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대를 둘러싼 성은 협축(夾築)일까?
覘正祖之圖 : 정조의 의도를 엿보다
2020-05-30 17:29:11최종 업데이트 : 2020-05-30 17:44:50 작성자 : 시민기자 이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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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대에서 본 수원 시가지 야경, 가까이 행궁이 보이고, 멀리 플라잉 수원 오른쪽으로 용인 석성산도 보인다 팔달산 정상에 대해 의궤에 "100리 안쪽의 모든 동정은 앉은 자리에서 변화를 다 통제할 수 있다"고 전략적 입지를 매우 좋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평가로 팔달산정에는 최고 지휘부인 서장대(西將臺)와 이를 보좌하는 서노대(西弩臺)와 후당(後堂)을 세웠다.입지나 시설물보다 시민기자의 눈에 띤 것은 서장대를 둘러싼 성(城)이다. 성 바깥쪽이나 안쪽이나 모두 돌로 쌓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혹시 화성에서 유일한 협축이 아닐까? 지난번 기사에서 따져본 결과 "협축형식으로 쌓은 내탁"으로 결론을 냈다. 이곳에 왜 이런 형식의 성을 쌓았을까? 서암문(西暗門)에서 팔달산정(山頂)이 끝나는 지점까지 협축형식의 성을 쌓은 후 일부만 노출시키고 나머지는 흙으로 메웠다 이유를 살피기 전, 성의 현황을 보면 길이는 44보(약52m), 높이는 3.5m, 성을 잘라본 단면(斷面)은 아래 폭이 4.2m, 위쪽 폭이 3.5m, 성 안쪽에는 지상으로 1m에서 1.4m사이로 노출되고 그 아래 부분은 흙으로 메워진 상태다. 서장대 공사는 화성 성역 첫해 8, 9월에 이뤄졌다. 반면에 서노대는 서장대 완료 후 대략 4개월 후 착수했다 이제는 이곳에 이런 형태의 성을 쌓은 이유를 살펴보자. 서장대 밑은 암반으로 이뤄졌다. 지금도 원래의 암반을 볼 수 있다. 장대석 밑에 누렇고 다듬지 않은 돌이 원래 암반이다. 하지만 돌은 팔달산 정상 인근의 암반에서 벌석(伐石)하여 쓸 수 있으므로 재료의 획득이나 운반이 흙보다 유리하다. 이에 소요되는 인력, 장비, 공사기간을 절약할 수 있다. 협축형식으로 돌로 성을 쌓은 후 이를 내탁으로 활용하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어렵게 만든 평평한 터를 잠식하지 않았다. 흙으로 내탁을 하였다면 많은 터를 내탁에 빼앗겼을 것이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서장대를 둘러싼 성에 구멍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성(體城)에 구멍을 내려면 흙 속에서는 불가능하고 돌로 안팎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체성에 구멍을 내야만 했을까? 맨 위 여장의 구멍으로 성 밖을 내다보면 성 아래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감시 사각지대가 생겨 여장의 기능이 상실됐다. 시민기자가 직접 보니 성 아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먼 곳만 보인다. 즉 급경사라서 성 아래와 중간거리까지 감시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한마디로 "여장의 기능이 상실"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적을 먼저 보지 못하면 바로 패배로 인식되던 시대였다. 이러한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체성에 구멍을 내어 성 아래를 감시할 현안(懸眼)을 설치해야 했던 것이다. 이 구멍에서 눈에 띠는 아이디어는 아래 구멍이 위 구멍보다 크고 형상도 가로로 긴 점이다. 여기에는 정조(正祖)의 부하 사랑과 과학이 스며있다. 아래 구멍은 터를 잠식하지 않으려 땅에 붙어있는데 이를 사용하는 병사는 몸을 가로로 누이며 구멍을 드려다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주려고 가로로 길게 했다. 물론 가로로 길수록 볼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실로 묘안이다. 체성의 아래 구멍은 크기와 형상이 특이하다. 병사가 관찰하는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함도 있고, 감시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목적도 있다. 깊은 지략(智略)이 담겨있는 팔달산정의 성을 잘 보존해야 한다. 이 구간은 옛 모습이 많이 보존된 구간이고, 축성 기술로는 세계 성곽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땅 속에 묻혀있는 위 구멍 2개와 아래 구멍 1개를 노출시키고, 구멍 속도 청소를 부탁한다. 성 위에 올라 여장의 원총안과 근총안으로 성 밖 적군을 내다보고, 아래로 내려와 엎드려 체성에 뚫린 구멍으로 성 밖 바로 아래를 보는 체험의 화성을 만들어야 한다. 지형으로 인해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 이 부분을 감시할 수 있도록 협축형식의 성벽을 쌓은 지략이 넘치는 세계 유일의 특별한 성이 팔달산정에 있다. 잘 보존해야 한다. 자재 조달, 시공성, 구조 안전, 인력과 경비 절감, 공사기간 절약뿐만 아니라 지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려 고안한 세계 유일의 "협축형식의 내탁 시스템"인 아주 특별한 팔달산정(八達山頂)의 성(城)에서 정조(正祖)의 전략과 건설경영, 그리고 설계의도를 엿보았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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