졌다.
 
캄캄한 새벽, 준비를 마친 투표장에 불이 환하다.

캄캄한 새벽, 준비를 마친 투표장에 불이 환하게 밝혀있다

아침 6시,부지런한 투표자들이 불켜진 투표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아침 6시,부지런한 투표자들이 불켜진 투표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른 시간엔 좀 한가하고 오후에나 왕창 몰려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어떻게 이렇게 이른 시간에 투표에 참여하게 됐는지 물어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번 투표자들의 생각이 비슷하게 작동한 것인지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 아침부터 투표소가 붐빈 거였다.

투표참가자들은 투표장 입구에서 발열 검사에 통과하면 손 소독제를 바르고 준비된 일회용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입장했다. 비닐장갑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환경에 미칠 영향이나 너무 많은 자원이 소비되어 아깝다고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었다. 코로나 상황의 선거이니 안전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안내했다.
 
투표장에서 사용되고 나온 일회용 비닐장갑들.

투표장에서 사용되고 나온 일회용 비닐장갑들


세대마다 미리 안내한 선거인명부 등재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쉽게 명부를 찾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기 위해 마스크를 잠시 내리게 해서 확인했고 명부에 자필로 서명했다. 이날 관계자들이 다 고생했지만, 얼굴을 확인하고 대조하는 곳에 앉은 공무원들이 더 수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재번호를 모르는 사람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등재번호를 현장에서 찾아 알려 주었다. 확인을 마치면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면 되는데 기표하는 과정에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짐에 따라 처음 선거를 하는 새내기 청년들이 많았다, 긴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당황하는 눈치도 보였다. 기표하고 나면 이걸 어떻게 접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첫 경험에는 누구나 신기해하기도 당황하기도 한다. 어느 청년은 기표소에서 나와 도움을 요청하기에 들어보니 투표를 잘못했으니 용지를 한 장 더 줄 수 있냐고 했다. 아쉽지만 투표용지를 더 지급할 수 없었다. 선거는 누구나 공평하게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투표가 실수였다는 걸 알면서 투표함에 집어넣는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험 답지를 잘못 써서 용지를 다시 받는 것처럼 투표용지도 교환이 가능한 줄 알았을 수 있다.

투표를 오랫동안 경험했을 어른들도 두 장의 용지를 받아들고는 여기에 하나만 찍어야 하냐고 묻기도 했다. 비례 정당 숫자가 35개나 되니 헷갈릴 만도 하다. 어떤 분은 비례용지에 왜 1번 2번이 빠졌냐고 당황해하기도 했다. 예전에 본 적 없는 긴 투표용지를 받아든 사람들은 대체로 신기한 물건을 보듯 했다.

질서있게 조용히 치러진 투표현장.

질서있게 조용히 치러진 투표현장

대체로 잘 지켜진 코로나 상황의 물리적 거리두기 현장.

대체로 잘 지켜진 코로나 상황의 물리적 거리두기 현장.


가족은 대부분 함께 줄 섰고 아이들도 왔다. 다수가 모인 장소라서 부부가 교대로 밖에서 아이를 보며 투표하는 모습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투표에 참여한 18세 청년들은 투표장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시간으로 기념하기도 했다. 투표확인증을 발급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다 젊은 청년들이었다. 기표 인증샷을 못하니 확인증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 어르신 거주 비율이 낮지 않은 아파트 단지인데 이날 투표장에는 비교적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많이 보였다.

마스크를 써야만 투표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투표장에 들어올 수 없거나 열이 높아 격리투표소를 이용한 주민은 없었다. 투표자 행렬이 6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투표장에 오기로 예정된 자가격리자가 있었는데 6시가 지나 일반 투표가 종료된 후 투표소 입구에 설치한 별도의 기표소에서 투표했다.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격리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왔다. 투표함이 봉인되었고 경찰과 함께 투표함 호송 차량이 도착했다.
 
격리투표소에서 자가격리자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격리투표소에서 자가격리자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이 투표소는 광교1동의 10개 투표구 중 하나로 투표자 모두가 아파트 주민이었다. 투표장소가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여서 가까웠고 날씨도 좋아서 주민들에겐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다. 새벽에 나온 사무원들이 교대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시간도 낼 수도 없을 만큼 투표자들이 줄을 섰다. 한나절이 지나고서야 겨우 점심을 먹기 위해 30분 짬을 낼 수 있었다.  투표날에 선거사무원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된 값진 경험이었다. 신기할 만큼 200명 정도의 줄이 종일 계속되었다. 현장에서 투표장 업무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투표율은 80%도 넘을 것 같이 느껴졌다.

이날 이 투표소에 참가한 투표자는 2000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차분하면서도 종일 쉴 틈 없는 숨 가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단 한 건의 큰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조용히 치러졌다. 이른 새벽부터 투표소 앞에 줄을 선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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